한국일보

소말리아 해적과 피랍 선장의 생존본능 처절

2013-10-11 (금)
크게 작게

▶ 필 립 스 선장 (Captain Phillip) ★★★★(5개 만점)

▶ 화물선 선장 회고록 바탕 행스-압디 연기력 강렬

소말리아 해적과 피랍 선장의 생존본능 처절

미 해군 협상팀이 납치돼 구명정에 실 린 필립스(오른쪽) 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09년 4월 오만을 떠나 케냐로 항해하던 중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돼 나흘간 생사기로를 헤매다가 미 해군 특공대(SEAL)에 의해 구출된 미 화물선 마에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장 리처드 필립스(57)의 실화로 그의 회고록을 바탕으로만들었다. ‘피의 일요일’과 ‘유나이티드93’과 같은 실제사건을 사실적이요 긴박감 있게 잘 그리는 영국의 폴 그린그래스감독(‘제이슨 본’ 시리즈)이 연출한 역동적인 다큐드라마로 대단히 강렬하고 긴장가득하면서도 감정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필립스 역의탐 행스와 해적 두목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소말리아계 미국인 바카드 압디의 연기가 대조적으로 뛰어나 둘 다 오스카상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너무 말끔하다시피 할 정도로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끔찍한 생존 드라마를 이렇게 티 없이 만든 것이 결점이 될수도 있다.

행스는 ‘캐스트 어웨이’에서도 무인도에 표류해 혼자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구출됐는데 이 영화가 그의 두 번째 ‘바다재난’ 영화가 되는 셈이다.


소말리아에서 해적 두목 무세(압디)에의해 고용된 해적들이 두 척의 소형정을타고 사냥감을 고르다가 인도양을 지나가는 앨라배마호를 선택한다. 이어 두 배는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앨라배마호의 선장 필립스의 기지에 속아 한 척은 철수한다. 그러나 무세와 다른 3명의해적이 탄 배는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두배가 거대한 앨라배마호를 추격하는 모습이 마치 모기가 코끼리를 향해 달려드는것 같다.

필립스와 선원들은 접근하는 해적선을향해 물대포를 쏘면서 대응하나 경기관총으로 무장한 무세 일당은 배에 오르는데성공한다. 필립스는 선원들을 기관실로 대피시키고 해적의 포로가 된다. 이때부터후진국의 피압박자와 선진국의 압박자가입장이 바뀌는데 그린그래스는 해적을 단순한 무법자로 취급하지 않고 이들이 해적질을 해야 하는 상황을 통해 세계의 부와 빈의 극심한 차이를 보여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필립스가 가짜 기관고장을 일으키고 또 배의 금고에 있는 돈 3만달러를 해적에게 제공하면서 해적들이선원들이 숨은 기관실로 접근하는 것을막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행스가 차분하게 위기 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 연기를 잘 한다.

이어 영화 중반에 들어 해적들이 필립스를 납치해 작은 구명정에 옮겨 타면서본격적으로 숨 막히도록 긴장감 가득한서스펜스 스릴러로 변한다. 해적들은 엄청난 액수의 필립스 몸값을 요구하면서 소말리아로 향한다. 이를 뒤쫓는 미 해군함정. 장시간 계속되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의 살이 토실토실 찐 필립스와 바싹 마른무세 간의 의지와 심리 대결이 불꽃을 튕기는데 냄새 나고 더럽고 비좁은 보트 안의 생사를 건 치열한 상황이 호흡곤란을일으킬 정도로 긴박하다. 둘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사실 행스에게 이런 역은 누워서 떡 먹기나 마찬가지인데 그가 마지막에 구조된뒤 미 해군 함정의 군의로부터 치료를 받으면서 보여주는 감정적 연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전연연기 경험이 없는 텅 빈 것 같으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한 갈비씨 압디의 깡마른 연기는 경탄을 금치 못할 압도적인 것이다.

PG-13. Sony. 전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