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쿵후와 사랑… 아름답고 치명적 액션은 일품

2013-08-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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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매스터 (The Grandmaster) ★★★(5개 만점)

▶ 파란만장한 서사 로맨스 다소 부자연스런 접목도

쿵후와 사랑… 아름답고 치명적 액션은 일품

공어르(장지이·왼쪽)와 엽문(토니 륭)이 라이벌들과 대결하고 있다.

무드파요 스타일리스트로 영상미의 화가이자 섬세한 감정의 모습을 침묵과 숨은 그림처럼 묘사하는 홍콩 감독 웡 카 와이의본격적인 쿵후 액션영화이자 금단의 사랑의이야기인데 영화가 제 갈피를 찾지 못하고설익은 멜로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브루스 리의 쿵후 선생으로 윙춘이라는쿵후 스타일을 개발한 엽문의 전기영화로슬로모션을 사용한 감각적이요 화려한 카메라 테크닉과 함께 보여주는 우아하고 박력있는 액션과 두 선남선녀 토니 륭과 장지이의 간절한 눈길로 표현되는 사랑의 이야기가 볼만은 하지만 액션과 로맨스가 제대로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 겉돌고 있다.

감독은 서사적 규모를 갖춘 사랑과 쿵후세계의 권력투쟁과 함께 중국의 파란만장한 시대의 얘기와 개인의 전기 그리고 쿵후의 역사를 큰 그림으로 그리려고 시도했지만 전체적으로 흐름이 들쭉날쭉한 데다 과연 어느 얘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인지를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듯이 우물쭈물하고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인물과 성격개발도 제대로 잘된 편이 아닌데 특히 토니 륭이 너무 도사 같은 표정을 하면서 감정 표시를 무시해 목석을 보는 기분이다. 그에 비하면 천상의 여인처럼 아름다운 장지이가 훨씬 나은 편인데 유감스럽게도 둘 사이의 화학작용은 썩 잘 이뤄진 편이 아니다.

20년에 걸친 얘기는 내레이션으로 설명되면서 시간대를 무시하는 서술방식을 택했는데 1930년대 중반 중국 남부 쿵푸 대가들의본거지인 포샨에서 시작된다. 서로 내로라하는 쿵후의 대가들이 모였으니 대결이 잦을수밖에 없는데 많은 액션신은 영화 전반부에 묘사된다.

쿵후 세계를 평정하고 곧 은퇴할 자신의후계자를 찾기 위해 만주에서 쿵푸 대사 공바오센이 포샨에 와서 첫 대결을 하는 사람이 아직 자기 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엽문(토니 륭). 그러나 둘의 대결에서 엽문이 승리한다(그런데 엽문의 얘기는 이미 여러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공 바오센의 패배를 보고 뿔이 난 여자가그의 수제자인 딸 어르(장지이). 어르가 엽문에게 도전하면서 둘이 맞서나 아뿔싸 여기서 그만 어르가 엽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엽문(부인역은 한국의 송혜교)도 어르에게 마음이 간다.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엽문과 어르는무려 10년간을 못 보는데 이 동안에 얘기의중심인물이 엽문으로부터 어르로 옮겨지면서 엽문은 한동안 자취를 감춘다. 어르는 아버지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불상 앞에서 서약까지 하는데 이에 도전하는 아버지의 제자로 ‘면도날’이라 불리는 뛰어난 실력자(장첸)와 필사의 격투를 벌인다(역을 위해 무려 3년간 쿵후 수련을 했다는 장지이의 학의 비상과도 같이 아름답고 치명적인 액션모습이 일품이다). 이와 함께 어르가 커다란내상을 입게 되는 겨울 기차역에서의 또 다른 라이벌 마산(장진)과의 긴 결투신도 멋있다.

종전 후 홍콩으로 무대가 옮겨지면서 도장을 차리고 제자들을 양성하는 엽문과 쿵후를 접고 의원을 차린 어르가 재회한다. 웡카이 와이는 쿵후 영화의 교본이라도 만들겠다는 듯이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매달려 큰 재미를 잃고 말았다.

PG-13. Weinstein.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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