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로하 광장]말의 뒷면 헤아리기

2013-08-1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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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정빈
무량사 법사

인간은 말을 통해 소통을 합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에 대화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대화의 문제점, 즉 때로는 말이라는 소통 도구 자체가 소통을 방해하기도 하는 점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소통의 방해는 주로 지난 시간에 말한 언어 눈치가 없는 것, 즉 언어는 겉으로 드러난 의미의 뒷면에 숨어 있는 진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일어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해코지한 남자에게 “이 나쁜 놈!”이라고 말했을 경우, 그 말은 말한 사람의 본심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언어의 뒷면을 헤아릴 필요가 없거나 적습니다. 그에 비해 어떤 어머니가 기대하지 않고 있는 좋은 선물을 한 아들의 등짝을 때리면서 “이 나쁜 놈!”이라고 말했다고 할 때는 그 말이 담고 있는 뜻이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정반대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한 “이 나쁜 놈!”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들이 나쁜 놈이라는 뜻은 커녕 귀여운 놈, 이쁜 놈, 착한 놈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남편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돌아 와 아내에게 “나 이놈의 직장, 그만둬야지 안 되겠어!”라고 말할 때는 어떨까요. 그때 그 남편의 말은 액면 그대로의 진실일까요? 정말로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것일까요. 그럴 경우도 전혀 없진 않겠습니다만 열의 아홉은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때 남편이 한 말의 본심은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직장 생활이 힘들어!”, “그러니 나를 좀 위로해줘!”라는 뜻인 것입니다. “나는 직장생활이 힘들어!”라는, 언어의 뒷면에 있는 말한 이의 본심과 “나 이놈의 직장, 그만둬야지 안 되겠어!”라는, 실제로 표현된 말의 차이. 이 차이를 아는 데서부터 언어 소통의 질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거나 이에 유념하지 않는 아내라면 남편의 그 말을 듣고 화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짜증을 내며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라고요?”하며 반박을 하겠지요. 그러면 남편은 자신의 본심을 몰라주는 아내에게 벌컥 화를 내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라는 등 말을 함부로 하게 되고, 이에 아내도 화가 나서 “가장으로서 그게 할 말이에요?”하고 따지게 되어 결국 큰 부부싸움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에 비해 아내가 남편의 겉말 배후에 있는 본심을 이해하고 있을 경우, 그녀는 그 본심을 상대하게 됩니다. 즉, 그녀는 “당신, 직장 생활이 너무나 힘든 거예요. 그렇죠?”하고 말하며 남편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여 다독여주게 되고, 이에 남편의 마음은 점점 풀려 직장 생활을 이끌어갈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점을 잘 이해한다고 해서 바로 언어 소통 능력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아는 것이라고 해서 곧바로, 언제나 항상 실천되지는 않는다는 것, 즉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 간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앎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언어의 뒷면에 본심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실천을 앞당겨주고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언어의 이런 여러 가지 면을 잘 이해하고 공부하여 훌륭한 소통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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