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주간의 땀과 동지애… 마침내 정상에 오르다

2013-07-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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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회 KAFA 등산학교 졸업 등반

▶ LA서 뉴저지까지 전국서 모인 남녀노소 30명 매듭법부터 익히며 8천피트 타퀴즈 락 등정

3주간의 땀과 동지애… 마침내 정상에 오르다

11기 KAFA 등산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타퀴즈 락에서 슬랩등반을 하고 있다.

아버지 날이었던 지난달 16일 제11회 KAFA 등산학교(교장 조용식)가 끝났다. 올해도 30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참가자들은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졸업등반으로 해발 8,000피트인 타퀴즈 락 정상에 올랐다. 기초 암벽등산 코스를 무사히 마친 것이다.

재미대한산악연맹(KAFA·회장 허훈도) 부설 KAFA 등산학교가 LA에 개설된 것은 지난 2003년. 11년을 거치면서 200명이 훌쩍 넘는 졸업생이 배출됐다.

올해도 LA에서 23명, 버지니아, 워싱턴DC, 메릴랜드, 뉴저지 등 동부와 오리건에서 8명이 참석했다. 60대부터 10대까지 참가자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그중에는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참석한 커플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도 8명이었다.


KAFA 등산학교는 3주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6월 첫 토요일 LA 한국교육원에서 열린 첫 모임에서는 장비 지급과 매듭법 등 암벽등반의 준비과정이 교육됐다.

나머지 2주는 주말 2박3일간 현장실습. 현장교육은 LA 한인타운에서 동쪽으로 110마일 정도 떨어진 아이들와일드 샌하신토 마운틴 어귀의 타퀴즈(Tahquitz) 락과 수사이드(Suicide) 락에서 이뤄졌다. 인수봉처럼 화강암 덩어리로 된 남가주의 대표적인 암벽등반 명소들이다.

캠프는 교육장에서 15분 정도 거리인 허키 크릭 캠핑장에 쳤다. 일을 마치고 금요일 밤 늦은 시각에 각자, 혹은 카풀로 교육생들이 도착했다하루 일과는 아침 5시 기상, 스트레칭과 구보로 몸을 풀면서 시작됐다. 아침식사 후에는 조별로 바로 타퀴즈 락으로 이동해 교육에 들어갔다.

학생들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강사들이 코스별로 실습 준비를 마쳐 놓았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안전모와 하네스 착용, 매듭법 복습 등 암벽등반에 필수적인 안전 규정을 반복 숙지한 다음 학생들은 바위에 달라붙었다.

암벽등반은 안전하긴 하지만 순간적인 방심이나 부주의가 용납되지 않는다. 자칫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생과 강사는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첫날 실기교육은 이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안전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교육생들은 산행을 하다가 암벽등반에 대한 호기심과 차원이 좀 다른 산행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이 많았지만 바위는 대부분 처음이었다.


유영용 대표강사의 지휘아래 실기강사들이 준비해 놓은 코스는 슬랩등반과 크랙등반을 고루 연습할 수 있는 코스였다. 올해 교육생들은 처음부터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했다. 성공적인 기수가 되리라는 믿음이 왔다.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준비된 4개 코스를 모두 돌면서 학생들은 바위를 익혔다. 교육생 크리스 주씨가 졸업 후 보내 온 에세이 구절처럼 ‘암벽화를 바위 적당한 곳에 고정시키고, 앞에 두 손을 딛고, 몸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요령을 배우면서 암벽 등반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되고 있었다. 그 다음날도 같은 코스에서 등반과 하강, 확보법을 반복 연습했다.

일요일 오후에 각자의 생업으로 되돌아 간 학생과 강사들은 등산학교 마지막 주인 지난 14일 밤, 2박3일을 다시 함께 하기 위해 허키 크릭 캠프 그라운드에 모여들었다.

그 주에는 정상 고도가 7,500피트 정도인 수사이드 락으로 교육장을 옮겼다. 이번에도 슬랩등반과 크랙등반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코스 5곳이 준비됐다. 오후에는 난이도가 높은 2개 코스가 더 개발돼 다양한 등반 코스를 경험하게 했다.

드디어 졸업등반이 시도된 16일. 50~60미터의 암벽을 등반한 후 확보 줄을 따라 등반을 계속해 바위산인 타퀴즈 락 정상에 서는 날이다. A, B, C, D 넷으로 나눠진 코스를 따라, 개인일정으로 마지막 주에 빠진 한 사람을 빼고는 전원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조용식 교장이 정상에 선 등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에 KAFA 등산학교 스카프를 둘러 주며 성공적인 졸업등반을 축하했다. 학생들의 얼굴은 성취감으로 빛났다. 실기강사와 자원봉사자 모두 보람되고 기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에는 등산학교가 많다. 하지만 미주 한인사회의 등산학교는 재미 대한산악연맹에서 하는 KAFA 등산학교 한 곳뿐이다. 우선 타 지역에는 한인 산악인들의 힘만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하기에는 맨 파워가 모자란다.

등산학교는 경험있는 산악인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번에 실기강사 자원봉사자들은 미장원 원장, 연방 공무원, 스시맨, 트러커도 있고, 자바에서 여자옷 가게를 하는 사람도 있다.

공통점은 생업은 젖혀 두고 두 주말은 현장에서,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등산학교 준비를 위해 고스란히 자원봉사 했다는 점이다. 베이스 캠프에 남아 매 끼니 수 십명분의 식사를 준비한 분들도 마찬가지다. 선배 산악인들은 손수 교육생들의 텐트를 쳐 주고 걷으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교육생들에게 소정의 회비는 받았지만 그 돈으로 소요경비의 3분의 1정도나 충당될까. 나머지는 연맹과 뜻있는 산악인들의 기부에 의해 메워졌다. .

진정한 산 사랑, 산악인의 우애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매번 등산학교가 끝나면 함께 힘을 모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마음은 늘 뿌듯하다.

<글 오석환 KAFA 등산학교 교수부장·사진 김영효 KAFA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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