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려했던 역사 서려있는‘ 메아리산’

2013-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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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틴 에코

▶ 120여년 전 산악철도 화재·홍수에 사라져 정상에 오르면 럭서리 호텔의 흔적만이…

화려했던 역사 서려있는‘ 메아리산’

메아리산으로 불리우는 Mt. Echo의 서쪽계곡인 Las Flores Canyon 전경.

메아리의 산, Mt. Echo- !이 Mt. Echo를 생각하면, 우리 한국인들이 많이 읽은 책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님이 한 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 오른다. 대개 이곳 미국의 산에 얽힌 사연들은, 오래 전의 인디안 전설이나 혹은 백인의 개척기에 있었던 어느 한 두사람의 49er에 관한 이야기에 그치는 데, 이 Mt. Echo에는 그와는 크게 다른 대단히 화려하고도 역동적인 역사가 서려있는 것이다.

때를 123년 전으로 거슬러서, 1890년으로 가보자. 이곳 Pasadena에 37세의 Cornell대 출신의 뛰어난 엔지니어David Macpherson이 있었는데, 그는“구름까지 오르는 철도 (Railway to theClouds )”의 꿈을 가지고, 세계최초의전기산악관광기차(Electric MountainTrolley )를 Mt. Wilson에 부설하려는설계도를 마련하여 그 사업의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이는 요즘으로 말하면 Disney Land 같은 아니면 그 이상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Thaddeus Lowe라는 59세의 백만장자 발명가 교수가 있었고, 그가Macpherson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인허가 문제로 장소가 Mt. Wilson이아닌 Mt. Echo로 변경됐다. AlmarianDecker 라는 39세의 기차관련 엔지니어도 참여하여 안전한 Trolley도 고안해 낸다. 이 세 사람의 주도하에 1983년까지, 1차 구간으로, Mt. Echo의 정상에서 산 아래의 Rubio Canyon까지일직선의 경철도가 부설됨과 더불어,Mt. Echo의 정상에는 객실 70개의 4층짜리 호화호텔과 작은 호텔, 또 관련시설들이 속속 건립되어졌으며, Trolley를 포함한 모든 시설을 흰색으로 마감하여, 산 위에 있어 멀리서도 확연히눈에 띄는, “ The White City”라고 불리게 되는, 세계적인 명소를 탄생시키고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Mt. Echo에서 Mt. Oak(현재의 Mt.

Lowe)까지의 다음 구간은 멀고 험준한공사여서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 이 사업의 소유권이, 1899년에 Jared Torrance (오늘날의 City of Torrance의 이름의 주인공)라는 부동산 부호에게 넘어가게 되었으며, 1900년에는 화재로 4층호텔이 전소되었으나 복구되지 못했다.

■가는 길 : 210 Freeway의 Pasadena인근의 Lake Ave에서 내려 북쪽(산쪽)으로 3.5마일 올라가면 Lake Ave가 끝난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Loma AltaDr이고, 오른쪽은 Cobb Estate라는 사인이 붙어있는 철재 울타리로 막혀 있다.

차를 부근 도로변의 적당한 곳을 찾아주차한다. 주차증( Adventure Pass )은 필요없다. 철재 울타리 사이로 나 있는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등산코스 : Mt. Echo는 등산로 입구에서 보게되는 Sam Merrill Trail을 따라가는, 편도 2.5마일, 순등반고도 1400’로전혀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으며, 달빛등산(Moonlight Hiking) 의 명소로 추천되고 있기도 하다. Sam Merrill Trail은Mt. Echo의 정상을 살짝 비켜가며 “ InspirationPoint”라는 전망대까지 약 5.5마일 에 걸쳐 이어지는데, 우리는 초반의구간만을 가면 된다. 등산로 초입에서길이 왼쪽으로 꺾이며, 얕은 계곡인 LasFlores Canyon의 왼쪽 언덕을 따라가게된다. 2~3분을 걸어가면 물이 없는 개천을 건너 약간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산기슭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부터는 계속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길은 잘 닦여있고 정갈한 흙길이라 걷기에 아주 편하다.

올라가면서 뒷쪽을 보면 바로 밑의시가지모습이 차츰 멀어져 가는것을 느끼게 된다. 1마일 왔음을 알리는 표지말뚝이 길 오른쪽에 나온다. 길변으로는Black Sage, Shank, Laurel Sumac 등의초목이 무성하고 때때로 예쁜 꽃들도피어 있다. 요즘의 계절을 감안하면, 대체로 노랑 꽃은 Monkey Flower일 공산이 크고, 빨강 꽃은 Indian Paintbrush일수 있겠다. 더 가다보면 2마일 표지말뚝이 나온다. 이제 반마일 남았다. 이마에땀이 나고 목이 마를 수도 있겠다. 잠시걸음을 멈추고 주변 계곡과 산의 풍경을 즐기고, 심호흡도 몇번하여 산의 풋풋한 기운을 몸속깊이 채워 넣자. 마침내 오름길이 다 끝나고, 좌우로 벋어있는 넓은 길에 올라선다. 우측으로 간다.

불과 100m쯤을 가면, 왼쪽 길변의 대단히 큰 철제 기어 ( Bull Wheel )를 비롯한 “ White City”의 옛 자취가 여기저기남아있는 Mt. Echo의 정상부근이 된다.


넓은 길이 끝나는 곳엔 3줄짜리 철로가 10미터쯤의 길이만큼 남겨져 있다.

원래는 여기서 직선으로 0.5마일을 급경사로 내려가며, 산아래Rubio Canyon에까지 부설되어 있었단다. 왼편에 위로 오르는 계단이 아직 남아 있는데, 이를 오르면 120여년에 걸쳐 수백만명의 선남선녀가 바로 이 계단을 오르고 내렸다 주건물인 호화호텔“ Echo Mountain House”가 자리했던 곳이다. 큰 건물이 있던 흔적이 여기저기 완연하다.

좀더 안쪽으로 걸어가면 사람들이뒷쪽의 산들과 계곡(Castle Canyon)을향해 “ 야호~”라고 외쳐, 되돌아오는 메아리(Echo)를 즐길 수 있도록 나팔모양의 메가폰( Echophone)이 설치되어있다. 메아리가 가장 여러 번 반복되는Sweetspot이 바로 이 자리라는데, 그옛날에 Boy Scouts대원들의 실험을 통해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산 이름의배경을 이젠 확실히 알게 된다. 세월따라 모든 것들이 사라졌어도 아직 생생히 살아 있는 메아리를 불러내 볼 수있는게, 그나마 위안이랄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석양 무렵에 특히메아리가 여러번 잘 응답해왔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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