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붉게 물든 낙조ㆍ신이 빚은 기암괴석에 탄성

2013-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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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키부대 막사엔 전쟁상흔 오롯이 김대건 유해 안치된 백령성당 보며 천주교의 사랑ㆍ순교 정신 되새겨 두무진 일몰ㆍ늘어선 기암괴석 일품 용기원산 오르면 백령도가 한눈에

붉게 물든 낙조ㆍ신이 빚은 기암괴석에 탄성

두무진과 함께 백령도를 대표하는 여행지는 심청각이 다. 인당수를 배경으로 자리한 심청각에서는 북한의 장 산곶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붉게 물든 낙조ㆍ신이 빚은 기암괴석에 탄성

백령도 두무진의 일몰.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도 두무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다.

백령도는 우리 땅의 서쪽 끝이자 북쪽 끝이다. 중국 산둥반도와 190여km,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는 10km 거리다. 백령도와 인천을 오가는 뱃길이200km 남짓이니 서울보다 북한이나 중국과 가까운셈이다. 그러다 보니 백령도는 군사적ㆍ문화적 요충지다. 백령도가 군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서해의 외딴섬 백령도는 한국전쟁 당시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 받았다. 특히 휴전을 앞둔 전쟁 막바지에는수시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 중심에 동키부대(백호부대)가 있었다. 동키부대의 전신은‘장연군무장대’.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1.4후퇴 이후 백령도로 숨어들었고 유격ㆍ첩보부대로 재편됐다. 백령도와 대청도를 주둔지로 삼은 동키부대는 휴전 때까지 수많은 전공을 세웠다.

전쟁의 판세를 뒤집은 인천 상륙작전이 성공한것도, 서해 북방 한계선이 지금의 위치가 된 것도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백령면 진촌리‘ 진촌공공하수처리시설’ 옆에는 동키부대원들이 사용하던 작은 우물이 있는데 그 맞은편 막사가 동키부대원들이 머무르던 곳이다. 북한의 장연군이 바라다 보이는 백령면 진촌면 마을 언덕에는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백호부대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백령도는 군사관련 유적이 많은 곳이지만 시간을 조금만 돌려보면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평화와 사랑의 상징인 종교의 씨앗이 뿌리내린 곳이 백령도이기 때문이다.


200여년 전인 1816년 영국 함대 두 척이 중국주재 대사를 수송하는 임무를 마친 뒤 우리 서해안에서 해로탐사를 실시했다. 이를 계기로 16년뒤인 1832년에는 최초의 내한 선교사 귀츨라프가백령도를 찾았다. 백령도의 기독교 역사는 중화동교회가 설립됨으로써 완성된다. 1898년 개화파정치가 허득이 설립한 중화동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로 백령도에 있는모든 교회의 모교회(母敎會)다. 백령도의 선교역사는 중화동교회 옆에 있는 백령기독교 역사관에서만나볼 수 있다. 중화동교회 입구 계단의 옹진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천연기념물 521호)도 놓치지말자. 높이 6.3m에 수령 100년 안팎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무궁화로 알려져 있다.

백령도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는 1846년 백령도를 통한 선교사 입국 루트를 개척하다 관군에게 붙잡힌 뒤 새남터에서 순교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후 그가 개척한 루트로 프랑스 선교사 17명이 입국하기도 했다. 1984년 한국 천주교창립 200주년을 맞아 내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김대건 신부와 당시 선교사 6명을 성인품에올렸다. 백령면 진촌리에 위치한 백령성당에는 김신부의 유해 일부가 안치돼 있다.

백령도는 역사적 가치만큼이나 자연경관도 빼어나다. 그 중에서도 두무진 일대는‘ 신들의 조각품’이라는 애칭에 걸맞은 절경을 자랑한다. 해안가에 늘어선 거대한 암석들이 마치 무리지어 있는장군들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두무진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명승 8호로 지정됐다. 주변의 선대암과 형제바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도두무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다. 두무진전망대까지는 두무진 포구에서 이어지는 호젓한산책로를 따라가면 된다.

2층으로 된 심청각에 들어서면‘ 심청전’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천연비행장으로 불리는 사곶사빈(천연기념물391호)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비행기가 뜨고내릴 수 있는 세계에서 두 군데뿐인 해변으로 유명한데 4km에 이르는 해변과 완만한 수심 등 해수욕장으로도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남포리 콩돌해변(천연기념물 제392호)에서는동글동글 작은 자갈들이 파도에 떠밀리며 쉴 새없이 재잘거린다.

용기포 옛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용기포 등대와등대해변은 두무진과 또 다른 멋을 자랑하는 기암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고봉포구의 사자바위와 창촌포구의 용트림바위도 멋스럽다. 백령도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용기원산 전망대에 올라보면 좋다.


<정 리 - 우 현 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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