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로하 광장]과거 죽이기

2013-05-31 (금) 12:00:00
크게 작게
작가 김정빈
무량사 법사

근래에 가수 조용필 씨가 새로운 곡을 발표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조용필’이라면 이미 예순을 넘긴,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노인이라 불러도 좋은 연배의 가수입니다. 그렇지만 이 말은 육체에 한한 것일 뿐이었나 봅니다. 이번에 조용필 씨가 발표한 곡과 창법은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새롭고 신선했다는 평을 받은 것으로 보아 말입니다. 이것은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함께 따라 가면서 호흡해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아는 한 시대를 따라가면서 뒤처지지 않은 점에서 우리 가요 역사상 조용필 씨를 능가할 가수는 없습니다.

저도 그에 포함이 됩니다만, 지금의 나이 든 세대에게 가장 훌륭한 가수를 꼽으라면 이미자, 패티김, 조용필 세 사람을 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자 씨는 트로트의 여왕으로서 무수한 히트곡을 내어 대중을 위로해준 분이고, 패티김 씨는 서구적인 이미지를 가진, 가창력이 매우 뛰어난 가수였습니다. 세 분 다 매우 훌륭한 가수이기 때문에 각각 자신만의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점이 있습니다만, 조용필 씨의 훌륭한 점만을 말한다면, 조용필 씨는 다양성 면에서 앞의 두 분보다 뛰어났습니다. 조 씨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적 칼라를 바꿔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노래에는 트로트 음악도 있고, 댄스 음악도 있으며, 심지어는 오늘날 기준으로 랩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음악까지, 갖가지 음악 장르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조 씨는 새로운 곡을 발표함으로써 자신의 음악적 다양성을 더욱더 풍부하게 한 것입니다.


저는 문학 예술 분야에서 활동해온 사람으로서, 자기의 예술적 칼라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신적인 죽음, 즉 이미 익숙해진 한 세계를 버린 다음에라야 시도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조용필 씨처럼 자신이 그 익숙한 세계가 큰 성공을 거둔 곳이라면 그것을 버리고 떠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필 씨는 그 어려움을 거쳐 번번이 성공을 거두었으니, 그에게 ‘가왕’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과거를 버리는 것, 그럼으로써 현재와 미래에 충실한 것, 그 신선하고 용기있는 마음 가짐과 행동은 비단 예술가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은 아닙니다. 사람살이 또한 그것을 요구합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기억이 쌓인다는 것이고, 기억은 과거에 속합니다. 따라서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과거의 사고와 기준에 머물러 그것을 고집하는 예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젊은이는 현재와 미래를 보고 살기 때문에 꿈과 희망과 신선함에 가득 차 있고, 새로운 사조를 쉽게 받아들입니다.

과거를 기준삼지 맙시다. 새로운 것을 불편없이 받아들이는 유연한 마음을 가집시다. 신선한 정신으로 자신을 일깨웁시다. 언제나 이슬처럼 맑고 새로운 마음으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미국 하와이에서 하루하루를 예술적으로 창조하며 살아갑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