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리웃 영화, 화끈한 러브신이 확 줄었다

2013-05-17 (금)
크게 작게

▶ 10대 남자애들이 주 타겟 관객이라 각본에 야한 장면 넣어도 영화사들이 삭제 인터넷 `섹스물’ 넘치는 것도 한 이유

할리웃 영화, 화끈한 러브신이 확 줄었다

‘리스키 비즈니스’‘언페이스풀’‘고스트’‘7파운드’‘치명적 매력’‘텔마와 루이즈’(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요즘 할리웃의 메이저들이 만드는 영화에서 두 남녀 스타 간의 화끈하고 멋있는 러브신을 찾아 보기가 가뭄에 콩 나듯 하다고 연예전문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최근 보도했다. 잡지는 당신들은 최근에 언제‘고스트’에서의 패트릭 스웨이지와 드미 모어,‘빅 이지’에서의 데니스 퀘이드와 엘렌 바킨 그리고‘치명적 매력’에서의 마이클 더글러스와 샤론 스톤 간의 러브신처럼 에로틱하고 뜨겁고 또 관능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러브신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잡지는 지난해에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의 영화 중 단 한편도 이런 러브신이 있는 영화가 없었다면서 지난해에 나온 영화 중 노골적이요 감각적인 러브신이 있는 영화는 ‘트와일라이트 사가: 브레이킹 던-파트 1’ 하나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두 스타가 농도 짙은 러브신을 보여준 영화로 그 해 흥행 1위를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나온 ‘타이태닉’이었다.

각본을 검토하는 마케팅 회사의 한 간부는 “요즘 각본에서 섹스신을 읽기가 매우 힘든데 할리웃 섹스신은 이제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라면서 “각본가들이 섹스신을 써도 어차피 최종 과정에서 영화사들에 의해 삭제되기 때문에 아예 쓰지를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섹스는 팔린다’라는 과거 할리웃의 금언이 요즘 이토록 괄시를 받고 있는 첫째 이유는 지난 1990년대부터 스튜디오들이 주관객의 목표를 10대 남자들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수퍼히어로와 폭발과 몸에 꼭 끼는 셔츠를 입은 여자들은 좋아하나 로맨틱한 얘기는 기피하고 있다.

배우들의 벗은 몸이 보이는 뜨거운 러브신이 있는 영화는 17세나 돼야 볼 수 있는 R등급을 받게 마련으로 이렇게 잠재 관객의 수를 제한하는 영화를 만들기를 스튜디오들은 꺼려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많은 영화들의 등급은 13세 이상이면 볼 수 있는 PG-13이다. ‘치명적 매력’의 감독 에이드리안 린이 지난 2002년 섹시한 ‘언페이스풀’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지 않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인터넷 탓. 단추 하나만 누르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성적 이미지와 비디오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구태여 돈을 주고 짙은 러브신을 주요 플롯으로 삼은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은 영화보다 HBO나 시네맥스 같은 페이 TV 프로그램들이 더 화끈한 섹스신을 보여준다. 이런 TV 채널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전부 18세 이상인데다가 그런 장면을 집에서 사적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유는 점점 더 가공할 시각효과를 만들어내는 컴퓨터 특수효과에 드는 돈이 과외로 찍어야하는 섹스신 촬영 비용보다 저렴해지고 있는 것. 특히 섹스신은 예고편에서 보여줄 수가 없어 본 영화와 예고편을 따로 찍어야 한다. 예고편은 영화 흥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에 나온 영화들 중에도 노골적인 섹스신을 담은 것이 있었다. 존 호크스와 헬렌 헌트가 나온 ‘세션즈’와 마리옹 코티야르의 ‘러스트 앤 본’ 그리고 미셸 윌리엄스가 나온 ‘테이크 디스 월츠’ 등이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모두 인디 아트하우스 영화거나 외국어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은 처음부터 성인 관객을 목표로 만들기 때문에 R등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잡지는 돈 놓고 돈 먹는다는 스튜디오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관객들은 과거와 같은 농염한 러브신이 있는 영화들을 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