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속 정릉계곡’ 한국 분위기 만끽

2013-05-17 (금)
크게 작게

▶ 아이스하우스 캐년

‘미국 속 정릉계곡’ 한국 분위기 만끽

한 등반객이 아이스하우스 캐년 등반길에 향나무(incense cedar) 곁을 통과하고 있다.

우리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LA 지역의 산행이 한국과는 여러가지로 다른 상황이지만, 그래도 특별히 한국적인 분위기를 다소라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곳이 Claremont와 Upland뒤쪽에 위치한 Mt. Baldy(공식 명칭은Mt. San Antonio)의 주변 골짜기인 IcehouseCanyon이다.

이곳은 흔히 우리 한국인 등산인들이‘ 정릉계곡’이라고 별칭하며, 많은 분들이 다니면서, 우거진 숲 그늘과 싱그러운 공기, 맑고 시원한 물들이 좋아,잠시 발길을 쉬며,‘ 봄눈 녹아 흐르는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의 경지의 풍류를 잠시 즐기는 곳이다(겨울에는 대단한 눈과 얼음의 골짜기가 된다).

또한, 산을 오르고 내리는 가운데 제법 많은 등산객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한국과 조금은 더 유사한 풍정의일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은 등산의 시작점(trail head)의 고도가 4,920’(1,500m)가 되어, 한국으로 하면 오대산 정상(1,565m)에 버금가는 높이가 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덥지가 않아, 요즘같이, 봄이 지나면서 날씨가 차츰 더워지고 있는 시절엔, 특히 주말 산행지로 적극 추천할 만하다.


원래 이곳은 1860년대에 얼음공장이 세워져 원근의 주민들에게 얼음을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정도였으니 이곳이 고래로 냉기가 대단한 곳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냉장고가 없던시절임을 감안하면, 그 당시엔 꽤 바쁘게 돌아가는 괜찮은 사업이었겠다. 그래서 이 계곡의 먼저 이름이었던 CedarCanyon 대신 Icehouse Canyon으로불리게 되었으나, 1938년에 있었던 LA지역의 큰 홍수로 휩쓸려 사라지고, 그이름만 남았을 뿐이란다.

■가는 길: 210번 Freeway 상의Mountain Ave.에서 내려, 이 길을 따라북쪽(산쪽)으로 향한다. 약 1.5마일을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졌다가완만하게 왼쪽으로 둥글게 돌아가며산줄기의 초입으로 들어가는데, 계속왼쪽의 큰길을 따르다보면, Mt. BaldyRoad를 만난다(Freeway로 부터 약 4마일 온 지점). 우회전하여 Mt. BaldyRoad를 따라 올라간다. 약 4마일을 더가다보면, 작은 시가지가 길 양쪽으로형성되어 있는 지점에 닿는다. BaldyVillage이다.

왼쪽에 있는 Visitor Center를 찾아들어가 주차하고(잘 구비된 화장실이 있다), 사무실에 가서 free permit을 받고다시 2마일을 더 올라간다.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는 곳에 이르면 Mt.

Baldy Road를 버리고 직진한다. IcehouseCanyon Road이다. 200m 쯤 들어가면 길이 끝나고 큰 주차장이다. 화장실이 있다. 북쪽으로 있는 등산 시작점을 쉽게 볼 수 있다.

■ 등산코스: 이 ‘얼음집 계곡’의 등산로는 계곡의 최상단이라고 수 있는 Icehouse Saddle(7,580’ )까지의 편도거리가 3.6마일이며, 순 등반고도가2,660’로 보통의 난이도라고 하겠다. 등산의 완전초보자에게는 다소 힘들게느껴질 수 있겠으나 꼭 어디까지 올라가야 된다는 법은 없으므로 각자의 체력이 미치는 곳까지, 숲에서 번져 나오는 싱그러운 냄새를 맡으며,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산 바위 나무꽃 물 구름 바람 등의 아름다움을 느껴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오르면될 일이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면, 도시생활에서 스며든 심신의 예탁이 씻어지는 증표일 테니,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처음 1마일 정도는 계곡을 흐르는물이 있어 이를 오른쪽에 두고 계곡의왼쪽 기슭을 따라 오르게 된다. 오리나무 방울나무 단풍나무 삼나무 등이무성한 가운데, 울퉁불퉁한 돌들 사이로 이어져 오르는 길을 가노라면, 가끔씩 그 옛날에 지어졌을 산장들을 지나치게 된다. 1마일을 가면, Cedar Glen을거치며 1.8마일 더 길게 오르는 곁길이왼쪽에 나오는데, 그냥 직진한다. 1.5마일쯤에 들어서면 수백 년을 자랐을 장대한 장군 송들이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상서로운 기운으로 감싸며 격려해준다.

집채 같은 바위들도 우리를 반긴다.

Cucamonga Wilderness로 들어섬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1.8마일 지점으로 절반을 올라온 것이다. 다시 기운을 내어 물이 없는 마른 천을 건너면,곧 2마일 왔음을 알리는 말뚝이 나온다.


2.4마일쯤엔 오른쪽 길 바로 아래로 약수터가 나온다. 매발톱꽃 샘(ColumbineSpring)이다. 일 년 내내 맑고 차가운 물을 내어 준다.

갈증을 느끼는 우리 등산객은 물론이지만, 특히 인근의 동식물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수 그 자체일 것이다.

이젠 길이 왼쪽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Cedar Glen을 거쳐 올라오는 길이 왼쪽에서 합류한다.

오른쪽 길을 택해 올라간다. Manzanita가우거진 사이로 좁게 나 있는 길을 지나면 이내 넓게 탁 트인 청아한느낌의 송림이다.

여기가 오늘의 목적지인 Saddle이다.

고도가 2,312m로 남한의 제1봉인 한라산(1,950m)보다 훨씬 높은 곳에 지금 서 있는 것이다. 무성한 낙락장송들이 시원한 바람을 아낌없이 쏟아내어흐른 땀을 닦아준다. 땀이 가시면 곧추위를 느끼게 되므로 바람막이 옷이꼭 필요하다.

표지판들에서 알 수 있듯이, 등산이익숙한 사람들은 여기서 세 갈래 네갈래로 나뉘는 길을 따라 주변의 봉우리들을 향해 1~4마일씩을 더 올라가는 산행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훗날을다짐하며 포근한 곳을 찾아 쉬면서 점심도 먹는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310)259-6022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