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는 날고 사람은 달린다”

2013-05-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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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방 비 부동산 로렌 하잇

1936년 베르린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한 젊은이가 힘차게 결승점을 지나고 마라톤을 제패한다.

한국사람이면 모두가 아는마라톤 영웅 손기정이다. 일본강점기 시절이라 일장기를 달고 울분을 안고 달려야 했던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꼭 다문입과 표정없이 앞만 보고달리던 그의 모습을 우리는기억한다.

여기 그와 비슷한 사람이있다. “에밀 자토펙”실존했던첵코의 육상선수다. 1952년헬싱키 올림픽 5,000미터와10,000미터 육상에서 금메달을, 그리고 난생 처음 뛰어본마라톤 종목 참가를 마지막순간에 결정하고, 그마저도 금메달로 끝맺은사람이 있다. 올림픽 3관왕의 탄생이다. 오늘은프랑스 문단의콩크르상 수상작가인 “장 에뉴노즈”의 <달리기>를 소개한다. 전설적 육상선수‘에밀 자토펙’의실존전기 소설이다. ‘인간 기관차’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로 불렸던첵코의 영웅 이야기다.


신발 공장의 견습공으로 시작하여 평소에 운동에는 관심도 없었던 그가, 반 강제적으로 참가한 달리기 시합에서 자신의 숨겨졌던 자질과승부욕을 발견하게 된다. 트레이너도 없이 트랙에 섰던 그는 마치 기계와 같은, 어찌보면 괴상 망칙한 주법으로 무조건 빨리 달리기에만 열중한다. 주위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속도를 높이는 데만집중했다. 장거리 경기에서는 머리와 팔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낳는다고 한다. 그런데 에밀은 정반대였다. 그는 팔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힘을 너무 위에서 줘서이상한 동작선을 보이기도 하고, 팔꿈치는 무거운 짐을 든것처럼 잔뜩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의 뛰는 모습은 자신의 그림자와 싸우는 권투 선수 같았고, 그의 몸통 전체는고장나서 삐걱 거리는 고통의기계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남들처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가끔 에밀이 아무렇게나 한다고 말했다. 마치한 인생 여정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을 싶다.

달리기를 향한 맹목적인 열정, 그리고 다가오는 그 순수한 쾌감!마라톤의 뼈를 깎는고통과 시련을 말 그대로 다짊어지고, 고통을 즐기는 듯한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피곤해져 속도가 느려 질것 같으면 오히려 속도를 높이기에 애를 쓴다. 혹자들은이 모습을 아름다운 자태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 옛날 ‘밀티아데스’ 장군이 아테네에 승전보를 가장빨리 전하기 위해 그의 전령‘필리피데스’를 보낸 뒤부터유래된 마라톤 경기, 40여 킬로의 땡볕아래 달려온 전령은소식을 알리고 죽고 만다. 이렇듯 괴로운 경기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으며, 고통의 연속된 모습을 주인공 에밀은평온의 경지에서 뛰어간다. 중간 지점, 반환점에 이르면 거기에서 ‘에밀’은 고개를 돌려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스웨덴 선수나, 영국 선수, 함께달려왔던 경쟁자들에게 고마움을 보낸다.“ 좋았어요, 여기까지 함께 와 줘서 고마웠어요”“ 하지만 이제 헤어질순간이군, 나는 가야만 하네!” 성실한 ‘전력질주자’였던 에밀은 결승선까지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우승을 차지한다. 그의 스타일이다.‘ 고통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단다.

그리고 바람의 소리를 노래로들었단다. 기막힌 자기 수련방법이 아닌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그리고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놀라지 말자! 그리고 느슨해지지 말자“.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는 주인공 ‘에밀 자토펙’의독백처럼, 아직도 남은 우리들의 앞길을 달음박질 치며 나아가야 하니까!(213)761-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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