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로하 광장]가족관계의 양면성

2013-05-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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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정빈
무량사 법사

가정의 달 5월 가족관계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에 한 부인이 저를 찾아와 하소연을 했습니다. 내용인즉, 자신의 남편은 남들에게는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는데, 자신에게는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언짢은 일이 일어나곤 하는데도 남들은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 분은 호소했습니다. 남들은 남편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그렇듯 친절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족들에게도 친절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날까요. 그것은 예로 든 남편이 엄격한 도덕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도덕율에 입각하여 그분은 자신이 남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경우 자신을 심하게 나무랐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자신의 가족에게 확대, 적용했던 것입니다. 그분의 자신의 기준을 가족에게 확대, 적용한 것은 자신의 가족이 남이 아니라 자신의 연장, 즉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와 가족은 한편으로는 남남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나입니다. 나와 가족은 각각 다른 몸,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고,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관계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 분은 이 두 면 중 가족은 또 다른 나라는 면에서 가족이 남들에게 친절하지 못할 경우 그 행동을, 마치 나를 나무라듯이 엄격하게 나무랐습니다. 그러니까, 그분의 아내에 대한 나무람에는 그분이 아내를 자신처럼 생각한다는 좋은 의미, 사랑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좋은 마음이 나무람의 형식으로 나타나게 되면 아내 쪽에서는 그 말을 남편과 나는 남남이라는 면, 즉 불편한 면에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저는 먼저 남편의 생각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남들에게 친절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한 법부터 배워야만 합니다. 그분이 현재 갖고 있는 기준은 남들에 대한 친절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렇듯 한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은, 그것이 비록 남들에 대한 친절이라는 고귀한 생각일 경우일지라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생각은 남에게도 친절하고 자신에게도 친절한, 남들을 사랑하되 자신에 대한 사랑도 잘 유지하도록 이끄는 생각입니다.

한편, 아내 쪽에서는(남편도 또한) 부부 간의 관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부부는 한편으로는 각각 자기만의 몸과 생각을 가진 남남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대는 나요, 나는 그대인 관계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런 다음 남편이 자신의 행동을 나무랄 때 그 나무람의 배경, 즉 아내를 자신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남편의 생각, 남편의 사랑을 헤아릴 줄 알아야만 합니다. 물론 그렇듯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스리고 닦아야만 하는 것, 그것이 ‘마음 공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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