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곱 단계의 사회계급

2013-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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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요즈음의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빛 좋은개살구’란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과 비교하면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그때보다 두세 배는 바쁜 듯 보이는데 거래 성사가쉽지 않아서 애타고 있다.

지인들로부터 부동산을 구입하고 싶다는 부탁이나 구입문의 전화가 많아서 시장 분위기는 아주 좋지만 마땅한 소개할 매물이 부족해서 좋은 결과는 없고 몸만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간혹 바이어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어서오퍼를 써 넣어도 다른 더 좋은 조건들의 오퍼들 때문에 낙방하기 일쑤라는 것은 이미 보편화 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은행 차압매물이나 숏세일 매물에서나 볼 수 있던 일들이었는데, 지금은 새로나온 일반 매물에도 수십 명의 바이어가 몰려들고 있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한인들이 선호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거의 전지역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인종이나 지역을 불문하고 사람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사는 것 같다.


집값이 폭락해서 아주 싸게 시장에 나올 때는 더 떨어질 것이 두려워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었는데 이제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르고상승세에 있다고 하니 너도 나도 구매 대열에서있는 모습이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겠다. 오늘 받은 정확한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일년 동안 LA카운티가 23.8%, 오렌지카운티가25% 집값이 올랐다. 그동안 너무 많이 떨어져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단숨에 치고 올라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 집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인지가 의문인데, 대답은‘그렇다’이다. 상승의 폭은 줄어들겠지만 어느 한계까지는 조금씩 올라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튼, 미국은 이렇게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훈풍이불어오고 있지만 한국의 부동산 경기는 아직도 매매가 거의없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큰 임팩트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보인다. 그 이유로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사람이 한국 국민의 대다수가 되어 있고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중산층의 감소’에 있다고 한다.

여기서 거론되는 중산층, 이 중산층이 많은국가가 건강한 나라 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선진국가들이 중산층 비율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에, 시청자 수로 따졌을 때 세계 최대의방송국인 영국 BBC가 국민들의 소득, 저축, 소유한 주택의 규모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나 문화생활의 수준 등 사회생활의 형태 등을 토대로 현대사회에 맞는 새로‘7단계의 계급 모델’을 제시했는데 알아둘 만하다.

이제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상류층, 중산층, 저소득층의 계층 분류보다는 좀더 세분화된 분류이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소득을 중심으로 사회집단을 분류해 왔고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에 상류, 중산, 저소득의 노동자 등 세 계급으로 분류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현대사회의계층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고,BBC가 광범위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하여 새로운 사회계급을 나눈 것이다.

이 새로운 일곱 단계의 사회계급은 엘리트,안정된 중산계급, 기술적 중산계급, 부유한 신노동자계급, 전통적 노동자계급, 신흥 서비스노동자계급, 그리고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 이다. 이 계급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소득, 재산 등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 즉, 직업뿐만 아니라 문화생활을 포함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하느냐 아니면 스포츠를 하느냐, 클래식을 듣느냐 아니면 재즈를 듣느냐에 따라 계급이 달라진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취미가 저속하면 계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즉 계급을 결정하는 전통적 기준인소득을 비롯한 경제력, 교육 수준과 함께 인맥등의 사회적 자본, 그리고 문화적 자본 등을기준으로 계층을 정했다. 연구를 심도 있게 한BBC의 기준에 따르면 물질주의적 가치관을바꾸고 취향이 고급스러워지면 신분이 올라가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고 한다.


이미 프랑스의 사회계층의 기준은 외국어 1개 이상 구사, 악기 1개 이상 다루기, 남들과 다른 특별한 요리법,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약자를 돕는 등의 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상류층을정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새로 나눠진 일곱 계층의 특징을 보면 우선 최상위의 ‘엘리트’들은 다른 집단에비하여 사회적이나 문화적으로 최고의 위치에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특별히 우월하다고 한다.중산층도 전통적인 중산층에 가까운 ‘안정된중산계급’과 새로운 ‘기술적 중산계급’으로 나뉜다. 그 아래의 계층도 전통적 의미의 노동자계급은 쇠퇴하고 대신‘ 풍족한 신노동자 계급’‘신흥 서비스 노동자 계급’으로 분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풍족한 신노동자 계급은 도시의젊은 노동자들이며 소득은 중간 수준이지만사회적 문화적으로 높은 수준을 누리는 계층이다. 이에 비하여 기술적 중산계급은 돈은 많이 벌지만 사회적 인맥이 거의 없고 문화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느 계급에 속해 있나?’ 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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