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구입전쟁’시대 다시왔다

2013-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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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금슬금 오르는 가격 집도 보기전 오퍼 먼저 오픈 하우스 줄서 입장

▶ “감정가 낮게 나와도 거래취소 안돼” 바이어에 노골적 차액지불 요구도

■‘셀러스 마켓’각종 사례들

주택시장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주택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매물공급이 꽉 막혀 집을 사는 일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매물 부족난’은 해결 기미가 없지만 주택거래가 증가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바이어가 급증하면서 주택구입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 집 장만’의 부푼 꿈을 안고 최근 집을 보러 다녀본 경험이 있다면 주택시장의 실상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리스팅 가격을 슬금슬금 올리는 셀러가 대부분인데다 거래조건도 바이어들에게는 불리하기 짝이 없다. 특히 첫 주택 구입자 등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현지 바이어들은 현금 사정이 우수한 투자자나 해외 바이어들에게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선 오퍼, 후 방문시대


집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이같은 의심이 있다면 집을 사기는 쉽지 않겠다. 집을 내놓기만 하면 보러 오지도 않고 집을사겠다는 오퍼를 먼저 집어넣고 보는 바이어를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퍼 먼저 제출하고 집을 보겠다는 ‘선 오퍼, 후 방문’시대가 이젠 주택시장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예전같으면 집을 보지도 않고 사겠다는 바이어의‘ 진정성’이 의심돼 셀러들의 환심을 사기 어려웠지만최근‘ 선 오퍼’ 바이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데다 자금 증명서까지 첨부해 리스팅을 낚아채는 비율도 높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에 따르면 최근 시클리프 지역에 나온 침실 4개짜리 리스팅은 집을 보지 않고 오퍼를 넣었던 이른바 ‘블라인드’바이어에게 팔렸다. 리스팅이 나오자마자 오퍼가 쇄도했는데 이 중 가격이 가장 높은 2건의오퍼는 중국에 거주하는 바이어들로부터 제출된 오퍼였다. 당초 리스팅 가격은 약 280만달러로 높은 편이지만 두 건의 중국인 오퍼 모두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캐시 오퍼’여서리스팅 에이전트와 셀러 모두 놀랐다. 결국 오퍼두 건 중 리스팅 가격보다 무려 30만달러를 더써낸 바이어가 리스팅을 ‘낙찰’ 받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 선 오퍼, 후 방문’ 추세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바이어들과의 구입경쟁을 피해 선수를 치겠다는 바이어들의과도한‘ 부지런함’이다. 다른 이유로는 인터넷 기술과 리스팅 홍보기술의 발달로 방문 없이 지구반대편에서도 리스팅 사진을 얼마든지 감상할수 있고 위성지도 사진을 통해 지역의 느낌을 접할 수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오퍼를 먼저 제출한다고 해서 집을 전혀 볼 수없는 것은 아니다. 에스크로 절차가 시작된 후 일정기간 내에 집안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홈 인스펙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 기간을 활용, 집을 점검한 뒤 거래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 오픈하우스, 줄 서서 입장하세요

LA 동부지역에서 생애 첫 주택 장만의 꿈을안고 집을 수개월째 집을 보러 다니는 젊은 부부는 최근 희한한 경험을 했다. 맘에 드는 리스팅두 채를 찾아 그동안 집을 보여준 에이전트에게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했다.

두 채 모두 주택시장에 나온 지는 수일 됐지만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주말에 열리는 오픈하우스 단 한 차례뿐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다행히 두 채가 그리 멀지 않아 같은 날 에이전트를대동해 두 채를 모두 보기로 일정을 잡았다.

오픈하우스 개시 시간보다 약 30분 전에 첫 번째 오픈하우스 집 앞에 도착했는데 이미 바이어나 에이전트들의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여러 대도착해 있었다. 개시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차량은더 늘어나 젊은 부부 바이어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오픈하우스의 문이 열리자 마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처럼 바이어들이 물밀듯이쏟아져 입장하며 약 1,500평방피트 규모의 집이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부는 집을 어떻게 구경했는지도 모르게 보고 나서 오퍼를 써보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급히 빠져나와 두 번째 오픈하우스로 향했다.


두 번째 오픈하우스에서 부부 바이어가 목격한 장면은 더욱 가관이었다. 해당 오픈하우스 입구에 첫 번째 오픈하우스에서 낯이 익은 바이어와 에이전트로 보이는 무리들이 한 줄로 줄을 길게 늘어선 것. 부부는 오픈하우스가 예정보다 지연돼 그런가 보다 하며 할 수 없이 줄을 섰다. 줄을 서서 가만히 보니 오픈하우스에서 바이어가한 무리씩 나오는 것이었다. 오픈하우스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됐고 집을 보려면 차례를 기다렸다가 한 그룹씩 보라는 것이었다. 부부 바이어는함께 데리고 간 아기가 햇볕아래 피곤해 할까 봐결국 ‘집 구경’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 거래가 vs 감정가’ 차액은 바이어 몫

집값이 오르고 바이어가 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셀러가 많을 것이다. 한동안 주택 시세와 모기지 대출금이 역전돼‘ 깡통주택’ 주인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최근 이같은 오명에서 벗어나는 셀러도 늘고 있다. 집을 팔아야 하는 셀러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셀러들의 기분을 찜찜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주택 감정가. 주택시장 상황이 갑자기 셀러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급반전해 집값을 올려서 내놓아도 팔릴 것 같은데 주택 감정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다.

셀러들의 이같은 우려대로 주택시장의 상황이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실제로 주택 감정가는 빠른 속도로 오르는 시세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금융위기로 엄격해진 주택 감정가 기준 및 절차가 여전히 남아 있어 주택 감정가가 거래가보다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낮은 감정가 나오면 주택거래가 취소되는 주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거래가와 감정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더라고 차액을 바이어가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셀러가 늘었기 때문이다. 아예 주택 감정가가 낮게 나오더라도 바이어가 거래를 취소할 수 없고 지속해야 한다는 조건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셀러도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따라서 바이어라면 최근매매된 주택거래 가를 통해 감정가를 최대한 예측해 보고 리스팅 가격과의 차이를 신중히 판단한 뒤 셀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겠다.

◆ 구입전쟁 시대 재도래

주택구입 전쟁 시대가 다시 찾아 왔다. 이제는리스팅 한 채에 복수오퍼가 제출됐느냐가 아니라몇 건의 오퍼가 제출됐는지가 관심사인 시대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이 해당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약75%의 에이전트가 다른 바이어들과 오퍼 경쟁을해야 했다고 답변했다.

오퍼 경쟁은 주택구입 수요가 높은 가주에서가장 치열하고 보스턴, 워싱턴 DC, 시애틀, 뉴욕등 대도시 등지로 퍼지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 남가주 등에서 지난달오퍼를 제출했던 에이전트들은 타 바이어들과 경쟁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 원 기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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