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형 투자자 매물 싹쓸이, 약일까 독일까?

2013-04-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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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 후 임대 가능한 40만달러 미만 타겟 실구매자 오퍼 경쟁 가열 부작용 지적 속 주택시장 회복과 가격 안정화 도움 평가도

남가주 주택시장에서 매물 부족 현상 심화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투자자들의 왕성한 구매 활동이 지적된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확인했다는 심리가 퍼진 뒤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갖춘 전문 투자기관들이 마치‘쌍끌이’ 어선처럼 주택 매물을 빨아들이고 있다. 주로 40만달러 미만의 주택 중에서도 수리 후 임대가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매물에는 어김없이 투자자들의 오퍼가 제출돼 실수요 구입자들을 울리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매물‘싹쓸이’ 현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매물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한편 상태가 불량해 주택시장에서 처분 불가능한 차압매물에 대한‘소화제’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90년대 중반 구입 후 곧바로 높은 가격에 되팔아 주택가격을 올리는‘플리퍼’들의 투자와 달리 최근 투자자들은 구입 후 임대주택으로 전환 높은 임대 수요를 충족시켜 준다는 평가도 있다. 남가주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부동산 투자업체들의 주택투자 열풍에 대한 월스트릿 저널의 진단이다.

■‘더 사 둘 걸’, 투자용 주택 구입 적기 이미 지나갔을 수도

투자 그룹의 제프 핀타 대표는 최근 하루 만에 차압시장에 나온 단독주택 12채를 구입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주택 구매량이지만 핀타 대표는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1년 전쯤 진작 대량 주택구입에 나서지 않았나 하는 회한이다.


“주택시장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는 핀타 대표가 주택투자를 시작한 시기는 약 4년 전쯤. 주로 40만달러 미만대의 단독주택을 구입해 월 1,000달러에서 많게는 3,800달러의 임대료 수익을 챙기자는 것이 그의 투자 목표였다. 그랬던 그는 현재 오렌지카운티 등 남가주에서만 주택 약 1,700여채를 보유한 거대 부동산 투자그룹으로 성장했다.

■투자자 매입 주택시장 회복에 ‘약’

과거의 주택시장은 침체가 있은 후 대개 실수요자 위주의 구입활동 증가가 잇따르면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6년 전 터진 침체는 지난해 드디어 마침표를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과거의 회복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최근 주택시장 회복의 배경에는 주택 매물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투자기관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택 한두 채에 투자하는 ‘맘앤팝’ 투자자가 아닌 월스트릿급 거물 투자기관들이 최근 주택 매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 부동산 투자기관들은 주택 단기매매로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기보다 주로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주택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투자 업체들 사이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사라진 지 오래다. 집값이 상승세여서 투자용 주택구매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오히려 많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집 리얼티의 래니 베이커 대표는 “의도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활발한 주택매입 활동이 주택시장 회복에 기여한 점은 인정된다”며 “주택수요를 가열시키고 실수요 바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냈다”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말했다.

■투자자 구매 비율 과거 2배

투자자들은 주택시장 내에서 항상 일정 비율의 주택 구입 수요를 차지해 왔으나 과거에는 그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이 과거의 2배 수준을 넘을 정도로 주택시장의 중심 수요 그룹으로 급부상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의 구매로 볼 수 있는 ‘현금구매’ 비율은 전체 구매의 약 32%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자의 천국인 남가주 역시 지난달 투자자 구매로 볼 수 있는 ‘absentee buyer’의 주택구매는 전체의 약 31.4%를 차지해 활발한 투자활동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 데이터퀵 MDA사에 따르면 2000~2010년 10년 평균 남가주 투자자 구매비율은 지난달의 투자자 구매의 절반 수준인 약 17%에 머물렀다.


■임대시장 전망 밝아 투자용 구입 증가

투자기관들이 주택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대규모 차압사태로 집을 잃은 가구들이 주택 임대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약 69%였던 주택 소유율은 지난해 약 65%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집을 잃은 가구는 임대주택 시장으로 흡수돼 임대수요 급증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제 분석기관 비콘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토퍼 손버그 연구원은 “주택 임대시장 ‘붐’의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모기지 연체로 부실화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하는 움직임이 필요한데 투자자들이 그 역할을 담당 중”이라고 진단했다.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전체 가구 중 약 12%가 단독주택을 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보다 약 3%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2011년 약 1,400만명이 세입자로 전환된 셈이다. 젤맨 연구소에 따르면 5년 사이 차압으로 집을 잃은 가구 중 약 5분의 3은 결국 임대주택으로 입주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주택투자에 적합한 환경

대형 투자기관들이 주로 단독주택에 구입에 집중하는 이유는 투자에 적합한 ‘토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동안 주택 임대료는 치솟아 주택 임대를 통한 ‘짭짤한’ 임대수익이 가능하다. 이미 하락세인 주택 소유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기관의 단독주택 구매활동을 부채질 중이다.

대형 사모펀드로 잘 알려진 블랙스톤 그룹과 콜로니 캐피털은 현재 대형 투자기관에 의한 주택투자 열풍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블랙스톤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무려 약 2만여채의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블랙스톤은 현재까지 약 3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주택구입에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로니 캐피털 역시 자회사인 콜로니 아메리칸 홈스를 통해 현재까지 약 1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 8,000여채의 주택을 사들였다.

■일반인 주택구입 갈수록 어려워지는 부작용

투자자들의 ‘무자비’한 주택구입 활동에 일반 구입자들의 볼멘소리도 높아진다.
코스타메사의 글로리아 웨인(66)은 싼 값에 내 집을 장만하기 위해 무려 18차례나 오퍼를 썼지만 모두 대부분 현금 구매자에 의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구입 가능한 가격대의 주택은 모두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것 같다”는 웨인은 아들에게 주택구입 자금을 빌리는 등 현금비율을 높여 투자자과 경쟁하겠다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주거지 및 투자처로 각광받는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지난해 투자자들에 의한 주택 구매 비율이 2007년의 두 배 수준인 전체의 약 22%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달 주택 매물 수는 약 3,300채로 1년 전의 약 7,200채의 절반, 2년 전의 약 1만600채의 3분의 1로 떨어져 구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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