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회귀본능

2013-04-11 (목)
크게 작게

▶ 정연중

북가주 버클리에서 대학 생활을 한 딸아이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자주 북가주행 장거리운전을 했었다. 이제는 아이가 졸업을 했기 때문에 아무 연고가 없는 그곳에 갈일이 별로 없지만 그곳의 좋은 와이너리 방문이나 골프여행이 자주 생기면 좋겠다는 미련을 갖는다.

LA서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북상하자면주로 5번 프리웨이를 이용 했었는데, 이 길은아주 지루한 운전이 되지만 돌아 오는 길을 5번 프리웨이가 아닌 1번 하이웨이를 선택하면너무도 좋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기가 막힌 드라이빙 코스가 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여유가 있다면
하루 정도를 더 할애해서라도 아주 느린 속도로 운전해 볼만하고, 그러면 갑자기 즐거운 여행으로 변한다.

아무튼,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2시간가량 내려오면 페블비치가 있고, 그곳엔 모든 골퍼들이 죽기 전에 한번은 라운딩 해보고 싶어하는 골프장들이 즐비하다. 바로 옆에는 영화배우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낸 카멜비치도 있다.


좀 더 내려오면 모래언덕과 조개잡이로 유명한 피스모비치가 있고,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의 몬트레이 반도 남단에 위치한 퍼시픽 그로브는 모나크 나비(monarch butterfly)가 매년 겨울을 나기 위하여 찾는 ‘나비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매년 1만 마리에서 2만 마리 사이의 나비들이 10월 중순부터 알래스카에서 날아와 겨울을 난다고 한다. 철새는 이런 경우가 많이 있으나 철따라 이동을 하는 곤충으로는 모나크나비가 유일하다.

날개를 모두 합쳐도 대부분4인치를 넘지 못하는 작은 나비들이 그 가녀린 날개로 약2,000 마일 거리를 날아온다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나비 스스로 날개를펄럭이면서 오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마도 기류를 타고 오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특이한 것은 알래스카에서 겨울을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날아오는 모나크 나비의 수명은 약6-8개월로 밖에 안 된다니 같은나비가 아니라 해마다 다른 나비가 돌아오는것이 되니 자손 즉, 2세가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신기한 것은 이 나비들이 대부분 똑같은 나무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이런 곤충인 나비의 회귀본능은 말 그대로 ‘자연의 기적’이다.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예전에는 약 100만 마리이상도 날아 왔다고 하니 그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을 난 나비는 봄이 되면 다시 알래스카를 향하여 돌아간다. 작은 곤충인 나비도 회귀본능이 이럴 진데 고향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북한의 도발을 걱정하는 뉴스가 계속 보도되는 이때, 새롭게 부각 되었던인물이 얼마 전에 대한민국의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지명
되었던 김종훈이란 재미교포의이름이다. 14세때 미국으로 이민을 와 미해군 복무, 벨 연구소장, 미 CIA 자문위원직 등을 역임해, 부와 명예로 일련의 아메
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표현대로 "미국에 대한 내 사랑은 깊고 강하기에 미국이 베푼 축복에 영원히 감사하며 헌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태어난 곳인 한국 역시 늘 사랑했으며 한국의 경제 기적을 보며 자긍심으로 가득 찼었다.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이곳의 많은 재미동포들도 크게 흥미를 가지고 자랑스런1.5세인 그를 바라 봤었다. 그러나 김 장관 내정자는 한 달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히고 바로 다음날 미국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의 사퇴의 변을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이미국에서 성취한 모든 것을 희생하고 조국을위해 헌신하려 했으나 정치권의 혼란상에 실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CIA자문을 지냈던 이력이나 후보자의 부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용도등에 관한건 등과 그를 스파이로 의심 한다는것에 너무 실망했으며, 어쩌면 비난을 위한 비난에 "나는 순진했다" 는 말로 한국의 정치와·언론 그리고 문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을 희생자로 여긴 모양이다.필자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얼마전에 새’ 로운 세계의 낡은 편견’이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의 기고문을 올려"한국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변화에 대한 저항세력들이 국적 문제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 부족 가능성을 이유로 나의 장관 임명을 반대했
다" 고 주장했다.

물론 조국을 위하여 헌신 봉사하려던 그가,본인의 표현대로라면 마녀 사냥식의 공격으로받은 상처가 많이 컷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이 가지만 기고의 내용은 물론이고 글을 써서한국도 아니고 미국의 신문에다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방법 등이 너무 감정적이고 신중치 못했던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태어난 곳 한국을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에많이 실망했겠지만 잠시나마 한국에서 장관을해볼 생각을 했던 사람이라면 그런 비난성 글의 기고는 마땅치 못했다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고향으로의 귀소본능과 모험심,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로 조국으로 향한다.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젊은 인재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아주 바람직한일이다.

더우기나, 사람이 나이가 들면 태어난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 본능이 생긴다고한다. 재외 동포들의 귀소본능을 위해 법도 좀바꾸어서 젊은이든 늙은이든 돌아가고 싶어할때 언제나 환영해주는 한국이 되면 좋겠다.
(213)272-1234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