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넓은 초원과 야생화, 연못… 바다 경치는 덤

2013-04-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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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가이드 니콜라스 플랫

▶ 왕복 7마일, 코스 완만해 초심자도 부담 없어 오크트리와 갈대숲 쌓인‘니콜라스 폰드’운치

나의 어릴 때의 시골마을은 4월이면 장독대와 울타리 주변에서부터 온 산과 들에 갖은 꽃들이 피어나, 말 그대로 꽃동네를 이루었고, 농사일로 바쁘기만 하던 우리 가난한 어른들도, 어찌 어찌 하루 날을 잡아 인근의 산으로 상춘을 나가는 것이 거의 연례행사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라일락 피는 산골 언덕에 올라, 푸르른 바다를 보며 휘파람도 불어보고, 새 소리를 들어가며 범나비도 야생화도 반겨보고, 산채 도시락도 준비하여 빛나는 꿈의 계절을 실감토록, 말리부 인근의 Nicholas Flat으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Leo Carrillo State Beach에서 Nicholas Flat의 연못까지는 왕복거리가 약 7마일이나, 코스의 대부분이 아주 완만하고 평탄하여,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나 등산 초심자라도 무리 없이 5~6시간으로 산행을 마칠 수 있다.

<가는 길>

10번 Freeway West 끝까지 간 후, 1번 도로를 따라 북상하는데, Malibu Canyon Road를 통과한 후, 14마일을 가면 길 오른쪽에 ‘Leo Carrillo State Park’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LA 한인타운에서는 약 38마일 지점이며, Mulholland
Highway에 이르기 0.5마일쯤 전이다).


100미터쯤 안쪽으로 있는 Kiosk를 통과하여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산행의 행장을 꾸린 후, Kiosk 밖으로 나와 산이 있는 쪽으로 50미터쯤 가면 등산안내 지도판이 있다.

<등산코스>

가장 오른쪽(동남)으로 나 있는 길(Willow Creek Trail)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완만하게 왼쪽으로 도는 오름길로 시작되는데, 오른쪽으로는 Willow Creek 너머 발아래로 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해안선의 아름다운 경치가 서서히 펼쳐진다. 이렇게 1마일을 가면 Willow Creek Trail이 끝나면서 Nicholas Flat Trail Junction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왼쪽(바다 쪽)으로 50미터를 들어가면 Ocean Vista의 정상(612’)에 이르러 환상적인 Ocean View를 실컷 볼 수 있다. Junction에서 직진하면 Nicholas Flat Trail을 따라 1마일거리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Ocean Vista봉을 둥글게 한 바퀴 도는, 짧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왕복 2마일의 1시간짜리 하이킹이 된다.

Junction에서 오른쪽(북쪽)으로 이어지는 Nicholas Flat Trail을 따라 완만히 올라간다. 대략 1.5마일을 갈라지는 길이 없이 산을 오르게 되는데, 처음엔 Sagebrush가 주를 이루는 덤불지대(sage scrub)로 시작되어, 차츰 키가 커지는 Whitethorn, Laurel Sumac, Greenbark
Ceanothus(일명 Wild Lilac) 등의 잡목 숲(chaparral)으로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고, 길섶에 핀 20여 종류의 예쁜 야생화를 만나보랴, 이따금씩 드러나는 ocean view를 보랴, 사방의 짙푸른 산과 계곡을 보랴, 두 눈이 은근히 바쁘다(이곳에서 만나는 야생화들의 이름은 ‘blog.daum.net/yosanyosooo/nicholasflat’에서 알 수 있다).
이렇게 걷다보면 네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trail head에서 약 2.5마일 지점), 직진한다. 0.5마일 거리에 있는 1680’봉에 이르러 동쪽 발아래로 San Nicholas Canyon의 시원한 풍경으로 눈에 생기를 더 채우고, 다시 북쪽으로 간다. 길을 알리는 푯말을 따라 가면, 왼쪽으로 넓은 초원이 나온다. Nicholas Flat이다. 경이롭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드디어 왼쪽으로 큰 연못이 나온다. Nicholas Pond이다(총 3.5마일쯤 왔다).

느티나무 같은 분위기를 내는 아름다운 oak tree숲과 갈대 숲, 그리고 몇 개의 큰 바위에 둘러싸인 연못은 운치가 그만인데, 정교하고 고급스런 벤치시설이 더욱 금상첨화다.

Oak tree 숲 그늘의 벤치에 앉아 ‘긴 사연의 편지’도 쓰고, 바로 반대쪽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초원의 야생화 곁에 앉아, 산채도시락을 펼치면, ‘좋은 점심이 이 아니며, 꿈의 계절이 이 아닌가!’의 경지가 이 아닐까? 각자의 시간 형편을 감안하여, 쉴 만큼 쉰 다음, 온 길을 따라 되돌아 내려가되, trail head로 부터 1마일 거리의 junction에 이르면, 아까 올라왔던 왼쪽의 Willow Creek Trail이 아닌, 오른쪽의 Nicholas Flat Trail을 이용하면 더 좋겠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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