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까다로운 손님을 만족시켜라

2013-04-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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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 호 (와우 벤토 대표)

▶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다운타운 보석 도매상에 있는 와우벤토에는 유난히 유대인 손님들이 많이 온다.

처음 이곳에서 식당을 시작했을 때 여러 가지 힘들었지만 특히 요구사항이 많은 유대인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종교적인 이유에서 그분들은 새우, 게 등은 먹지 않는다. 또한 한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주기를 요구했다. 우리가게는 고급식당이 아니라 저렴하게 많은 음식을 파는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끼에 100달러가 넘는 식당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또한 무언지 모르게 자신들은 좋은 음식만 먹어야 하고 너는 무조건 해주어야 한다는 그런 거만함이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날은 무척 바쁜 하루였다. 금요일이라 가게도 붐볐고 배달주문도 너무나 많이 밀려있었다. 그런데 한 유대인 손님이 와서 우리가 할 수 없는 정도로 복잡한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물론 힘들여 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그 일이 왠지 귀찮게 여겨졌다.

일을 마치고 하루를 정리 하는데 그 손님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손님의 특별한 요구가 나를 귀찮게 하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내 자신이 어리석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다음날부터 바쁠 때 손님이 자신의 취향대로 주문을 해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주문을 받는 종업원과 만드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의 문제 그리고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에서도 실수하지 않고 특별 주문을 만들 수 있는 집중력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식당은 점점 까다로운 손님들의 특별한 주문을 만족시키는 식당으로 발전해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주문을 거절했던 그 손님이 다시 왔다. 나는 기분 좋게 그분이 원하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 드렸고 그분은 그 후로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우리가게를 찾았다. 또한 그분의 소개로 다른 많은 유대인 손님들도 우리가게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 경기가 많이 좋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울 때도 영향을 안 받는 식당을 보면 대개 단골손님이 많은 식당들이다. 물론 단골손님을 만드는데 있어서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까다로운 요구를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맞추어주는 것은 단기간에 많은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바쁠 때 와서 “이것은 넣어라 이것은 빼라” 하는 손님을 보면서 속에서 “그냥 아무것이나 먹어” 하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그것이 귀찮은 것이 아니라 단골손님을 잡아 매상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의 요구를 맞추어 줄 수 있다. 이것은 절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 가장 좋은 마케팅 전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핵심


1. 손님의 특별한 요구를 피곤해하지 말고 즐겨라

2. 평소에 연습이 필요하다. 종업원간의 의사소통의 능력을 키워라

3. 까다로운 손님이 오면 감사하라. 곧 충성 고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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