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후드득 터진 꽃망울… 가주가 물든다

2013-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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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즈노 블라섬 트레일’62마일 구간 벚꽃 장관 틸엔로프밸리 파피꽃 구역 마치 오렌지색 카펫 연상

▶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봄꽃 구경 갈만한 코스

’리프레싱‘(refreshing)을 위한 여행은 사계절 언제 해도 좋다. 매서운 추위나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할지라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행의 목적 중‘리프레싱’만을고려하면 단연코 봄이 최고의 계절이지 않을까 싶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크고 작은 생명들이 제 색을 드러내고 여린 싹이 꿈틀대는 봄은 여행에나선 이들의 어깨가 저절로 펴지는 마법 같은 계절이다. 섣부른 푸름에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생동감 넘치는 흐드러짐에 손길이 가는 봄, 따뜻한 햇살 포근한 바람과 함께 봄맞이 여행을 떠나보자.


캘리포니아의 봄은 봄꽃가득이다. 대자연이란 단어와 몹시도어울리는 캘리포니아인 만큼 방대한꽃 군락지들을 자랑한다. 캘리포니아의 봄꽃을 만나보자.

프레즈노 블라섬 트레일

‘한국 사람들이 봄 하면 떠올리는 꽃은?’ 매해 이맘때면 벚꽃 핀 풍정을
즐기기 위해 여의도를 가득 메운 인파 소식, 진해로의 차량행렬 소식이 넘
쳐나는 것을 보았을 때 벚꽃이지 싶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벚꽃을 즐길 수
있는데 바로 프레즈노 블라섬 트레일(Blossom Trail)이다.

블라섬 트레일은 프레즈노 동남쪽총 62마일 구간의 과수원 밀집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눈꽃처럼 새하얀 아몬드 꽃잎이 바람 따라 흩날리며 자두,살구, 사과, 오렌지 등 과일나무의 꽃들이 형형색색 저마다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가지가 휠 만큼 꽃을단 벚나무가 가득한 곳이다. 드넓은 벌판을 채운 보라색 루핀, 샛노란 겨자꽃, 난쟁이 해바라기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는 현란한 봄꽃 축제의 화려함을 더해 준다.

LA에서 북쪽으로 220마일 거리에 위치한 이 일대는 봄이면 형형색색의 과일나무 꽃들이 피어난다. 5번 프리웨이를 타고 2시간가량 북쪽으로 달려 베이커스필드에 이르면 보통 때는 볼품없던 갈색 황무지가 푸른 초원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파릇파릇 생기가 돌고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과수원은 순백색, 진분홍, 연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다.

2시간을 더 달려 프레즈노에 도착후 클로비스 애비뉴(Clovis Ave.) 출구로 나와 우회전 후 젠슨 애비뉴(JensonAve.)까지 가면 ‘블라섬 트레일’을 만날 수 있다.

프레즈노의 초입인 샌호아퀸 밸리의 ‘블라섬 트레일’에 들어서면 바람 타고
불어오는 과일나무 꽃들의 달콤한 향기가 먼저 반겨준다. 꽃들이 펼치는 봄의
향연을 담기 위한 카메라를 잊지 않는다면 대자연 주는 축복의 공간에서 행
복한 봄날을 담아올 수 있을 것이다.


앤틸로프 밸리 파피꽃 보호구역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이른바 주화가 파피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많지 않다. 울긋불긋한 색으로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파피꽃은 오랫동안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꽃으로 사랑 받아 왔다.

LA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앤틸로프 밸리에는 야생으로 자라나는 파피꽃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지역이 있다.5번 하이웨이를 타고 가다가 14번 프리웨이로 바꿔서 랭커스터까지 가면그 때부터는 쉽게 앤틸로프 밸리의 아름다움을 취할 수 있다. 파피꽃은 3월말에 절정을 이룬다.

발보아 호수큰 시간을 투자할 수 없고 장시간운전이 피곤하다 싶으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벚꽃을 즐길 수도 있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쑥스러울 수도 있지
만 만개한 꽃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봄맞이이다.

할리웃 북부의 밴나이스에 자리 잡은 발보아 호수는 넓은 호수와 벚꽃이어우러져서 절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LA시 최대의 레크리에이션 공원으로 이름이 높다.

LA에서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발보아 블러버드에서 내
려서 우회전 하면 3분이 지나지 않아 오른쪽으로 공원 입구가 보인다.

전용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벚꽃을만끽하고 싶은 자전거족들에게 인기만점이다.

호수에서 보트를 탈 수도 있는데 이는 연인들이 체험해 봐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롬폭 화훼단지롬폭은 덴마크 마을로 유명한 솔뱅의 인근에 자리한 소도시로 대규모 화훼단지가 있어서 파피꽃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샌타바바라 카운티에 속한 롬폭은 인디언들의 거주지였지만 유럽 사람들의 이주 러시 이후에 낙농단지가 자리 잡았다. 솔뱅 인근에 대규모 화훼단지가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닌 역사적 필연이었던 것이다.

3월부터 1,600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꽃밭에 200여종 이상의 꽃이 핀다. 롬폭의 특징 중 하나는 꽃의 개화하는 모습을 오래 볼 수 있다는 것.3월부터 8월까지 거의 6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꽃을 볼 수 있는데 이는롬폭의 주 수입원이 꽃 자체가 아닌 꽃씨에 있기 때문이다. 꽃씨 판매에 있어서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롬폭은 꽃이 지고 난 뒤에 씨를 수거하기때문에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다.

롬폭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101번 하이웨이를 따라가다가 캘리포니아 1번 국도로 갈아 타면 롬폭에 갈수 있다. 2시간반에서 3시간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바닷가를 보고 가는 1번국도를 따라 가는 것 또한 이 여행의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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