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악관 테러’ 비슷한 두 영화 비슷한 시기 개봉

2013-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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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올림퍼스 함락되다’ 6월28일에는 `백악관 무너지다’ 둘 중 하나 흥행 참패여부 관심

백악관을 점령한 테러리스트들을 단신으로 박멸하고 위험에 처한 대통령을 구출하는 비밀경호원의 우국충정을 그린 똑같은 내용의 액션 스릴러 두 편이 3개월 차이를 두고 개봉된다. 먼저 선수를 친 영화는 지난 22일에 개봉된‘올림퍼스 함락되다’(Olympus Has Fallen). 강(한국계 릭 윤)이 이끄는 북한인들로 구성된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점령하고 대통령(아론 에카르트)을 인질로 잡자 전직 대통령 경호원(제라드 버틀러)이 혼자서 백악관에 잠입해 테러리스트들을 처단하고 대통령과 미국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덴젤 워싱턴이 오스카 주연상을 탄 스릴러‘트레이닝 데이’를 만든 안트완 후콰가 감독했다. 이어 오는 6월28일에는 블락버스트 감독 롤랜드 에머릭이 만든‘백악관 무너지다’(White House Down)가 개봉된다.

미국인 극렬분자들이 백악관을 점령하자 젊은 비밀 경호원(채닝 테이텀)이 단신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싸우면서 위기에서 대통령(제이미 팍스)을 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에머릭은 지난 1996년에도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들을 이용해 백악관을 박살낸 적이 있다.

이렇게 똑같은 내용의 영화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면 둘 중 하나는 흥행 다툼에서 고배를 마시게 마련이어서 할리웃은 이 두 편의 영화도 이런 전철을 밟을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과거의 경우 지난 2004년 ‘트로이’ 개봉 후 6개월 만에 개봉된 올리버 스톤의 고대 대하역사극 ‘알렉산더’가 흥행서 참패했고 지난 2006년에는 작가 트루만 캐포티의 삶을 다룬 ‘인퍼머스’가 개봉됐지만 이보다 한 해 전에 개봉돼 주연배우 필립 시모어 하프만이 오스카상을 받고 흥행서도 성공한 ‘캐포티’ 때문에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또 지난해 봄에는 백설공주의 얘기인 ‘미러 미러’가 나왔으나 이보다 두 달 후에 개봉된 보다 어두운 분위기의 ‘백설공주와 사냥꾼’이 흥행서 훨씬 더 큰 재미를 봤다. 이들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 같은 내용의 두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나오면 먼저 개봉된 것이 흥행서 이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가끔 예외도 있어 지난 1998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자연재해를 다룬 ‘아마겟돈’과 ‘딥 임팩’은 흥행서 모두 성공했다.

그런데 플롯과 분위기와 상징성이 서로 비슷한 이들 영화들과 달리 ‘올림퍼스 함락되다’와 ‘백악관 무너지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장소도 같은 백악관이라는 점 때문에 과연 팬들이 동일 장소에서 일어나는 두 편의 액션 스릴러를 다 환영할 것이냐는 점이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사들은 같은 내용의 영화가 비슷한 때에 개봉되는 것을 꺼리지만 때론 서로 상대방에게 꿀리는 모습을 안 보여주려고 위험을 감수하고 제작을 진행한다. 위의 두 편의 영화도 같은 경우다.

두 영화 중 먼저 제작을 시작한 것은 밀레니엄이 돈을 댄 ‘올림퍼스 함락되다’이다. 지난해 4월 주연 배우로 버틀러를 정해 놓고 제작준비를 하던 밀레니엄은 난데없이 소니가 에머릭을 고용해 ‘백악관 무너지다’를 만든다고 발표하자 부랴부랴 후콰를 감독으로 고용하고 9월에 시작할 예정이던 제작을 7월로 앞당겼다.

이에 질세라 소니가 테이텀과 팍스의 고용과 함께 개봉일을 당초 2013년 11월에서 6월로 앞당긴다고 발표하자 ‘올림퍼스 함락되다’의 배급사인 필름 디스트릭도 개봉일을 당초 4월에서 3월로 앞당긴 것이다.


두 영화는 모두 9.11사건 이후 미국인들의 잠재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한 곳이 없다’는 시대정신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관심사이긴 하나 그것이 바로 흥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두 영화의 배급사 중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것은 소니다. ‘올림퍼스 함락되다’가 빅히트를 하게 될 경우(개봉 첫주말 3,000만달러 수입으로 빅히트 조짐이 있다) ‘백악관 무너지다’는 관객들로부터 “또 다른 백악관 영화”로 따돌림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올림퍼스 함락되다’가 실패하면 관객들이 백악관 액션 스릴러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니는 지금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영화와 ‘올림퍼스 함락되다’와의 간격을 넓게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에머릭은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콰의 영화는 등급이 R이고 테러리스트들은 외국인들인 반면 내 영화는 등급이 PG-13이고 테러리스트들도 미국인”이라고 둘 이 서로 다른 점을 강조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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