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업원의 마음에 투자하라

2013-03-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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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이 재 호 (와우 벤토 대표)

처음 일식을 배울 때 남의 가게에 가서 경험을 쌓으려고 일을 했다. 내가 일했던 일식당의 사장님은 스시맨이었고 손님이 많을 때는 스시바에서 서서 우리와 같이 일을 했다.

하지만 사장님과 같이 일을 하면 나를 비롯하여 스시맨들은 항상 좋지 않은 기분을 가지게 되었다. 사장님은 자신의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준 팁을 항상 따로 챙겨 가져갔다. 아무도 사장님에게 그것에 대하여 말을 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가게와 사장님에 대한 애정이 식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장님은 종업원들이 먹는 음식에 대하여 유난히 민감한 태도를 가졌다. 종업원이 조금이라도 비싼 식자재를 먹다가 사장님의 눈에 띄면 그날은 심하게 꾸중을 들어야 했다. 한번은 사장님의 눈을 피해 박스 냉장고 안에서 서둘러 무엇을 먹는 멕시칸 종업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가게에서 일식을 배우려고 일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사장이 아닌 종업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과 어떻게 하면 종업원의 마음이 가게와 주인에게서 떠나게 되는지를 알게 된 것이 나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사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종업원들이 기계처럼 빠르게 쉴 새 없이 일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종업원들이 먹는 것, 또는 일하는 시간에 딴 일을 하는 것이 모두 돈을 잃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절대 기계가 아니고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비록 한국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존심도 있고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참 아쉽게도 식당을 경영하는 많은 분들이 종업원을 사람이 아닌 감정도 없는 기계처럼 대하는 것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존중하고 섬겨야할 상대로 종업원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월급을 주니 어떻게 대해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식당경영을 하다 보면 광고, 시설, 음식개발 등 여러 가지 투자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투자대비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은 종업원들의 마음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질도 써야되고 시간도 할애해야 하며, 아울러 종업원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그 사장님처럼 조그마한 이익에 눈이 어두워 종업원의 마음이 가게에서 떠나게 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이다. 식당은 주인 혼자 할 수 없고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일을 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사업이다. 그리고 어떤 사업체보다 이직률이 높은 직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종업원 때문에 식당을 못하겠다고 푸념을 한다.

하지만 바꿔 생각한다면 열정적으로 자기 일처럼 일하는 종업원이 많은 식당이라면, 또한 한 곳에서 오래 일을 해서 일에 대한 숙련도도 높고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좋은 종업원이 많은 식당이라면, 주인의 입장에선 사업하기가 너무나 편하고 장사도 잘 될 것이다. 물론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대해 주어도 그 진심을 나쁘게 이용하는 예외적인 종업원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려면 종업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항상 가져야 한다.

■이것이 핵심

1. 종업원을 돈으로 보지 말고 인격체로 존중해주어라.
2. 잘 먹여라. 작은 것을 아끼려다 큰 것을 잃는다.
3. 사장이 종업원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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