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식을 향한 부모들의 희생에 관한 영화죠”

2013-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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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개봉 `입학’ 사정관 역 티나 페이

▶ 대입 사정관 되려면 에세이를 빨리 읽어야 하는데 난 그러질 못해

22일 개봉되는 코미디 드라마‘입학’(Admission)에서 프린스턴대 입학 사정관으로 나오는 재주꾼 코미디언 티나 페이(42)와의 인터뷰가 지난 2월8일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있었다. 아직도 소녀티가 나는 귀염성 있게 생긴 페이는 코미디언답지 않게 약간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차분하고 낮은 음성으로 간단명료하게 질문에 대답했는데 매우 총명했다. 태도는 조용하고 진지했지만 즐겁고 명랑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차돌맹이처럼 단호하면서도 상냥함을 잃지 않는 너그러움을 보였다. 페이는 올 1월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 사회를 NBC-TV의 장기 인기 스케치 코미디 쇼‘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자기와 오랜 콤비를 이룬 에이미 폴러와 공동으로 맡아 호평을 받았는데 명사회 덕택에 시상식 중계 TV 시청률도 예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당신은 실제로 프린스턴에 원서를 냈다가 거부당했는데 그런 학교에서 영화를 찍는 기분이 어땠는가.

- 난 그 때 입학원서만 냈지 직접 학교를 방문하진 않았다. 이번에 가보니 캠퍼스가 참 아름답더라. 입학이 됐더라면 좋았겠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해서 인생의 퇴짜를 맞은 것은 아니었다. 난 다른 대학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아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실패로 보진 않는다.


*학교생활은 어땠으며 미국의 교육체제를 믿는가.

- 난 주립인 버지니아대를 다녔다. 아주 좋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난 미국의 공립학교 체제를 신뢰하는데 가끔 초·중·고 공립학교들이 재정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한다.

*이 영화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

-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해 단행하는 희생에 관한 영화이자 성공이 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또 영화는 인생에는 반드시 대학 말고도 다른 곳에도 당신의 처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신은 어디서 삶의 의미를 찾는가.

-가족과 일이다.

*당신은 책을 쓰고 영화와 TV에 나오고 또 골든 글로브 사회까지 보는 등 맹렬하게 사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 그저 내게 그런 기회들이 많이 주어질 뿐이다. 골든 글로브 사회를 안 맡는다는 것은 크게 후회할 일이다. 난 코미디언 초년생이었을 때 선생으로부터 흥미 있고 우스운 것들을 할 기회가 생기면 가능한 대로 많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라고 배웠다. 이를 따를 뿐이다.

*배우로서 퇴짜를 맞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배우는 철면피여야 한다. 난 내 인생이 배우 하나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난 배우라는 직업 하나만으로는 인생을 완성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작가는 슬쩍 뒷문으로 들어간 셈인데 천만다행이다. 배우가 가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

*역에 오디션을 했다가 퇴짜 맞은 적이 있는가.

-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을 자신의 가치나 능력에 대한 퇴짜로 여겨선 안 된다. 개인적인 일로 여겨선 안 된다.

*이번 역은 당신의 다른 영화에서보다 매우 심각한데 보다 극적인 역을 맡으려는 첫 걸음인가.

- 반드시 그렇진 않다. 좋은 각본과 얘기 때문에 맡았다. 난 늘 내가 완전히 작중의 인물이 될 수 있는 역을 찾고 있다. 대학 입학 사정관으로서의 나를 남들이 믿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역을 맡았다.

*퇴짜를 맞고 나서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가.

- 그것에 녹다운 당할 수가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그것을 당신의 삶의 연료로 삼을 수가 있다. 다시 도전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만들 수가 있다.

*당신의 코미디는 어디서 양성되는가.

- 그저 내 남편과 친구들 같은 우스운 사람들과 함께 있고 내 주위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려고 할 뿐이다. 코미디는 거기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좋은 대입 사정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다 좋은데 빨리 읽지를 못해서 틀렸다. 사정관들은 수천 개의 에세이를 주도면밀하게 빨리 읽어야 한다. 난 그러자면 에세이를 읽다가 잠이 들 것이다. 그것만 빼면 좋은 사정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두 딸이(7세 앨리스와 한살반 페넬로피) 프린스턴에 들어갈 수가 있다고 보는가.

- 아직은 대학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

*영화에서 당신의 직장 동료가 “남자들은 돼지들”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 아니다. 나도 그 말에 다소 놀랐다.

*당신의 자서전 ‘보시팬츠’에서 당신의 아버지를 극구 칭찬했는데 그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 아버지는 군인이었는데 그로부터 일의 윤리와 함께 세상의 윤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아버지는 총명하고 위엄이 있는 사람으로 집에서 가장 우습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아이들로부터는 무엇을 배우는가.

- 그저 늘 그들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함께 내가 좋은 엄마라는 것을 과시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배우고자 한다.

*코미디를 할 때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우습게 만들려고 시도하는가, 또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마음먹는가.

-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때는 그 주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코미디로 소화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반드시 메시지를 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를 무섭게 하고 또 분노하게 만드는 것들을 코미디로 소화하려고 시도했다.

*에이미 폴러와의 좋은 화학작용은 어디서 오는가.

- 우린 지난 1993년 시카고의 코미디 그룹 세컨드 시티 시절부터 함께 일한 오랜 친구다. 그리고 우리는 그룹과 함께 장기간 순회공연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코미디 일을 하면서 보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즉각적으로 교감을 할 수가 있고 함께 있으면 아주 편하다.

*당신은 매우 경쟁적인가. 역을 위해 누군가를 매수한 적이라도 있는가.

- 경쟁적이긴 하나 그런 적은 없다. 역을 따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경쟁은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다툰 적은 없다.

*당신은 스스로의 용모에 대해 농담을 잘 하는데 용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전문가들이 화장을 해 줄 때면 그런대로 참을 만하나 화장이 곧 지워지고 나면 다시 그 모양 그대로다. 그러나 그것도 괜찮다.

*당신은 여자들의 롤 모델인데 그에 대한 의견은.

- 나처럼 코미디언이 되고 또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젊은 여자들을 많이 만난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모범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당신은 당신이 금발이 아닌 것에 대해 농담을 잘 하는데 금발에 대한 생각은.
- 지난 80년대 전만해도 금발들은 무임승차를 즐겼지만 그 뒤로 이젠 세상이 많이 변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 사회를 보면서 긴장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었는가.

-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잘 아는 에이미와 함께 했기 때문에 그렇게 초긴장하진 않았다. 우린 그저 무대에 나가서 우리가 늘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때로 당신 농담으로 사람들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가.

- 난 엄마로서 농담을 고를 때 조심한다. 그래서 무해한 농담이 아니면 하질 않는다.

*농담을 쓰는 과정은 어떤가.

- 한 30분쯤 쓰다 보면 상황에 적당한 인물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 사람의 견해에서 글을 쓴다.

*코미디언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아무나 다 될 수 있는가.

- 코미디언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또 자신에게 주어지는 압박감을 스스로 덜어버리려고 시도하는 사람들로 난 그들이 타고난 것이라고 여긴다. 우습든지 아니든지 둘 중 하나다. 내가 시카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보면 확실히 타고난 재질을 가진 학생들이 있었다.

*당신의 인생에서 행운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 난 참 운이 좋았다.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를 시작하게 된 것은 대본 작가로 서였는데 어느 날 쇼 중 뉴스프로의 앵커를 교체해야 했을 때 제작가가 날 보고 스크린 테스트를 받아 보라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큰 행운은 내가 새라 페일린(오바마 대통령 선거 초선 출마 때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로 페이는 페일린을 무차별 농담의 대상으로 삼아 큰 인기를 얻었었다)을 닮았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때 성적은 어땠는가.

- 비록 프린스턴으로부터는 퇴짜를 당했지만 상당히 좋았다. 난 열심히 노력하는 책임 있고 좋은 학생이었다. 대학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을 두고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 때 우리 나이는 불과 17~18세로 인간으로서 충분히 성숙되지 못했을 때가 아닌가. 그러나 나는 내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받기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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