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융자 재조정, 전문기관 통해 두드리라

2013-03-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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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압 위기 홈오너들 효과적인 대처

부채난에 허덕이는 기업을 위해‘워크아웃’으로 불리는 구조조정 절차가 있듯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 주택소유주를 위한 회생절차도 있다.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로 차압위기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의 소득에 맞춰 모기지 페이먼트나 이자를 일정기간 낮춰주는 융자조정 작업이다.‘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쏟아져 나온‘깡통주택’ 소유주들은 바로 이 융자조정 절차를 통해 집을 차압당하지 않고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초기에는 은행의 자발적인 융자조정이 주를 이뤘고 최근에는 정부가 시행하는 융자조정 프로그램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융자조정은 성공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융자조정에 성공한 대출자 중 일부는 일정기간 후 다시 연체에 빠지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어떤 조건의 융자조정을 받느냐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시도할 경우 상황 판단 쉽지 않아
정확한 소득·지출 관련 자료 제출이 가장 중요
페이먼트 유예·금리인하·상환기간 연장 등 다양

■주택관련 카운슬 기관에 대행 요청


융자조정 절차를 돕는 주택관련 상담기관을 통해 융자조정을 시도하면 적절한 조건으로 조정 받는데 도움이 된다. 모기지 대출 은행과 개인적으로 접촉해 융자조정을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은행 측이 제시한 조건이 적합한지 여부는 개인 대출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반면 융자조정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기관과 함께 일을 하면 융자조정 신청자의 재정상황에 적합한 융자조정 조건을 우선적으로 제시 받을 수 있다.

모기지 은행 측이 제시한 융자조정 조건이 신청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상담기관은 흔히 ‘카운터 오퍼’를 통해 융자조정 조건 재협상에 나서기도 한다. 일부 융자조정 절차 때 담당자와 연락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상담기관을 통하면 이런 문제도 쉽게 해결된다.

상담기관에서는 각 은행 융자조정 담당부서와 즉시 연락 가능한 연락처를 보유하고 있어 불필요한 지연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연방주택도시국’(HUD)이 승인한 융자조정 관련 상담기관은 정부 융자조정 프로그램인 ‘HOPE’(888-995-4673)로 연락하거나 웹사이트(www.makinghomeaffordable.gov)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정 후 납부 가능한 조건이 중요

융자조정은 은행 측의 승인을 받느냐보다 조정 후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가 지속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 모기지 연체로 차압위기에 처한 대출자들은 우선 차압위기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심정으로 융자조정에 급하게 나서게 마련이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마음에 일단 단기적으로 페이먼트 금액을 줄이는데 집중하기도 한다. 이같은 경우 대출 은행이 제시한 융자조정 조건이 변동되면 다시 연체에 빠질 위험이 높다.

융자조정 신청 초기부터 장기간 지속 가능한 조건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 은행 측과 협상에 나서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확한 가구 소득과 비용 정보를 제출해 은행 측의 점검을 받도록 한다. 융자조정 조건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은행 측이 흔히 제시한 융자조정 조건으로는 일정기간 모기지 페이먼트를 유예해 주거나 낮춰주는 방식, 일정기간 이자율을 대폭 인하하는 방식, 상환기간을 연장해 페이먼트를 낮춰주는 방식, 모기지 원금을 일부 삭감해 주는 방식 등으로 다양하다.


■현실적인 조건만 기대

융자조정이 모기지 페이먼트 책임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절차는 아니다. 일부 대출자는 융자 조정을 통해 대출 은행이 큰 금액을 깎아줄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만 하게 되는데 흔히 저질러지는 실수 중 하나다. 현실적인 융자조건을 목표로 융자조정에 나서야 대출 은행 측과의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대출자가 융자조정 실시 후 조정된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가 가능해야 하고 이 조건이 대출 은행 측에도 어느 정도 유리해야 하는 점을 명심한다.

현재 연방 정부가 실시 중인 융자조정 프로그램 ‘HAMP’(Home Affordable Modification Plan)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기지 페이먼트가 세전 가구 소득의 약 31% 정도면 납부 가능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현재 융자조정 뒤 예상되는 페이먼트가 HAMP의 가이드라인에 근접한 수준이 되도록 은행 측과 협상을 실시한다.

일부 재정 전문가들은 HAMP의 기준보다도 낮은 약 28%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정확한 자료 제출해야 현실적인 조건 제시받아

융자조정을 신청하게 되면 대출 은행 측에서 대출자의 여러 자료를 요청한다. 자료 중 은행 측이 가장 중요하게 검토하는 부분은 대출자의 소득과 비용과 관련된 자료들로 부정확한 자료를 제출하면 융자조정 조건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페이먼트를 대폭 낮춰 보겠다는 기대로 일부는 고의로 소득을 줄이거나 비용을 늘려 은행 측에 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융자조정의 관건인 ‘지속 가능’한 페이먼트 수준으로 조정받기 힘들어져 결국 모기지 재 연체의 늪에 빠지기 쉽다.

융자조정 신청자 중 일부는 정확한 소득과 비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일부는 실제 지출되고 있는 비용 중 불필요한 비용의 비율이 높은 경우도 있다. 융자조정 신청 전 현재 지출되고 있는 비용항목을 샅샅이 살펴보고 줄일 수 있는 항목의 비용은 가급적이면 줄이도록 한다.

■모기지 대출 관련 용어 숙지

융자조정 관련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융자조정 절차는 은행 측의 승인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서 그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융자조정 절차를 재정난 재발방지를 위한 학습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다. 융자조정 절차를 거치며 많은 재정관련 단어들을 접하게 되는데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자세부터 익히도록 한다.

관련 용어의 의미를 숙지하고 있어야 은행 측이 제시하는 융자 조정 계약서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융자 조정 계약서에 담긴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이해하지 못하면 기대치 못했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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