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간이 내 편인가를 보라

2013-0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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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지난 주 LA한인타운 중심에 있던 큰 한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심각한 경기침체로 인해서 모든 사업이 어렵지만 특히 요식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내 칼럼을 계속 읽고 있다는 한 식당 경영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년 전 동업으로 시작한 중국식당이 근래 들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그 사장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우선 요즘도 새로운 손님들이 계속 오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그 사장님은 개업한지가 오래 지났는데도 새로운 손님은 꾸준히 온다고 했다. 나는 두 번째로 가게 운영을 하다 모자라는 돈을 어떻게 채우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그 사장님은 빚을 내서 가게를 힘겹게 운영한다고 했다. 나는 여기까지 듣고 그 사장님에게 지금 상태로는 가게의 희생은 힘들 것 같고 빠른 시일 내에 가게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로 첫 번째 새로운 손님이 계속 온다는 것은 그 가게의 위치나 분위기 등은 상당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 지난 지금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불경기를 탓하기 이전에 그 가게가 새로운 손님들을 단골로 만들만한 어떤 가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로 적자 부분을 채우는 데 있어서 자기 자본이 아니라 빚을 얻어 해결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은 너무나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비록 장사가 잘 안 돼도 단골이 계속 생기고 빚을 지지 않고 운영이 가능하다면 시간이 지나면 그 식당은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 시간은 내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절대 시간은 내편이 아니다.


나도 몇 년 전 은행 본점들이 모여있는 지역에 식당을 냈었다. 처음에는 점심시간마다 근처 직장인들이 몰려와 성공적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2008년 가을 금융위기 사태가 오면서 그 근처의 은행들은 문을 닫거나 많은 수의 직원을 해고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매상은 너무나 떨어졌고 적자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나는 시간이 과연 내 편인가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지역이 다시 활기를 찾고 예전처럼 많은 직장인으로 붐비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때까지 적자를 감수하고 견디는 것은 무모한 결정이며 금전적으로 많은 출혈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는 투자한 돈이 아까웠지만 과감히 그 가게를 헐값에 팔았다. 물론 그 순간에는 속상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더 많은 손해를 줄인 현명한 선택이었다.

나는 식당 경영자들에게 조금만 힘들어도 가게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참고 견디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망가져 가는데 갈 때까지 가본다는 식으로 가게를 계속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그 동안 들어간 돈이 많다고 해도 멈춰야 할 때를 잘 판단하는 것이 더 큰 손해를 막는 지혜로운 행동이다.

그리고 이런 중대한 판단은 단지 자신의 기분과 현재 상황이 힘들다는 것에 의존하면 안 된다. 그보다는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시간이 내 편인가 아닌가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가게가 경쟁력이 있어서 단골이 계속 생기고 있는가? 또한 나의 현금 흐름이 적자가 아주 오랜 시간 쌓이는 구조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 가게를 해야 할지 아니면 접어야 할지 고민하는 식당 경영자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이 좋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우물쭈물하는 것은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

1. 단골이 늘고 있는가, 나의 현금 흐름이 건전한가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핵심이다.
2. 무조건 포기하는 것도 나쁘다. 그러나 오기로 가게를 끌고 가는 것도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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