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물난이라지만 셀러들 해도 너무해

2013-0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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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어 울리는 까다로운 조건들

바이어들마다‘구입할 만한 집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아우성이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매물 부족 현상으로 집을 구입하는 일이 힘들어졌다. 어쩌다 매물 한 채가 적정가격에 나오면 여러 명의 바이어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벌떼처럼 오퍼를 제출하는 풍경이 이제 이곳 남가주에서도 예삿일이다. 매물부족 현상과 함께 바이어들을 푸념하게 만드는 현상은 셀러들이 주택구입 조건을 까다롭게 몰고 간다는 것.‘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볼 때 공급원을 쥐고 있는 셀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바이어들의 입에서는‘셀러들이 해도 너무 한다’는 불평이 많다. 특히 주택시장 활황기에도 보기 힘들었던‘까다로운 셀러’들이 등장, 이젠 하나의 관행처럼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주택시장에 나타난 까다로운 셀러들이 내놓는 매물의 조건을 소개한다.

‘집 보고 싶으면 오퍼부터 제출하라’부터
홈오너 측 렌더에 대출자격 점검 요구까지
일부 셀러들 횡포 주택시장 악영향 우려

■집을 보지도 않고 사나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집을 먼저 보는 일은 당연한 주택구매 절차로 여겨진다. 집을 방문해 둘러본 뒤 별 이상이 없어 마음에 든다고 판단되면 오퍼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일반 절차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집을 보여주지 않고 ‘사려면 사라’는 식의 매물이 늘고 있는 것.

‘테넌트가 있다’ ‘집을 보여 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우선 차로 방문해 주택 외관과 주변만 둘러보라는 조건이다. 주택시장이 한산할 때는 바이어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지만 요즘처럼 주택구입 수요가 넘쳐날 때는 놀랍게도 집을 보지도 않고 오퍼를 제출하는 바이어가 많다는 것이다. 지역이 우수하고 리스팅 가격이 적정한 매물은 집을 보여 주지도 않고 여러 건의 오퍼가 제출되는 일이 흔해졌다.

정말 기다렸던 매물인데 ‘집을 보여줄 수 없다’는 조건이 딸린 매물은 매물정보를 최대한 입수하는 것이 관건이다. 과거 매매기록이 있다면 에이전트를 통해 사진 등과 함께 요청해 살펴봐야 한다. 또 해당지역 전문 에이전트에게 매물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도 집을 보지 않고 오퍼를 제출해야 할 때 한 가지 방법이다.

■집을 보려면 오퍼부터 제출

오퍼를 우선 제출해 셀러 측이 수락하는 조건을 단 매물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집을 보지 않고 오퍼를 제출하는 경우보다는 그나마 나은 경우지만 그래도 바이어들이 약간의 위험부담을 안고 주택구매에 나서야 하는 조건이다. 주택시장이 바이어들로 넘쳐나자 대출 조건 등 주택구입 조건을 갖춘 바이어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집을 보여주겠다는 셀러의 전략이다. 요즘 집을 내놓으면 집을 보려는 바이어들로부터 연락이 수시로 날아드는 데 집을 보겠다는 바이어들에게 모두 집을 보여주는 일도 셀러 측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바이어가 주의할 점은 집을 먼저 본 뒤에 에스크로를 오픈하겠다는 조건을 오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제출된 오퍼가 셀러 측으로부터 수락을 받아 집을 볼 수 있게 됐는데 집이 바이어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바이어가 이미 제출된 오퍼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야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제한된 시간에만 집을 보러 오라

집을 보여주긴 하는데 보여 는 시간을 일정 시간대로 제한하는 셀러도 크게 늘고 있다. 셀러가 야간에 근무하기 때문에 오전 이른 시간에는 집을 보여주기 힘들다거나, 신생아가 있어 정해진 시간에만 집을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아니면 매물을 우선 시장에 내놓고 며칠간 뜸을 들인 뒤 하루나 이틀 정도 오픈하우스를 실시해 바이어들에게 집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셀러도 많다.

매물을 보려고 셀러가 지정한 시간대에 방문하면 여러 명의 바이어들과 에이전트들이 몰려 마치 한국의 아파트 분양사무실을 연상시킬 정도로 방문자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셀러들은 집을 여러 차례 보여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는 대신 바이어들 간 심리적인 경쟁심을 부추겨 빠른 시일 내에 오퍼를 받을 수 있는 효과를 노린다. 이같은 매물을 보러갈 때 바이어는 경쟁이 커질 것을 대비해 미리 오퍼 및 관련서류를 준비해 가면 좋다. 집을 본 뒤 구입 결정이 내려지면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바로 오퍼를 제출해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셀러 측 렌더로부터도 대출자격을 점검 받아라

오퍼를 제출할 때 융자사전 승인서를 제출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개 바이어 측 렌더나 융자 업체로부터 승인서를 발급 받아 오퍼와 함께 제출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셀러 측이 의뢰한 렌더로부터도 대출자격을 심사 받으라는 조건을 단 매물이 많다. 일명 ‘Cross Qualify’ 절차로 셀러가 지정한 렌더나 융자업체에 바이어의 대출신청 서류를 제출해 대출 가능성을 먼저 알아봐야 오퍼가 진행되는 조건이다.

주택구입 수요도 높고 이자율도 낮지만 대출 조건은 여전히 까다로운 편이다. 따라서 대출이 거절돼 주택거래가 도중에 무산되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셀러 측도 나름대로 바이어의 대출자격을 심사해 오퍼 수락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이다. 이 경우 바이어는 셀러 측의 요구대로 사전에 지정된 렌더 측과 연락해 대출 가능성을 문의해야 한다. 일부 셀러 측이 지정한 렌더를 통해 대출 신청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셀러도 있으니 문의해 보면 좋다.

■셀러가 새 집을 구해야 에스크로 마감 가능

대출, 감정가, 홈 인스펙션 등 주택 구입 때 바이어를 보호하는 조항이 있듯이 셀러를 보호하는 조항도 있다. 가장 흔한 셀러 보호조항은 셀러가 집을 판 뒤 새로 구입하는 집의 에스크로가 완료되어야 바이어가 구입하는 집의 거래도 완료된다는 것이다.

만약 바이어가 대출 승인을 받아놓고 에스크로를 완료할 준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셀러 측이 구입하려는 주택의 에스크로가 취소되면 바이어의 주택 구입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밖에 없다. 최근 주택수요가 폭증한 틈을 타 셀러가 새 집 구입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이 딸린 매물이 늘고 있다. 위험부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매물부족 현상으로 이같은 조건의 매물에 대한 구입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바이어 에이전트는 수수료 조금만 챙겨 가라

리스팅 에이전트와 바이어 에이전트 간 수수료를 ‘반반씩’ 지급 받는 관행도 셀러스 마켓 등장과 함께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지금도 남가주 지역의 경우 주택매매 중개 수수료율은 거래 가격의 4~6% 수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 수수료를 양측 에이전트가 50%씩 나눠서 지급받는 조건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리스팅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는 사례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전체 수수료율이 5%라면 리스팅 에이전트는 3%, 바이어 에이전트는 2%씩을 지급받는 것이다. 그래도 시장에 나온 매물이 워낙 부족해 바이어 에이전트이 낮은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집을 보여주는 일이 흔하다. 만약 매물조건이 다소 떨어져 판매성이 경쟁 매물에 비해 낮다고 판단되는 셀러는 바이어 측 에이전트의 수수료를 조금 높이는 전략으로도 주택 매매에 쉽게 성공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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