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러들 관망세 속‘그림자재고’복병

2013-0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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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물 부족심화 원인과 전망

지난해 12월 주택판매가 전달보다 약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판매가 줄어든 이유는 매물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판매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약 465만채로 주택시장 침체(2007년) 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택구입 심리가 완전히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와 반비례 현상을 보이는 매물재고로 인해 주택판매량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12월 말 매물재고는 약 182만채로 전달 대비 약 8.5%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무려 22%나 줄어든 수치로 수요를 따라 잡기에 역부족인 물량이다. 올해 중 매물량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봄철 및 여름철 주택시장 성수기 전에 매물부족 현상이 해소될 지는 불확실하다. 본보 1월17일자 부동산 섹션을 통해 매물 감소 현상에 따른 주택시장 트렌드를 알아본 데 이어 매물부족 현상 발생 원인을 진단해 본다.

‘깡통주택’ 1,000만채… 일부지역 매물난 심화
“가격 더 상승” 기대심리 홈오너들 안 움직여
2009년 이후 새 집 공급 부족문제 개선 시급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주택 1,000만채


주택시장이 회복세라지만 집을 팔아도 모기지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깡통주택’이 1,000만채에 육박하고 있다(코어로직 집계). 집을 당장이라도 내다 팔고 싶지만 팔 처지가 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재고’들이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전체 모기지의 약 22%가 깡통주택이거나 주택소유주 중 약 15%가 ‘깡통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깡통주택 급증은 6년여에 걸친 주택가격 하락 여파에 따른 것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본격화 되면 얼마든지 주택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주택가격이 반등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전히 ‘그림자 재고’ 범주에 묶여 있어 매물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깡통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특히 매물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가치가 낮은 주택도 1,000만채

‘깡통주택’이 매물부족 현상의 원인이지만 주택 자산가치가 낮은 주택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행히 시세가 모기지 대출금보다 높아서 아직 ‘깡통주택’ 상태는 아니지만 시세와 모기지 대출금 수준이 비슷한 주택들이다.

따라서 집을 팔아도 중개 수수료 등 여러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가 나는 주택이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이같은 저 자산 가치 주택도 무려 1,000만채에 육박, 매물 공급원을 차단중이다.

저 자산 가치 주택은 매물부족 현상뿐만 아니라 주택구입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택구입 수요는 첫 주택구입 수요, 재구매 수요, 부동산 투자자 수요 등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주택시장이 균형적인 회복을 이루려면 3가지 형태의 수요가 고르게 존재해야 한다. 현재 주택구입 수요는 투자자들에 의한 수요가 주를 이루고 일부 첫 주택구입 수요가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반면 현재 주택 보유주들에 의한 재구매 수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금 집 팔 이유가 없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새해와 함께 일제히 올해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관별로 상승 전망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평균 약 3~5%의 상승이 전망된다. 주택보유 기간이 오래됐거나 구입 때 다운 페이먼트 비율이 높은 주택소유주들마저도 가격상승 전망에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년에 집을 내놓으면 지금보다 약 5%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데 왜 지금 집을 팔아야 하느냐는 판단이다. 주택시장 전망이 밝은 덴버나 달라스 등의 지역에서 두 자릿수 비율 이상의 매물감소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같은 원인 때문이다.

■투자자들에 의한 매물흡수 속도 빨라

부동산 투자자들에 의한 주택구입 열풍이 거세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기관 투자자에서부터 ‘맘앤팝’ 투자자까지 투자용 주택구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점은 투자자들이 주택구입 후 바로 매물로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택가격 폭등 현상에 힙 입어 주택 구입 후 곧바로 매물로 내놓는 ‘플리핑’ 투자가 성행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

최근 들어 플리핑이 재등장했지만 매물을 곧바로 되파는 투자자보다 우선 임대용 주택으로 전환하는 투자가 크게 늘었는데 매물부족 현상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가뜩이나 부족한 매물을 투자자들이 빨아들인 뒤 매물로 내놓지 않게 되면 매물부족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임대 수요는 높고 주택가격 상승속도는 더뎌 당분간 임대주택 전환 현상이 지속될 전망으로 매물감소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규주택 공급부족도 원인

지난해 말부터 건설업계의 주택 신축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주택착공 및 신축허가 건수가 수년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그래도 신규주택 공급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신규주택 공급이 침체이전 수준을 회복해야 매물부족 사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009년 전까지만 해도 한해 평균 100만채의 신규주택이 주택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수요를 충족시켰다. 그러나 2009년부터 신규주택 공급이 급감하면서 3년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2009년 약 79만4,000채의 신규주택이 완공됐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약 65만채, 2011년에는 약 58만5,000채로 연이어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주택 완공은 약 67만7,000채로 반등했지만 매물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물량이다.

■더딘 차압절차에 차압매물 공급 줄 막혀

은행들의 부실차압 처리행태인 이른바 ‘로보사이닝’ 사태 이후 차압절차가 급속도로 지연됐다. 이로 인해 차압매물 공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매물부족 현상을 초래중이다.

아직도 수백만채에 달하는 모기지 대출자가 연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더딘 절차 탓에 차압 매물화 하는데 제동이 걸린 상태다.

동시에 최근에는 모기지 연체주택을 차압하는 대신 숏세일로 처분하거나 재융자 또는 융자조정을 통해 구제 해주는 은행도 늘고 있어 차압매물은 앞으로도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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