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성황후가 명절에 즐긴 화려한 도미찜

2013-02-06 (수)
크게 작게

▶ 조경희씨가 추천하는 궁중요리로 만드는 설날 상차림

▶ 떡국의 비법은 육수 만들기에 달려

중국에서 유래한 음력설은 한국은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의 아시아 국가에서 일년 중 가장 큰 명절로 꼽힌다.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며, 미국에서도 차이니즈 뉴이어는 특별한 날로 여겨져 여러 가지 행사를 가질 만큼 들뜬 분위기가 만연하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중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공 시 파 차이’!(Gong xi fa cai)라는 인사말을 배우고 작은 행사들을 치른다.

오이·배 넣은 전채요리 ‘대하 냉채’
된장 양념으로 냄새 없앤 ‘맥적’
떡국상과 잘 어울려

차이나타운과 주변에서는 거리마다 복을 부르는 홍등에 불을 밝히고, 붉은 리번으로 장식해 복을 묶어두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지신밟기 같은 사자춤으로 악귀를 몰아내고, 우리가 떡국을 먹듯 중국에서는 물만두인 교자와 떡을 먹는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유상(yu sang)이라 부르는 생선회를 얹은 샐러드를 놓고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섞어 먹으며 행복을 기원하고 화합을 다진다.


우리의 음력설도 역시 떡국과 만두를 비롯해 전통 한식의 근사한 상이 차려지는 날이다. 올해 음력설에는 정갈한 품위가 넘치는 정통 궁중요리를 만들어 차려보면 어떨지, 궁중요리 전문가 조경희씨를 찾았다.

조경희씨는 여흥 민씨 9대 종손의 장녀로, 증조부가 조선시대 마지막 과거에 급제해 정삼품 벼슬을 지내며 명성황후를 곁에서 보필한 집안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집안 어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궁중과 문중음식을 습득한 조씨는 2010년 대한민국 정부 프로그램인 스타 셰프 한식 명장과정을 수료하였고, 본 과정의 수석 특전으로 일본 요리학교 츠지원 연수를 비롯해 코엑스에서 궁중요리 특별 전시를 열기도 했다.

현재 치노힐스에 거주하며 조경희 요리교실을 운영 중이고, 토요일 오전 9~10시에 진행되는 라디오 서울 ‘건강이 있는 아침’의 게스트로 방송도 하고 있다. 조씨가 추천하는 떡국상에 잘 어울리는 세 가지 궁중요리와 함께 만들기 쉬운 장김치 레서피를 알아보자.

<도미찜>

담백한 생선 도미찜은 예로부터 춤과 노래보다 좋다고 할 만큼 입을 황홀하게 만드는 고급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생선 손질만 잘 하면 만들기도 쉽고, 화려한 모양을 낼 수 있다.

▶재료 도미 1마리, 소고기 100g, 표고버섯 3장, 달걀 2개, 청·홍고추 2개씩
<찜양념 재료> 간장 2큰 술, 설탕 2작은 술, 정종 2큰 술, 다진 파와 마늘 각 2작은 술, 참기름 2작은 술

▶만들기
1. 도미는 비늘을 제거한다. 머리를 자르지 말고 아가미로 내장을 빼낸다. 집게손가락을 아가미에 넣으면 아가미 쪽으로 붙어 있는 내장이 만져진다. 이를 잡아당기면 한꺼번에 딸려 나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빼낼 수 있다. 아가미에 손을 넣기 전에 꼬리 앞쪽의 배를 머리 쪽으로 누르면 내장이 앞으로 밀려나와 빼내기가 쉽다. 단, 도미는 껍질과, 아가미, 가시가 매우 두껍고 단단하므로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2. 도미 몸통 깊숙이 칼집을 3군데 정도 넣어서 소금, 후추, 정종을 뿌려 재운다.
3.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얇게 채 썰어 불고기 양념하여 팬에 볶는다.
4. 청·홍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털어내고 길이로 나란히 채 썬다.
5. 달걀도 황백으로 나누어 얇게 지단을 부친다.
6. 도미 몸통의 칼집 낸 사이에 고기와 표고버섯을 끼우고 청, 홍고추를 얹은 후 양념간장을 끼얹는다. 김 오른 찜통에 접시 째로 넣어 20분 정도 쪄낸다.
7. 찐 도미 위에 황백 지단을 고명으로 올려 장식한다.


<대하 냉채>

곱게 채 썬 아삭한 오이, 달콤한 배, 고소한 밤, 촉촉하게 익은 새우에 은은한 겨자소스가 얹어져 상큼한 맛을 내는 대하 냉채는 고급스러운 전채요리가 된다.

▶재료 대하 10마리, 오이 1개, 배 1/2개, 밤 5개, 당근 50g
<소스 재료> 연겨자 1큰 술, 식초 1큰 술, 설탕 1큰 술, 소금 1작은 술

▶만들기
1. 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등에 칼집을 깊게 넣어 내장을 제거한 후 나비처럼 펼쳐지게 하고, 뒤집어서 쪽배에 잔잔한 칼집을 넣어 힘줄을 끊어준다. 이렇게 하면 익힌 후에도 동그랗게 말리지 않는다.
2. 정종과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새우를 넣어 살짝 데치고 차갑게 식힌다.
3. 작은 종지에 소스 재료를 넣고 섞어서 소스를 만들어 차갑게 둔다.
4. 오이는 돌려 깎아 가늘게 채 썬다.
5. 배도 오이와 같은 크기로 채 썬다.
6. 밤과 당근은 껍질을 벗기고 얇게 저며 채 썬다.
7. 접시에 새우를 놓고 재료를 보기 좋게 올린 후 소스를 뿌려낸다.

<장김치>

간장으로 간을 한 특이한 김치인 장김치는 떡국을 비롯한 국수상, 떡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김치다. 일반 김치보다 소화효소의 효능이 월등해 과식하기 쉬운 명절, 소화를 돕기 위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석이버섯을 넣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표고버섯으로 대체했다. 만들어서 바로 먹을 수도 있지만 하루 정도 지나면 가장 맛있고, 냉장고에 넣어 일주일 정도 두고 먹을 수 있다.

▶재료 배추 1/2통, 무 200g, 밤 4개, 밤 1/2개, 미나리 50g, 파 50g, 표고버섯 1장

<앙념 재료> 간장 1컵, 설탕 1큰 술, 마늘 2톨, 생강, 잣, 실고추 약간씩

▶만들기
1. 배추와 무는 사방 3cm 정도의 크기로 나박 썬다. 간장을 부어 30분 정도 절인 후 간장물을 따라낸다.
2. 밤과 배는 껍질을 벗겨 편으로 썰고 미나리와 파는 다듬어 3cm 길이로 자른다.
3. 표고버섯은 불린 후 채 썬다.
4. 마늘과 생강도 편으로 저며 채 썬다. 배추, 무, 밤, 배, 미나리, 파, 마늘, 생강을 모두 섞어 버무린다.
5. 배추를 절였던 간장물에 설탕을 넣고 4에 부어 버무린다. 간을 보고 소금으로 가감한다.
6. 잣과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어낸다.

<맥적>

곱게 칼집을 내 부드러운 돼지고기에 구수하고 맛깔스러운 된장 양념을 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기요리다. 된장 양념이 돼지고기의 잡냄새를 싹 잡아준다.

▶재료 돼지고기(목살) 1파운드, 부추 1단, 잣가루 약간
<고기양념 재료> 된장 2큰 술, 조선간장 1큰 술, 진간장 1큰 술, 정종 2큰 술, 물엿 1큰 술, 설탕 1큰 술, 참기름 1큰 술, 마늘 1큰 술, 깨소금과 생강 약간

▶만들기
1. 돼지고기는 약간 도톰하게 썰어 칼끝으로 잔 칼집을 낸다.
2. 작은 대접에 고기 양념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 1의 손질한 고기에 양념장을 고루 발라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4. 뜨겁게 달군 석쇠에 얹어 노릇하게 구워낸다. 석쇠가 없을 때는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지져내면 된다.
5. 넓은 접시에 부추를 깔고 고기를 얹은 후, 잣가루를 뿌려낸다.


<궁중요리 전문가가 알려주는 맛있는 떡국 끓이기>

비법은 뭐니 뭐니 해도 국물에 있다. 양지나 사태를 찬물에 2시간 정도 담가 물을 여러 번 갈아주면서 핏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이렇게 깨끗이 손질한 고기를 물과 함께 넣어 육수를 만드는데, 이때 무와 대파를 넣고, 마른 고추 1~2개 정도 함께 넣어 끓이면 잡냄새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어 깔끔한 국물을 낼 수 있다.

손님 대접용으로 고급스러운 떡국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고기 완자를 빚어 고명으로 얹고, 황백 지단은 채 써는 것보다 길쭉한 마름모꼴로 썰어 올리는 것이 가장 보기 좋다. 전통적으로는 오방색을 맞추기 위해 석이버섯을 달걀흰자 지단 부칠 때 다져 넣어 검정색을 더했지만 석이버섯 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표고나 목이버섯을 사용하면 된다.


<이은영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