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수나 배우 아니라면 첼리스트 됐을 걸요”

2013-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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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인터뷰

▶ ‘길트 트립’극성 엄마역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현재 상영 중인 코미디‘길트 트립’(The Guilt Trip)에서 세일즈맨 아들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는 극성맞은 어머니로 나온 바브라 스트라이샌드(70)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긴 생머리 금발에 검은 상의 속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굵은 테 안경을 쓴 스트라이샌드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간혹 유머를 섞어가면서 질문에 진지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꾸밈 없이 직선적인 사람으로 사려 깊고 차분했는데 수퍼 스타이면서도 티를 내지 않아 좋았다. 스트라이샌드의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지난 35년간 그녀의 머리를 손질해 온 김순희씨로 스트라이샌드는 인터뷰 후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자“내 헤어스타일리스트도 한국 사람”이라며 반색을 했다.

채소 키우고 달걀 수확
집에 있을 때 가장 편해

스테이크 먹는 장면 곤혹
테이블 밑에 뱉으며 촬영


가사 잊어버렸던 악몽에
한동안 무대가 두렵기도

*당신은 완벽주의자로 알려졌는데 지금도 그런가.
-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인간으로서 완벽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보다 요즘에는 많이 느슨해졌는데 때론 그것이 유감이다. 보통 사람들이 누구를 두고 완벽하다고 말 할 때는 대부분 그 완벽한 사람은 남자이게 마련이다. 마치 여자는 그럴 수가 없다는 듯이. 그런 면에서 난 어쩌면 난 아직도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내 이런 뜻을 최근에 발간한 앨범 ‘릴리스 미’에서도 언급했다.

*성공과 명성이란 무엇인가.
- 그것이 우리의 삶을 보다 편하게 해줄지는 몰라도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해 주는 것은 아니다. 불평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성공과 명성은 성가신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너무 내게 관심과 흥미를 갖는 바람에 삶을 자연스럽게 관찰하기가 힘들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따라다니는 바람에 참으로 이상한 존재가 되고 만다.

*그럼 그런 것을 피해 어디를 가는가.
- 집에 있는 것이 제일 편하다. 편안한 옷을 입고 집의 유기농장에서 채소들을 돌보고 닭들로부터 계란을 얻고 그리고 장미를 가꾸는 것이 기쁨이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최근 가수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레이디 가가다. 대단한 가창력을 지닌 음악가다. 큰 가능성을 지닌 가수다.

*과거 공연배우들과 여전히 접촉을 하는가.
-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제프 브리지스 그리고 로버트 레드포드와 연락을 한다. 그러나 오마 샤리프를 만난 지는 꽤 오래다. 이미 죽은 사람들도 더러 있다.

*당신은 영화에서 스테이크 먹기 대회에 나가는데 스테이크를 좋아하는가.
- 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늘 음식을 먹여주었다. 어머니는 “사랑한다”는 말과 포옹 대신에 음식을 먹게 했다. 어머니에게는 음식이 사랑이었는데 내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 스테이크를 한 점만 먹어도 물려서 뱉어내기 때문에 그 장면을 안 찍으려고 했다. 정말로 하기 힘든 장면으로 테이블 밑에 버켓을 놓고 스테이크를 먹고 내뱉곤 했다.


*당신의 마음의 양식은 무엇인가.
- 내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난 때로 야심이 많아 영화도 감독하고 또 세계의 어딘가 다른 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금방 마음을 고쳐먹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집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보내는 것이 더 좋구나 하고 깨닫곤 한다.

*영화처럼 차타고 여행 해본 적이 있는가.
- 현 남편(영화와 TV 배우인 제임스 브롤린으로 배우 조쉬 브롤린의 아버지)을 만나기 전에는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어 남편과 함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트럭에다 짐을 싣고 여행을 했었다. 그러나 난 짧은 여행을 좋아하지 영화에서처럼 8일씩 여행은 못한다.

*가수나 배우가 아니라면 무엇이 되고 싶었겠는가.
- 파블로 카잘스와 같은 첼로 연주자다. 난 이런 뜻을 내 영화 ‘스타 탄생’(A Star Is Born-오는 2월5일 블루-레이 출시)에 나오는 노래 ‘아이 원트 에브리싱’에서도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난 언제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글을 쓰고 사진도 찍고 싶다. 불원간 내 회고록을 쓸 것이다.

*정치는 어떤가.
-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옆에서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으로 족하다.

*지금의 당신이 젊은 바브라에게 줄 충고라도 있다면.
- 난 남의 조언 없이 혼자 잘 해왔다. 그러나 충고하라면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추진력과 열정 그리고 상상과 창조력을 동원해 그것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당신은 끝까지 첫 시랑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 물론 나도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내 노래에서 그것을 사용하곤 한다. 도움이 된다.

*어머니로서 무엇을 배웠는가.
- 내 아들 제이슨(아버지는 배우 엘리옷 굴드)은 신성 가수인데 스타 부모를 두어서 문제가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들에게 유명하지 않은 부모를 둔 아이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곤 했다. 그런데 내 아들은 정말로 잘 컸다. 가수로서도 성공하리라고 믿는다. 아들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된 것이 가슴이 터지도록 기쁘고 자랑스럽다. 난 어머니가 되면서 개인적으로도 성장했다.

*남편과 금슬이 좋기로 알려졌는데.
- 우린 지금까지 15년을 함께 살았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동시에 혼자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집에 있으면 남편은 컴퓨터에 매달리고 나는 다른 일을 하지만 우린 서로 그것이 행복하다. 어떤 때는 나는 친구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남편은 다른 일을 하지만 우린 서로 만족한다.

*과거 한동안 무대에 서기를 꺼려한 당신은 최근 순회공연을 했는데 무대에 서는 것이 이젠 괜찮은가.
- 지난 1967년 뉴욕의 센트럴팍에서 노래할 때 두 곡의 가사를 잊어버려 죽을 정도로 겁이 난 뒤로 입장료가 없는 자선공연을 빼곤 27년간 무대에 안 섰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바로 그런 점이 나이를 먹어 좋은 점이다. 아직도 가사를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나긴 하나 과거처럼 심하진 않다.

*만약 영화처럼 아들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한다면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어머니와 아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따뜻한 러브 스토리라고 부를 수가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참다 보면 그것은 사랑에 이르게 마련이다.

*열렬한 민주당원인 당신은 지난 선거에선 크게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 그것은 모르는 소리다. 순회공연으로 오바마를 위해 노래는 못 불렀지만 오바마를 위해 선전영화도 찍고 또 왜 그를 지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편지도 썼다.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특히 적어도 민주당만큼은 염려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해선 많은 글을 썼다. 난 지난 1986년부터 이 문제에 관한 재단을 설립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케이트 블랜쳇이 주연하는 로맨스 영화 ‘스키니 앤 캣’(Skinny and Cat)을 제작하고 감독하는 일은 어떻게 됐는가.
- 현재 제작비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스튜디오들은 컴퓨터 특수효과 위주인 제작비 1억달러 이상의 영화 아니면 아주 저렴한 영화만 만들려고 하지 내 영화처럼 제작비가 1,800만달러가 드는 중간 가격의 영화는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간신히 제작비를 1,300만달러만 조달한 뒤로 제작준비를 중단했다가 얼마 전에 1,500만달러를 제공하겠다는 물주를 찾았다. 그래서 지금 나머지 300만달러를 조달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내 영화는 사람들이 결코 싫증을 안 내는 훌륭한 러브 스토리다. 사랑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것 아닌가.

*왜 오래간만에 영화 출연에 응했는가.
- 지루해서 그랬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각본으로 쓴 댄 포글만의 어머니가 내 팬으로 그녀가 내가 영화에서 꼭 자기 역을 해야 한다고 우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16년만의 주연이긴 하나 난 집을 떠나는 것을 싫어해 1년간 출연 교섭에 불응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세트를 짓고 찍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출연에 응했다.

*당신은 클린턴과 오바마와 친하고 또 그들의 열렬한 후원자인데 그들을 만나면 직언이라도 하는가.
- 그렇다. 난 주견이 강해 기후변화 등 많은 것들에 관해 그들에게 얘기한다. 고어가 대통령에 나왔을 때도 직언을 했다. 내가 정인들에게 하는 말은 진정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인들로부터 진실을 파악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어에겐 지더라도 진실하라고 조언했었다.

*당신은 무슨 시계를 차고 있는가.
- 난 시계를 좋아해 그것들을 수집한다. 카르티에를 좋아하나 요즘 것이 아닌 옛날 것을 좋아한다. 난 한 번 시계를 차면 샤워할 때나 잘 때도 차고 있다. 그러나 난 게을러 시계를 잘 보지는 않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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