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훈풍’ 주택시장, 아직‘ 활황’은 멀다

2013-01-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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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한 문제점들

새해와 함께 주택시장의 훈풍이 완연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 주택구입에 대한 수요는 해를 넘기며 더욱 뜨거워졌다. 부동산 중개 업체마다 집을 알아 봐달라는 구입문의 전화가 쇄도할 정도로 구입 열기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뜨겁다. 이 정도면 더이상 주택시장이 완연하게 살아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주택구입에 대한 뜨거운 관심만큼 주택시장은 아직 활황이 아니다. 이제 막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뿐 소위 ‘붐’상태에 접어들려면 아직도 수년이 필요하다. 회복 분위기에 휩쓸려 과거처럼 ‘묻지 마’식 구입이 투자에 나섰다가는‘잃어버린 6년’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셀러가 주택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상황이지만 가격을 부르는 대로 사기보다는 구입 능력 한도 내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주택시장 회복 뒤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작년 바닥 탈출은 확실$ 회복속도는 더딘 편
투자자들 대량구입 많아 수요자 다변화 절실
주택신축 급증 반갑지만 자칫 과잉공급 우려

◇주택시장 회복 아직은 불안


언론에서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언급이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회복이라기보다는 ‘힐링’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적합하겠다. 주택시장 현재 상황은 큰 병을 앓은 환자가 수술 후 본격적인 회복에 앞서 병세가 서서히 치유되는 과정과 비교된다. 치유과정을 잘못 거쳤다가는 회복은커녕 병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그런 시기다.

주택시장이 지난해 바닥을 탈출한 것으로 부동산 업계가 여기고 있다. 재판매 주택과 신규 주택에 대한 거래가 오름세고 이에 따른 가격도 반등 중이다. 장밋빛 주택경기 전망에 ‘올인’한 듯한 건설업체들도 주택 착공과 신축 허가 신청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반면 주택가격 하락 요인인 차압매물에 대한 거래는 급감하는 등 주택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세는 여전히 강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의 회복세가 과연 얼마나 이어질 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릭 샤가 캐링턴 모기지 홀딩스 대표는“ 주택시장 지표가 모두 긍정적이지만 회복 속도는 느린 편”이라며 “‘활황’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고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위험 요소

◆실수요자 제외된 주택 거래 증가
우선 부동산 투자자들에 의한 구입 증가를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의 구입증가는 수요를 자극하고 주택가격을 지탱해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은 구입 후 주택을 되팔지 않고 임대용으로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매물품귀’ 현상이 이같은 투자자들의 주택투자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투자자들은 주택을 한두 채씩 구입하지 않고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매물부족 현상을 더욱 부채질 중이다.

주택시장이 회복이 완전한 형태를 갖추려면 주택시장에 여러 형태의 수요세가 공존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구입 수요는 물론, 첫 주택 구입 수요, 큰 집으로 옮겨가려는 재구입자 수요 등이 함께 존재해야 안정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현재 주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주택구입 활동은 비정상적으로 활발한 반면 첫 주택 구입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상이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다.


◆주택신축 증가, 자칫 과잉공급 우려
지난해 부쩍 증가한 주택신축 및 신축허가건수 역시 ‘동전의 양면’이다. 지난 10월 주택착공은 4년래 최고치로 증가했고 같은 달 발급된 신축허가 건수 역시 전년 대비 약 11%의 증가폭을 보였다. 지금처럼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주택 공급은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역할이다. 주택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수요가 살
아나자 장기간 ‘동면’중이던 건설업체들이 일제히 깨어났다.

그러나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큰 기대로 공급속도가 너무 빨라질 경우 대량으로 대기 중인 그림자 재고 물량과 더불어 다시 주택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 특히 실수요자에 의한 주택 구입 수요가 현재보다 늘어나지 않을 경우 이르면 1년 내에 다시 주택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샤가 대표는 경고했다.

◆‘ 펜딩’ 매물 이상 증가
대부분의 주택시장이 매물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반면 ‘펜딩’ (pending) 상태인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펜딩이란 매물로 나온 뒤 구매계약이 체결된 상태로 현재 에스크로를 진행 중인 매물이다.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아 중도에 거래가 취소되면 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매물들이다. 펜딩상태인 매물과‘ 백업’ (back-up) 오퍼를 받고 있는 매물까지 합치면 대부분 지역에서 오퍼를 기다리고 있는 일반 매물의 숫자를 훌쩍 넘는다.

문제는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대출기준이나 주택 감정기준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아 주택거래가 중도에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구입자가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감정가격이 너무 낮게 나와 거래가 취소되면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되는 점이 우려할 사항이다.

◆일반거래 증가, 차압물 거래 감소
주택거래 추이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신축주택 및 재판매 주택에 대한 거래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늘고 있는 반면 주택가격 하락 요인인 차압매물에 대한 거래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가주에서 두드러진다.

‘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 (CAR)에 따르면 2009년 전체 주택거래의 절반을 차지했던 ‘REO’ (Real Estate Owned) 거래가 최근 전체 거래 중 10~15%로 뚝 떨어졌다. 레슬리 애플턴-영 C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거래 양극화 현상은 가주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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