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더가 대출자의 상환능력 입증해야

2013-01-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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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모기지 규제법 주요 내용

금융감독기구인‘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10일 모기지 대출자 보호법을 발표했다. 이른바‘적격 모기지 대출 규제법안’(Qualified Mortgage Regulation)으로 불리는 법안은 이미 지난해 발표가 예고된 바 있다. 법안은 금융위기를 몰고 온 대출은행들의 무책임한 모기지 대출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은행들은 앞으로 모기지 대출 때 대출자의 소득과 자산 등 상환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주 내용이다. 법안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대출 적격자에 한해 모기지 대출이 실시되는 만큼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들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압류관행은 사라질 것으로 소비자 단체는 법안을 환영했다. 반면 새 법안 시행 때 모기지 대출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는 은행권은 시행을 늦춰줄 것을 요구중이다.

수수료는 융자 금액의 3% 넘지 못해
DTI 규정인해 점보론은 ‘적격’ 크게 줄듯
무분별한 부실 줄고 관련 소송 감소 기대

■주요 내용


법안의 골자는 앞으로 모기지 대출 은행들이 모기지 대출 때 대출자들의 대출 상환능력을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적격 모기지 대출자를 구분하기 위해 기존보다 강화된 대출기준도 적용된다. 우선 대출자 상환능력의 기준이 되는 ‘총 부채상환 비율’(DTI)이 기존 일반 비율보다 낮은 43%로 하향 조정됐다.

DTI는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 한도를 정한 비율을 의미하는데 대출 신청가구의 대출 후 예상되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포함, 전체 부채가 세전 소득의 43%를 넘으면 ‘적격 대출자’ 기준에서 제외된다.

법안은 서프 프라임 사태의 주범인 이른바 ‘악성 모기지’ 대출관행을 규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악성 모기지로 지정된 모기지는 일정기간 이자만 상환하는 ‘인터레스트 온리’(interest-only) 론, 대출 초반 페이먼트는 낮아 부담이 없지만 이후 원금이 불어나는 ‘역상각’(negative-amortization) 론, 대출 상환기간이 30년 이상으로 이자금액이 높아지는 장기 론 등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대출자들의 대출 상환능력을 떨어뜨리는 이같은 악성 모기지들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대출은행들이 대출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수수료를 대출금액의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대출은행은 ‘적격 대출자’ 기준에 벗어난 대출자에게 대출을 발급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은행은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을 입증하지 않은데 따른 소송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내용 등도 새 법안에 포함됐다.

■ ‘점보융자’ 대출자 타격 예상

‘모기지 은행업협회’(MBA)와 소비자 옹호단체 등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자 보호법 시행에 따른 모기지 대출시장의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안이 시행돼도 대출자들은 기존처럼 모기지 대출을 원활히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고가주택 구입에 따른 고액의 모기지 대출자들의 대출은 현저한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새 법안이 담고 있는 DTI 규정 때문인데 43% 규정이 적용되면 이른바 ‘점보론’으로 불리는 고액 모기지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적격 대출자’로 분류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전망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컨포밍 융자 한도액은 대부분 지역에서 41만7,000달러이며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고가주택 지역은 62만5,500달러다. 융자액이 이 한도액을 넘게 되면 점보융자로 분류된다.

현재 점보융자에 적용되는 DTI는 새 규정보다 조금 높은 45~47%이며 일부 은행은 50%가 넘어도 대출을 발급하고 있다. 융자업계에서는 법안이 시행되면 점보융자 발급건수가 현재보다 약 2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중이다. 이같은 우려에 CFPB는 임시 예외규정을 마련해 당분간 숨통을 터줄 계획이다.

■임시 예외규정

DTI가 높아지는 대출자 중 국영 대출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정한 대출기준을 갖췄거나 ‘연방농업국’(USDA)과 ‘재향군인회’(VA) 융자기준에 적합한 대출자에 한해 법안 시행 후 최장 7개월 동안만 ‘적격 대출자’ 기준에 맞는 대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DTI 43% 룰이 일괄적으로 적용될 경우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깡통주택’ 소유주들 등 부채 비율이 높아진 주택 소유주들의 재융자는 어렵게 된다.

따라서 현재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재융자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대출자들에게는 예외 규정을 두기로 했다. 새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은행들은 변동이자율 융자, 이자만 내는 융자 등 이른바 ‘고위험’ 융자를 보유한 대출자들에게 ‘대출 상환능력’ 입증의무에 관계없이 재융자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무분별한 대출 및 부실대출 관련 소송감소 기대

대출은행들이 새 법안의 규정대로 모기지 대출을 발급할 경우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발생한다.

은행들은 대출 적격자에 한해 모기지 대출을 실시할 수 있는 만큼 대출자들은 은행권의 무분별한 압류 등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며, 반대로 은행은 부실 압류 절차와 대출 발급과정 책임을 묻는 소비자단체 또는 대출자 등이 제기하는 소송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기 후 금융권 규제를 위해 제정된 ‘도드-프랭크’ 법안에 따라 이번 모기지 대출자 보호법이 마련됐으며 공표 뒤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1월21일까지 확정 시행될 예정이다. 대출은행들은 이미 수개월 뒤부터 새 법안 적용을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권에서는 모기지 대출업계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법안 공표를 1년 연장해 줄 것으로 요구중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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