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성결혼 집례 허용” 파문

2013-01-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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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가행사 열리는 워싱턴 내셔널 대성당

▶ 한인 교계는“인정 안해” 입장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법에 대한 대법원의 검토 결과가 올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독계의 주요 인사와 교회들이 새해 시작부터 잇달아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동성결혼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인교계 주요 인사들은 동성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크리스천 포스트지에 따르면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61) 목사는 “재정절벽(fiscal cliff)보다 영적절벽이 훨씬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의 영적 각성과 회개를 촉구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언론은 재정절벽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동성결혼 증가와 마리화나 합법화, 음란물이 넘쳐나는 TV 등 영적·도덕적 절벽이 나라에 끼치는 해악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라며 “죄에 찌든 미국은 재정절벽보다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을 강력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영적으로 어두운 시대를 살고 있으나 회개와 부흥이 일어난다면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주요 국가적인 행사들이 열리는 106년의 전통을 가진 성공회 계열 워싱턴 내셔널 대성당이 9일 동성결혼 집례를 즉각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독교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 대성당의 주임사제인 게리 홀은 “동성결혼을 집례하는 것은 하나님 세계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포용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기회”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AP는 이에 대해 지난달 미국 육군사관학교 생도교회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이 시행되자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반발한 것에 비춰볼 때, 내셔널 대성당은 그 상징성 때문에라도 더 큰 반향을 부를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달 말 내셔널 대성당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취임을 위한 공식 기도회가 열린다면서, 이곳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한 것은 그 위용과 관련해 상징성이 강력하다고 보도했다. WP는 그러나 미국 내 기성 교단들의 대다수는 동성결혼을 축복하지 않는다면서 신자 수가 200만명인 미국 성공회의 이번 조치는 예외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 한인교계는 동성결혼 불인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제선 온하늘교회 담임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받는 충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교회의 세속화, 합리화를 경계해야 하고 성경말씀에 따라 사는 삶과 기도를 통해 신앙적 변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미주성결교회 박승로 목사도 “지난해 제33차 미주성결교 총회 때 동성결혼과 관련, 교회적 차원에서 결의가 있었다”고 전제한 뒤, 성서에 근거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 만을 인정하며 동성애자의 성직자 임직 금지와 함께 본 교회에 소속된 목회자는 군목을 포함해 동성의 결혼주례, 장례, 세례 등 모든 의식을 집례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용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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