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입진보와 입부조

2013-01-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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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용의“ 부자로 가는 길”

올림픽과 대통령 선거에는 공통점이 많다. 본선에 선수로 출전하려면 온갖 예선을 거쳐야 한다. 세상의 날고 뛰는 고수들의 경쟁이다. 최상의 조건으로도 승리의 월계관을 보장할 수 없다. 모든 운동중에 선거 운동이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한동안 신문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별의별 소식이 한미 양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전해졌다. 노예제도가 합법이었던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에 재선되고 돈 많은 보수파 백인 후보가 패배했다. 삼강오륜의 유교가 뿌리깊었던 한국에서는 여자가 대통령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입씨름에서 보수가 이겼다.

은퇴한 친구들이 제철을 만났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데는 많아진 것이다. 귀중한 한표를 가진 어르신으로 귀중한 몸이 되는 것이다. 가진 게 시간밖에 없는 반 중늙은이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시절이 선거철이다. 젊은 이들이 꼰대들 “늙은 투표"라고 불러도 한표는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 너희가 늙어봤느냐 나는젊어보았다. 그러니 까불지 마라. 삼삼오오 모이면 선거를 안주 삼아 겨울을 녹이는 선거철은 뜨겁다.


12월은 송구영신의 계절이다. 이곳 미국 동포사회에서는 많은 동문회, 향우회 그리고 각종 단체는 연말 모임에서 으레껏 회장단 선거를 한다. 친목 단체나 동호인들은 자천타천으로 화기애애하게 영광스런 영도자(?)를 모신다. 이권 단체나 명예가 걸린 단체들은 난립한 후보들이 이전투구 금권의 법칙에 따라 권력(?)을 잡는다.

2012년 총회에서 작은 운동단체의 회장직을 인계했다. 매일 운동하는 지킴이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많이 만나는 빈도로 보면 가족, 직장 동료 그리고 운동하는 사람들 순이다. 취임 인사로 2013년의 당부를 했다. 우선 “미인대칭"하자, 십시일반 회비를 내자 끝으로, 회장의 리더십보다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협조와 화합을 부탁하며 인사를 끝냈다.

싸움의 문화가 우리 속에 있나보다. 둘이 모인 가정에서도 남북으로 갈린 두 나라도 싸운다. 크던 작던 많으면 많을 수록 싸우는데 익숙하다. 돈이 있고 힘이 있으면 더욱 더 잘 싸운다. 깊고 아프게 상처를 낸다. 생식기만 여자라고 말하는 대학교수나 정치적 창녀라고 말하는 언론인이나 “ 교양있는 문화인의 말솜씨에 놀랄 뿐이다. 까짓거 육두문자쯤이야 참을만하다. 그것도 모자라 조상대대로 욕하고 콩밥을 먹다 죽을 만큼 싸운다.

말로 살고 말로 죽는 팔자가 있다고 한다. 정치인, 종교인 그리고 사기꾼은 같은 사주를 가졌다고 한다. 한날 한시에 태어나도 가는 길이 다르면 일하는 큰집이 다르다. 정치인은 국회의사당으로, 종교인은 예배당으로, 사기꾼은 형무소로 큰 집에서 일을 보게 된다. 조상탓에 태생은 선택할 수 없지만 팔자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오랜 만에 만난 지인이 잘 나가는 것을 보고“ 팔자 고쳤다"고 부러워 한다. 출세하려면 기칠운삼이라고 하지만,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팔자와 한판 겨루며 살아간다.

이민 1세 한국인에게 김치는 고정 반찬이다. 아이들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저녁상에 김치가 없었다. 양식이지만 밥과 김치를 달라고 한 부모와 아이들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문화이고 식생활의 기본인 김치가 문제였다. 집집마다 세대간 갈등은 있다. 경험이 다르고 책임이 다르니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단체에서도 세대간 갈등을 느낀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20·30세대와 50·60세대간의 전쟁이었다고 한다. 세대 간 착시현상이 너무나 심각하다. 세대간 싸움질을 시키는 정치 집단은 더욱 문제다.

약관은 몸만 어른인 20대를 말한다. 이립은 30대로 심장이 뛰는 몸과 정신이 어른인 독립한 세대다. 이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의 신념과 뜻과 다르면 쉽게 상대방의 약점을 말한다. 2030세대는 스마트 폰으로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가장 현대적인 세대이다. 지난 선거에서 입진보들이 순진한 이들을 진보의 중심에 세우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고 진군의 나팔을 불었던 것이다.

지천명은 머리로 깨닫는 50대다.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은 약 80세가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육체적 나이는 약 10년 정도 젊다고 한다. 세상은 좁고 할일은 많다고 외치던 신세대들이다.


환갑이면 인생 60갑자가 한 바퀴돌아 쓴맛 단맛 알만큼 아는 세대이다. 50·60세대는 반쯤 은퇴당한 세대들이다. 그들은 원하던 원치 않든 보수세력의 중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했다.

역동적인 사회일수록 세대 갈등이 크다고 한다. 한국의 사회 변화 속도는 일본의 3배, 영국의 6배라고 한다. 컴퓨터의 속도 만큼이나 빨리 지나가지만 중심은 지켜야 한다. 공자가 말하길 "군자는 행위로 말하고 소인은 혀로 말한다"고 했다. 선거가 끝나고 입진보의 모습을 보았다. 솔선 수범하지 않으며 말과 글로만내뱉는 입진보들이 주변에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목은 밥줄이고 명줄이다. 심장과 머리사이에 목줄이 있다. 목숨바쳐 일하는 것은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명줄을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이 방정이면 밥줄이 끊긴다. 힘든 한해를 보냈다. 따뜻한 입부조로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공인회계사, 수필가 (213)38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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