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과의 조화… 몸·마음 맑아지는 웰빙식

2013-01-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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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음식

■ 쉽게 만드는 레시피

완전한 채식이라 할 수 있는 사찰음식은 절집의 수행승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다. 불교의 철학과 문화가 담겨 있는 음식으로 영양을 챙겨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수행의 연장이기도 하다. 부처가 금기시한 육류와 오신채를 멀리하되, 소박한 밥상이지만 음양오행에 맞게 준비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차려지는 지혜로운 섭생방식이다. 여린 풀뿌리 하나에도 이것을 있게 해 준 땅, 태양, 물, 계절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만을 먹는 소식으로 욕망과 탐심의 절제를 터득하는 수행을 통해 매일 매일 마음을 새롭게 해주는 음식이다.

육류 없는 소박한 밥상
채식주의자 아니라도
담백하고 감칠 맛에 매료


콩·버섯·다시마 위주… 다이어트가 저절로

종교를 떠나서 보더라도 사찰음식은 많은 면에서 ‘낭비와 무절제’로 상징되는 오늘날의 잘못된 식습관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식단이다.

식탁 위에 오르는 가축을 키우는데 전 세계 곡물의 30%가 소비되고, 육식을 5분의 1만 줄여도 지구상의 식량난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세계 온실개스의 51%가 축산으로 인해 발생하여 남극, 북극, 아마존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니 무절제한 육식 습관은 무심히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자초를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 생산을 쉽게 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생산되고, 한식의 기본인 된장과 고추장을 만드는 콩도 유전자 변형되지 않은 재래종을 찾기 쉽지 않은 요즘, 남의 일이겠거니 하고 모른 척하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다음 세대에게도 이런 현실을 알려주고, 대처할 방법을 모색해 보는 여러 가지 의식교육의 출발이 집안의 식탁에서 이루어진다면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이라 할 수 있겠다. 2013년 새로운 계획과 각오 속에 닷새에 하루 정도는 ‘온전한 채식’으로 식탁을 차려보는 목록도 추가되면 좋겠다.

사찰음식은 누구나 실천해 볼 수 있는 쉬운 음식이다. 자연에서 거둔 먹을거리의 좋은 성분을 살려 몸을 보호하고 치유하는 기능을 가지며,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이 나를 넘어선 나눔으로 모두에게 이로움을 끼치고, 조화롭게 요리해 맛까지 좋은 한국의 맛을 내는 건강한 음식이다.

기본 요소로 맛국물과 맛가루가 있는데, 주로 다시마, 표고버섯, 검은콩을 사용해 만든다. 다시마와 표고를 같은 양으로 넣고 끓인 채소국물은 음식 맛내기의 기본이다. 이유식부터 국, 찌개, 전골의 국물이 되고, 무침양념에도 감칠맛을 더하는 필수 요소다.

검은콩이나 흰콩은 깨끗이 씻어서 하루 정도 불려 갈아두면 음식에 단백질을 보충하고 조림, 찜요리나 국에 넣어 요리하면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검은 콩을 물에 넣고 삶아 식힌 국물, 콩을 볶아서 껍질을 없앤 후 곱게 간 콩가루도 무침양념, 선식, 국물의 기본 재료가 된다.


그 외에도 계피가루, 깻가루, 산초가루, 녹차가루, 색이 고운 각종 식물 가루(치자, 백련초, 경질이, 민들레, 석이버섯, 연잎, 냉이 등), 산야초 효소, 설탕 대신 꿀과 조청, 감식초 등을 사용해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이 유연하게 조화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평범한 밥상차림에서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사찰음식들을 모아봤다.

<두부채소 볶음밥>

▶재료 밥 4공기, 두부 1모, 표고버섯 4장, 당근 1/2개, 벨페퍼 1/2개, 중간 크기 감자 1개, 오이 1/2개, 애호박 1/2개, 진간장과 소금 약간, 기름 약간
<양념장 재료> 집간장 5큰 술, 청·홍고추 1개, 통깨 2큰 술, 참기름 2큰 술

▶만들기
1. 표고버섯, 당근, 벨페퍼, 감자, 애호박은 작게 깍뚝 썰고, 오이는 돌려 깎기 해서 껍질부분만 같은 크기로 썬다.
2. 두부는 으깨어 면보에 담아 수분을 짜내고, 팬에 고루 펴서 노릇하게 지지며 볶는다. 단단하게 익으면 불을 줄이고 진간장으로 뿌려 섞으면서 간을 한다. 다른 그릇에 담아둔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감자는 중간 불에서 잘 익도록 고루 볶고, 감자가 거의 익었을 무렵 나머지 야채를 넣고 센 불에서 빨리 볶아낸다. 채소는 소금으로 기본 간을 하면서 볶아야 한다.
4. 3에 밥과 두부를 넣고 고루 섞으면서 한 번 더 빨리 볶는다.
5. 양념장 재료를 섞어 함께 낸다.

<표고버섯 우엉밥>

▶재료 쌀 3인분, 마른 표고버섯 20장, 중간 굵기 우엉 1/2개, 참기름 2큰 술
<양념장 재료> 청·홍 고추 각 1개씩, 진간장 3큰 술, 참기름 1큰 술, 통깨 1큰 술

▶만들기
1. 쌀은 미리 씻어 불려둔다. 표고버섯은 불리고 우엉도 껍질을 벗겨 깨끗이 손질한 후 채 썬다.
2. 팬에 참기름 2큰 술을 두르고, 표고버섯과 우엉을 넣어 중간 불에서 타지 않도록 볶는다.
3. 밥솥에 불린 쌀과 2를 섞어 담고 채소 물을 붓는다. 물은 쌀이 살짝 잠길 정도로만 부어 짓는다. 중간에 한두 번 섞어준다. 밥이 되는 동안 청·홍고추를 다지고 여분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무 전>

▶재료 무 1/2개, 소금 약간, 부침가루 1컵, 채소국물 1컵

▶만들기
1. 무는 0.5cm 두께로 도톰하게 썬다.
2. 냄비에 물과 소금을 넣고 끓여 무를 살짝 데쳐낸다. 찜통에 쪄도 되는데, 투명해지지 않도록 살짝만 익힌다.
3. 무에 부침가루를 조금 덜어 고루 뿌려 묻힌다. 여분의 부침가루에 채소국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무를 담가 반죽을 입힌다.
4. 팬을 가열하고 기름을 넉넉히 둘러 무를 노릇하게 부쳐낸다.
5. 간장을 곁들여 낸다. 배추도 같은 방법으로 부치면 맛있는 배추전이 된다.

<실란트로 무침>

▶재료 실란트로 300g
<양념장 재료> 고춧가루 1큰 술, 진간장 2큰 술, 참기름 1큰 술, 통깨 1큰 술, 채소국물 1큰 술

▶만들기
1. 실란트로는 줄기까지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꼼꼼히 제거한다.
2. 양념재료를 섞어 양념을 만들고 실란트로에 살살 버무려 섞는다.

<채소 자장>

▶재료 큰 감자 1개, 당근 1/2개, 애호박 1/2개, 벨페퍼 1/2개, 양상추 잎 4장, 중간크기 양파 1개, 오이 1/4개, 완두콩 1/3컵
<소스재료> 춘장 300g, 포도씨유 5큰 술, 꿀 2큰 술, 녹말가루 1큰 술

▶만들기
1. 감자, 당근, 애호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썰기 한다.
2. 파프리카는 씨를 제거한다. 양배추와 함께 감자와 비슷한 크기로 썬다.
3. 오이는 곱게 채 썰고, 완두콩도 끓는 물에 데쳐 준비한다.
4. 녹말가루에는 물을 3배 정도 섞어둔다.
5. 팬을 가열하고 포도씨유를 넉넉히 두른 후 춘장을 넣어 천천히 저으면서 볶는다. 타지 않도록 중간 불에서 익히고, 기름과 춘장이 분리되지 않도록 계속 저어준다. 약 10분 정도 볶는다.
6. 춘장을 볶는 동안 다른 팬에 준비한 채소를 볶는다. 팬을 가열해 감자와 당근을 먼저 볶다가 나머지 채소를 넣어 섞는다.
7. 6에 5의 춘장을 넣어 고루 섞고, 물 4~5컵 정도를 부어 채소가 완전히 익도록 끓인다.
8. 마지막에 녹말을 풀어 농도를 맞추고 간을 조절한다.
9. 밥이나 면에 자장을 붓고 완두콩과 오이를 얹어낸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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