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아버지·할머니 앞 손자들 망나니짓

2013-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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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렌탈 가이던스 (Parental Guidance) ★★½

할아버지·할머니 앞 손자들 망나니짓

막내 손자 바커가 할아버지의 사타구니에 물총을 쏘고 있다. 가운데는 할머니

‘부모의 지도 편달’이라는 제목을 한 이 영화는 할러데이 시즌을 위한 가족용 영화라는 미명을 한 한심한 영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나오는 사람들이 쓸데없이 난동을 부리고 소란을 떨면서 말도 안 되는 똥오줌 구토의 농담을 늘어놓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제작 겸)과 베트 미들러가 구식 할아버지 할머니로 나와 신식 세 손주를 돌보면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의 스케치에 지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재능이 낭비된 재미없는 농담의 장광설과도 같아 하품이 나온다.

오랫동안 해 온 마이너리그 야구 아나운서 직에서 쫓겨나 풀이 죽은 아티(크리스탈)에게 멀리 떨어져 사는 딸 앨리스(마리사 토메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남편 필(탐 에버렛 스캇)과 함께 업무 겸 휴가를 가는데 세 손주를 봐 달라는 것이다. 아티는 이에 반대이나 아티의 아내 다이앤(미들러)이“ 예스”하는 바람에 둘은 딸집에 도착한다.


서로 떨어져 살다보니 두 집안 간의 관계가 별로 돈독한 것도 아니어서 손주들이 조부모 알기를 남 보듯한다. 아티 부부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주들의 난동이 벌어지고 아티와 다이앤은 1년에 한 번이나 볼까말까 하는 손주들의 테러와 망나니짓과 반항과 경거망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를 몰라 아연실색할 뿐이다.

얘기가 너무 빈약해 아이들을 이용해 내용과 별관계도 없는 말과 행동으로 익살을 떨게 하고 있지만 순전히 경거망동과 난동에 지나지 않아 신경질이 난다. 이런 손주들이라면 나래도 볼 생각이 없겠다. 구식 조부모와 신식 손주들 간의 세대 차와 문화 차 그리고 잡다한 에피소드들로 불안정한 내용을 땜질하듯이 기운 무기력한 코미디로 배우들의 연기도 과장일색이다.

영화에 걸친 에피소드 하나. 영화에는 아티의 단골인 중국집 주인 역의 게데 와타나베가 호들갑을 떠는 어릿광대처럼 묘사됐다. 그래서 기자가 지난달 뉴욕에서 크리스탈을 인터뷰 할 때 이렇게 질문을 했다.

*와타나베의 연기가 지나치게 광대같은데 아직도 할리웃이 동양 사람을 이런 식으로 묘사한다는데 놀랐고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이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게 무슨 소리냐. 와타나베는 매우 우습고 훌륭한 코미디언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니 내 기분이 언짢다. 이어 그는 금방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은 농담”이라며 둘러댔는데 인터뷰 후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도 웃지 않고 부은 표정을 지었다. 감독 앤디 픽맨. PG. Fo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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