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수용소 탈출 `놀라운 인간승리 드라마’

2013-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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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혁씨 스토리 영화화

북한 수용소 탈출 `놀라운 인간승리 드라마’

제14 수용소 내 삶을 그린 만화. 가운데가 신동혁씨.

북한의 죄수와 반동분자들을 수용한 수용소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온갖 학대와 고통 끝에 23세에 탈출,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신동혁씨(사진)의 삶을 기록한 블레인 하든의 베스트셀러‘캠프14 으로부터의 탈출: 북한으로부터 서방 세계 자유에로의 한 남자의 놀라운 오디세이’(Escape from Camp 14: One Man’s Remarkable Odyssey from North Korea to Freedom in the West)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어머니와 형의 공개처형 지켜봐야 했고
쥐고기가 탈북할 때까지의 유일한 육식

영화를 만들 브라운스틴 필름스의 총제작자 하워드 브라운스틴은 “신씨보다 더 혹독한 경험을 견디어낸 사람은 없다. 그의 궁극적 승리는 인간 정신의 증언”이라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한편 신씨에 관한 기록영화가 독일의 엥스트펠트 필름스에 의해 ‘캠프 14-토털 컨트럴 존’(Camp 14-Total Control Zone)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져 각기 지난해 8월과 9월에 로카르노와 토론토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상영시간 105분.

다음은 로카르노 영화제서 영화를 본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의 제이 와이스버그 기자의 평을 간추린 것이다.

얘깃거리 중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또 우리의 이해의 범위를 너무 멀리 벗어나 마음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이 바로 마크 비제가 감독한 이 영화다.

신동혁은 북한의 개천에 있는 제14 수용소에서 태어났다. 그는 여기서 어렸을 때부터 처형과 학대와 고문을 목격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근본적인 사회 개념이라곤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 23세에 탈출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

영화는 신씨와 전직 수용소 간수 권혁씨 그리고 비밀경찰 오양남씨를 상대로 한 인터뷰와 권씨가 찍은 수용소 모습 및 수용소 생활을 그린 만화와 함께 지옥 같은 수용소의 삶을 고발한다.

신씨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모범수여서 포상으로 받은 여자로 신씨는 4세 때 처음으로 공개 처형을 목격했다. 신씨는 6세 때부터 광산에서 강제노동을 했으며 배급 식량이 너무 부족해 쥐를 잡아먹었는데 쥐고기는 신씨가 수용소를 탈출하기 전까지 먹은 유일한 육식이다.

신씨는 가구 없는 단칸방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았는데 가족이 가족을 서로 밀고해야 해 어머니와 형이 노동 감시관의 눈을 피해 숨기로 계획을 짜는 것을 엿듣고 이를 고발했다. 이로 인해 신씨를 비롯해 온 가족이 감옥에 보내졌고 7개월간의 감옥생활 동안 신씨는 잦은 고문을 받아야 했다. 감옥에서 나온 신씨와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형의 공개 처형을 목격해야 했는데 당시 신씨의 나이는 14세.


신씨는 현재 한국에서 인권단체들을 방문, 강연을 하고 있는데 남한의 소비 만능주의와 북한 주민들을 돕는 단체들의 웍샵 활동과도 같은 태도에 환멸을 느껴 인터뷰 끝에 수용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수용소야 말로 신씨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악스러운 것은 권혁씨의 증언. 그는 제14 수용소의 간수로 있을 때 수감자들을 상대로 고문과 강간을 자행했고 자기의 아이를 가진 여자들을 살해했다. 그가 찍은 아마추어 필름에는 수감자들에 대한 구타 및 여러 가지 잔혹한 행위들이 담겨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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