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하의 기온에 맨발로 사흘 촬영 애먹었죠”

2012-1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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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인터뷰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 휴 잭맨

“영하의 기온에 맨발로 사흘 촬영 애먹었죠”

장발장은 어린 고아 코젯을 자기 딸로 삼고 극진히 사랑하고 돌본다.

현재 상영 중인 뮤지컬‘레미제라블’(영화평 참조)에서 장 발장 역을 맡은 호주 태생의 휴 잭맨(44)과의 인터뷰가 지난 2일 뉴욕의 맨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있었다. 잔 수염을 한 씩씩한 미남 청년과도 같은 잭맨은 만면에 미소를 지어가며 밝고 명랑한 태도로 질문에 대답을 했다. 때로 일어서서 노래를 불러가며 연기하듯이 활발하게 대답을 했는데 매우 겸손하고 서민적이어서 친근감이 갔다. 인터뷰 후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 그는“난 싸이를 두 번이나 만났는데 그를 좋아한다”고 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단히 체력단련 했고
혹독한 다이어트도 견뎌

육체적 감정적 음성적
경험 못했던 배역 탈진


난 집에서도 노래 잘불러
우리 가족은 음악가족

*힘든 뮤지컬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으며 고생이 심했는가.
- 3일간 프랑스에서 맨발에 나막신을 신은 죄수로서 촬영했을 때 기온이 영하 2도였다. 탐 후퍼(감독)가 내게 “난 사람들이 당신을 못 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해 짐에 가서 부단히 신체단련을 했다. 그리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엄격한 다이어트를 했으며 30시간이 걸린 죄수로서 배를 육지로 끌어올리는 첫 장면을 찍기 전에는 물을 비롯해 일절 액체를 섭취하지 않았다.

*생으로 노래를 부른 소감은.
- 큰 모험이었다. 배역 중 누가 아팠더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그러나 영화 전체에서 대사는 단 100개의 단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전부 노래를 불러야 했기 때문에 매우 힘든 더빙을 하거나 후에 립 싱킹을 해야 하는 여느 뮤지컬과 달리 생으로 노래를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후퍼는 감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많은 클로스 업을 위해서도 생으로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당신은 집에서도 노래하는가.
- 난 우선 샤워할 때부터 노래를 시작해 매일 노래를 부른다. 가족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내 아내도 노래를 많이 부른다. 우리는 음악가족으로 집에는 늘 음악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휴가지는 어딘가.
- 호주에서는 바이론만이 있는 북쪽 지방이며 뉴욕에 있을 때는 겨울에 가끔 카리브해 지역으로 간다. 우리는 운이 좋고 축복받았다.

*평상시 번잡함을 피하는 수단은.
- 지난 20년간 해온 명상으로 그것은 내 초석이다.

*당신의 역은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소진시키는 것인데 그 경험은 어땠는가.
- 육체적, 감정적 그리고 음성으로 여태껏 해보지 못한 역이었다. 완전한 탈진상태였다. 특별히 음성관리를 잘 해야 했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면 트레일러에 들어가서 잠시라도 몸을 녹이고 그리고 명상을 했다. 집에 돌아가선 말을 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때론 명상에서 날 풀어놓기 위해 직소 퍼즐을 했다. 역은 정화제 구실을 했다.


*잘못하면 당신의 연기 인생을 망쳐 버릴 수도 있는 역으로 그것이 두렵지 않았는가.
- 난 역을 따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들었다. 오디션을 하고 감독에게 계속해 전화를 걸었다. 역을 따낸 뒤 준비기간이 8개월이 있어 충분히 연습을 했다. 무엇이든지 생소하고 모른다는 것은 언제나 신경을 극도로 쓰게 만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역은 내가 한 오스카 시상식 사회와도 같았다. 뭔가 잘못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에 도전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소감은 고마움이다.

*장 발장은 자기를 버린 이타주의의 표본적인 인물인데 당신의 이타주의에 대한 의견은.
- 장 발장은 51세 때 코젯을 자기 딸로 삼으면서 생에 처음으로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 것은 모든 사랑의 총체적인 것이다. 장 발장이 마리우스에게 코젯을 허락하고 마리우스를 위해 자기 생명마저 내놓은 것이야말로 이타주의의 표본과도 같은 것이다. 내 경우 나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다. 어머니가 내가 어릴 때 집을 나간 이후 아버지는 우리 5남매를 혼자 키우셨는데 단 한 마디의 불평도 없었다. 10년간을 완전히 우리를 위해서만 사셨다.

*커피 제조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 그렇다. 품질 좋은 커피니 사 마시기를 권한다. 내가 그 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폴 뉴만 때문이다. 뉴만은 식품사업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수억달러를 복지사업에 썼다. 장 발장도 사업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먹을 것을 주었다. 그가 나의 좋은 표본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다.

*영화가 프랑스에서 성공하리라고 보는가.
- 프랑스 사람들은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영화가 어떤 반응을 받을지 궁금하다.

*자신의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노”라고 말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망증이 심하다. 또 손재주가 없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 난 선별적으로 좋아한다. 집에서 듣는 음악은 모두 아내 데브가 고르는데 바브라 스타라이샌드 아니면 야니여서 “제발 좀 그만 둬요”라고 할 정도다.

*장 발장과 당신의 공통점은.
- 그는 성당 주교로부터 자비와 사랑을 배운 뒤로 늘 그것에 상응하려고 애쓰며 살았다. 그는 무엇을 해도 그것이 늘 자신의 이런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나도 그처럼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다. 나도 그런 장애를 극복하려고 스스로를 밀어붙인다. 장 발장에게서 배운 것은 너의 모자람을 인정하는 것과 자신과 남의 인간성과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다.

*장 발장의 얘기는 변신의 것인데 당신은 언제 극적인 변신을 했는가.
- 나를 늘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아내 데브(52)를 만나자마자이다. 그리고 나의 두 아이들이다. 또 다른 것은 명상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 심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의 아내는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다. 아내는 내게 자신감을 심어준 사람이다. 단점과 약점을 비롯해 내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감이다.

*호주 사람이 어떻게 해서 스키를 그렇게 좋아하는가.
- 나만이 아니라 우리는 스키를 아주 좋아한다. 호주의 산은 작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의 위슬러를 비롯해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스키를 즐긴다. 난 18세 때 스키를 배운 뒤로 그것을 좋아하게 됐다.

*영화는 매우 감정적인데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에 복받쳐 중단하기라도 했는가.
- 이 경우 당신의 감정의 중심은 가슴에 있지 않고 복부에 있다. 노래의 중심도 바로 거기인데 난 그것을 배우는데 시간을 꽤 보냈다. 오페라 가수가 다 배불뚝이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가수는 복부에서 감정을 방출해야 한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떤 때는 감독이 “컷”이라고 말해도 감정을 중단할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그만큼 무언가와 깊이 접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8주간 연습을 하면서 음악과 감정의 실재와의 교감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클로스 업이 어느 정도 이런 노력에 훼방을 놓았다.

*당신은 영화를 위해 한국에 갔다 왔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 한국엔 여러 번 다녀왔고 난 서울을 위한 자랑스러운 친선대사다. 나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여러 해 일을 하셨는데 포도주 몇 잔 하시면 늘 한국 얘기를 하면서 큰 소리로 한국 편을 들어 산업국가로서의 첨단적 발전상을 칭찬하시곤 했다. 지난 1986년 호주에서 아무도 현대를 몰지 않을 때 난 현대를 갖고 있었다. 난 멋있는 한국을 꽤 잘 알며 그곳에 가는 것을 즐긴다. 난 강남스타일도 출줄 안다. 영화를 찍을 때 싸이가 우리 세트에 왔었다. 서울에 갔을 때 그와 저녁을 함께 했다.

*당신은 수집가인가.
- 아니다.

*집은 어떻게 가꾸는가.
- 최대한 간소하게 현대적 가구로 꾸민다.

*요리 할 줄 아는가.
- 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냄새가 기막히게 좋은 인도 요리 하기를 좋아한다.

*‘레미제라블’의 요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남을 사랑하는 것은 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라고 위고는 말한다. 따라서 당신이 살면서 신을 찾거나 영혼의 만족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 앞에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요체라고 하겠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사회 불의에 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부의 편재와 기회의 불균형 그리고 여성의 성적 노예화 및 아동 노동착취 등은 아직도 세계 도처에 존재한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200년이 지나도 존재할 것으로 본다.

*책을 언제 읽었는가.
- 부끄럽지만 역을 맡고나서였다. 성장기 때 볼 책으로 당신의 삶의 방향을 전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책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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