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살아보니까

2012-12-2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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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니 조 마케팅 교수·컨설턴트

“내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더라.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더라.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더라.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내 실속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더라.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더라.”

고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한 부분이다.

명품 핸드백에도 시시한 것들이 가득 들었을 수 있고 비닐봉지에도 금덩어리가 담겨 있을 수 있는데 … 남들이 부러워서 쳐다보는 것도 순간이고 곧 그들은 자신의 삶 속으로 걸어갈 것인데… 그래서 그 일회성을 위한 투자는 참 안타까워 보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날 때 들고 갈 명품백이 필요하고, 구경 차원을 넘어선 관계들 때문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겉모습이 있다. 아직까지 나는 그렇다. 아마도 내가 덜 살아봐서 그런 것 같다. 아직 덜 잃어봐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좀 슬프다.

살아보면 안다는 말, 너무 흔해서 쓰기도 민망한 말이다. 나도 점점 “네 나이에 뭘 알겠니…” 생각하는 대상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어설프게 인생을 말하다보면 내 아집 속에 인생의 허상을 그리게 될까 싶고, 내 인생만 보는 우물 안의 개구리 모양새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진정한 인생을 말하기에는 조금 더 살아봐야 하겠지만, 획을 긋지 않고 모든 사람의 삶을 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하다. 종달새처럼 입으로만 외치는 인생이 아니라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한 인생을, 말하기보다 토해내는 심정으로… 그때가 되어도 인생은 역시 미완성이겠지만.

연초에 계획했던 리스트를 쭉 읽어보니 한 80%는 이룬 듯싶다. 나머지 20%는 가족 여행가기,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기 등이었다. 나 역시 타인에게 쏟는 친절과 시간은 아까웠던 걸까. 나도 모르게 남들 시선을 의식하느라 허접 쓰레기 담은 명품 백에 공을 들이고 살지는 않았는지, 정작 내용은 부실한 일년을 산 것은 아닌지, 일년을 마감하는 날이 며칠 남지 않고 보니 죄책감이 몰린다.

하지만 남에게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진짜 실속 챙기는 것이라는 사실,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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