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악역
2012-12-15 (토) 12:00:00
일 년에 두 세 차례 텍사스에 사는 친정언니가 다니러 온다. 정적인 엄마랑 다르게 동네가 떠들썩하도록 놀아주는 이모는 아이들에게 늘 인기 만점이다. 방과 후 간식을 먹고 나면 제 할일부터 척척 끝내던 아이들이 어라 밤 열두시가 되도록 숙제도 않고 놀기만 해 맘 아파도 하는 수없이 이모를 인질로 잡았다.
계속 자기 할일 미루고 놀기만 하면 이모가 집에 자주 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조건 아래 자기 일을 다 끝낼 때까지 아이들은 이모 곁에 가선 안 되고 이모 역시 아이들 곁에 오지 못하도록 방안에만 머무르게 한다는 세부조건까지 내걸었다. 느닷없이 ‘공간이동의 자유’를 잃은 이모와 인질로 잡힌 이모를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한다.
아이들이 솔깃할 만한 상을 조건으로 거는 대신 격려와 칭찬의 말 한마디, 가장 즐거워하는 것을 빼앗는 것으로 벌을 주는 대신 사랑에 바탕한 훈계가 필요함에도 효과 만점인 인질극의 매력 때문에 친밀한 관계에서 마땅히 흘러야 할 사랑의 마음 대신 왠지 조미료 들어간 자극적인 맛으로 아이들의 감각을 잃게 하고 있는 건 아닌 건지 은근히 걱정된다. 하지만 엄마란 원래 악역이니까 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