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 다친 복서와 다리 잃은 조련사의 사랑

2012-12-07 (금)
크게 작게

▶ 러스트 앤 본 (Rust and Bone) ★★★

손 다친 복서와 다리 잃은 조련사의 사랑

둘 다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가진 알리(왼쪽)와 나탈리는 사랑에 빠진다.

성격과 삶의 배경이 판이하게 다른 손을 다친 권투선수와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돌고래 여조련사의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랑을 그린 현대판 ‘미녀와 야수’의 멜로드라마다. 꾸밈없고 거칠고 정열적인 작품으로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지만 도무지 고상한 혼을 지닌 여자와 진화를 채 못한 짐승 같은 남자의 사랑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런 것이 사랑인지는 모르겠으나 특히 여주인공이 짐승이나 다름없는(물론 그의 내면은 모든 다른 이런 영화처럼 인간적이다) 남자에게 그토록 매어달리는 것이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영화는 리얼리즘을 추구하고 있으나 두 사람의 관계가 설득력을 잃은 데다가 끝이 비겁하게 느껴지도록 해피엔딩이어서 뒷맛이 떨떠름하다. 그러나 치장을 하지 않은 마리옹 코티야르와 남자 주인공인 마티아스 쉐너츠(‘불헤드’ )의 전신 투구하는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 장점도 많은 영화로 외국어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권할 만한 작품이다.


프랑스의 앙티브. 손을 다쳐 권투를 못하게 된 알리(쉐너츠)는 5세된 아들을 둔 바닥인생을 사는 자다. 알리의 전처는 약물 중독자. 알리는 불법적인 일을 하거나 클럽의 바운서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간다.

알리가 어느 날 클럽에서 싸움에 말려든 섹시한 나탈리(코티야르)를 구해주면서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그런데 나탈리는 짜증나는 애인과 동거 중이다.

마린랜드의 돌고래 조련사인 나탈리가 돌고래의 습격을 받고 두 다리를 잃은 뒤 짐승 같지만 단순하고 솔직한 알리에게 전화를 걸면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상처를 입은 둘 사이에 서서히 민감하고 정열적인 관계가 이뤄진다. 도무지 어떻게 해서 나탈리가 알리를 좋아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둘은 부드럽고 뜨거운 섹스를 즐기면서 깊은 사랑에 빠진다. 둘의 이런 사랑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그려졌다.

물론 사랑의 얘기이니 둘 간에 갈등이 없을 수가 없어 충돌과 이별이 있지만 영화는 뜻밖에도 둘이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노라 하는 식으로 끝이 난다. 영화 내내 척박한 사실성을 추구해온 것과 끝이 너무나 달라 놀라울 뿐이다. 이런 영화는 끝이 가차 없이 매몰차고 비정해야 하는 데도 프랑스 영화가 마치 미국 영화 식으로 편안한 결말을 찾아 영 찜찜하다. 자크 오디아르‘( 예언자’ ) 감독.

R. Sony Classics. 일부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