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에서 본 서울 분위기

2012-12-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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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오면 나는 으레 한번씩 들르는 곳이 무교동 뒷골목 식당과 대포집들이다. 동치미 냉면으로 유명한 남포면옥에 가보니 만원을 이루던 방들이 텅텅 비어있고 홀 안도 빈자리가 많아 썰렁했다. 줄서서 기다리던 건너편의 돼지갈비집도 손님이 3분의2 정도만 차 여기저기 빈 테이블이 눈에 띠었다.

웨이트리스에게 “웬일이지?”하고 물었더니 “요즘 장사가 너무 안돼요”라며 고개를 흔든다. 그 유명한 청진동 해장국집도 홀의 반 이상이 비어있다. 드라이클리닝을 할 일이 있어 세탁소에 들러 “장사 잘 되십니까”라고 지나는 말로 가볍게 물었더니 주인 대답이 걸작이다. “요즘 장사 잘 되느냐고 물으면 누구 약 올리느냐며 귀싸대기 맞아요”라며 웃는다.

미국 와이셔츠가 한국남자들에게는 잘 안맞기 때문에 나는 서울 가면 시청 지하상가나 구 미도파(지금은 롯데영 백화점)옆 지하상가에 가서 와이셔츠를 맞추어 입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미도파(구)옆 지하상가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고 시청 앞 플라자호텔 지하상가에 가보니 한집 건너 가게가 폐점했다. 왕년의 번화했던 광경과 너무나 대조되어 쇼킹했다.


친척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여자 조카들에게 시장물가를 물어보니 야채 등 식품값이 3배나 뛰어 시장보고 나면 가슴이 뛴다고 했다. 미주한인들이 서울 다녀오면 “서울사람들 불경기 불경기 하지만 너무 돈 잘 쓰고 잘 살더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듣는데 그건 좀 괜찮게 사는 사람들만 만나고 와서 하는 소리다.
서민들의 살림은 절벽까지 밀려와 있고 한숨과 불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계층 사람들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는 대단하다. 재벌들은 예전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있기 때문에 위화감이 보통이 아니다. 이들의 희망은 보수정권 교체다. 그래서 이들은 보수 세력인 박근혜를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 머무는 동안 20여명의 전현직 언론인들과 만났다. 이들의 결론은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대통령 감으로는 좀 이미지가 약하지만 그래도 박근혜가 그중에서는 가장 낫다는 것이다.

그 예로 4일 거행된 3자 TV토론을 들었다. 누가 대통령으로 적격인지 대략 윤곽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정희 후보가 이날 토론에서 자신이 이번에 출마한 것은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것이며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답변 아닌 상식이하의 비아냥이며 후보의 질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느냐의 선거가 아니라 박근혜 지지냐 박근혜 반대냐의 선거처럼 보인다. 이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젊은 층의 반발이기도 하다. 이들의 목표는 변화를 내세운 묻지마 정권교체며 이명박과 박근혜의 차이는 부시와 롬니의 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선거는 누가 민심을 제대로 읽느냐가 승패의 관건인데 박근혜 후보의 구호 ‘민생정치’는 그런대로 민심파악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비해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선거 분위기는 확실한 박근혜 우세다.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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