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림자 재고’급감 4년래 최저

2012-1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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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시장 회복에 긍정 효과

▶ 매물품귀·숏세일 증가·모기지 연체율 하락 등 영향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그림자 재고’가 극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과 실업률 개선으로 최근 그림자 재고 물량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림자 재고란 압류 절차에 들어간 주택, 악성 연체 주택, 은행이 차압해 소유한 주택으로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주택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그림자 재고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올해 초까지 주택시장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주택수요가 살아나는 한편 정부의 각종 주택시장 지원책에 따른 모기지 연체문제가 해결되면서 그림자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림자 재고 4년래 최저 수준

모기지은행업협회(MBA)의 15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90일 이상 연체 모기지 또는 이미 압류절차에 들어간 모기지는 전체 모기지 중 약 7.03%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재자 재고로 분류되는 이같은 ‘악성 연체 모기지’는 전 분기(7.31%) 및 전년 동기(7.89%) 대비 각각 감소세를 기록했고 2008년 4분기(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3분기 말 압류 절차에 들어간 모기지 비율만 따로 계산해도 전체 모기지의 약 4.07%로 전분기보다 약 0.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클 프래탄토니 MBA 부회장은 “그림자 재고 물량 감소는 주택시장 회복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며 “주택가격 회복을 짓누르는 압박 요소가 해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림자 재고 물량이 감소한 요인은 우선 유례를 찾기 힘든 매물 감소현상 때문이라고 프래탄토니 부회장은 분석했다.

‘매물 품귀현상’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매물이 씨가 마른 상태인 반면 주택 수요는 증가세로 주택 소유주들의 주택 처분이 전보다 수월해졌다.

또 고용시장 개선으로 직업을 되찾게 된 주택 소유주들이 모기지 연체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그림자 재고 물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매물 수준은 5년래 최저치

지난달 주택매물이 큰 폭으로 감소해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매물 웹사이트 리얼터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시장에 나온 매물은 약 176만채로 10월보다 약 2.6% 감소했다. 1년 전보다는 약 17%, 2년에 비해서는 무려 34%나 줄어든 수치로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리얼터닷컴이 조사한 전국 146개 주택시장 중 5곳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매물 감소세가 나타났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투자자와 실 수요자들의 주택구입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고 금융기관 측의 주택압류가 줄고 있는 것이 매물감소의 주요인이다. 게다가 주택시장에 집을 내놓았다가 ‘일단 두고 보자’는 심리로 주택판매를 보류하는 셀러가 늘고 있는 것도 매물 급감현상을 부채질 중이다. 가주에서의 매물 감소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스탁턴의 경우 전년대비 약 65%, 오클랜드와 새크라멘토 등은 각각 59%, 63%씩 매물이 줄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서도 9월 중 주택 매물량은 약 232만채로 1년 전보다 약 20%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NA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매물량은 주택시장 활황기였던 2006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매물 공급이 부족한 약 5.9개월의 재고기간으로 환산되는 물량이다.

이같은 ‘매물 품귀현상’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주택시장에 나오자마자 주택 구입자들이 빠르게 채가는 현상이 늘고 있다. 또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재융자 및 융자조정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차압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그림자 재고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기지 연체율도 하락세

전반적인 모기지 연체율도 하락세로 그림자 재고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MB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한 달 이상 모기지 연체율은 전체 모기지의 약 7.4%로 전분기의 7.58%에 비해 떨어졌다. 모기지 연체율 하락에 따른 차압 감소 현상은 주택시장 침체 여파가 컸던 주 중에서도 법원 허가 없이 차압이 가능한 가주나 애리조나주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중 가주에서 모기지 연체로 압류절차에 들어간 모기지는 약 2.6%, 애리조나주의 경우 약 2.5%로 전국 평균을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차압 때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뉴욕, 일리노이 등의 주는 압류절차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뉴욕주의 경우 압류 모기지 비율이 약 8.9%였고 일리노이주는 약 6.5%로 조사됐다.

■숏세일 증가로 그림자 재고 감소

은행 측이 숏세일을 통한 주택처분을 늘리고 있는 것도 그림자 재고 물량을 낮추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3분기 중 압류절차를 실시한 은행은 약 0.9%로 전 분기(0.96%)와 전년 동기(1.1%)에 비해 각각 감소했다. 은행 측이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압류보다는 숏세일을 통한 부실주택 자산처분을 늘렸기 때문인 것을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회복 위협요인인 ‘그림자 재고’ 문제도 숏세일 거래 활성화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숏세일 거래는 차압 때보다 은행 측의 비용이 적게 들고 자산 관리에도 효율적이어서 부실 부동산 자산처분 수단으로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거래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이 오래 걸려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통화감독국(OCC)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숏세일 거래는 이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주택 압류는 지난해 1분기보다 약 37% 감소한 반면 숏세일 거래는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중 완료된 숏세일 거래는 모두 5만9,996건이었으면 2분기에는 6만3, 403건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만 약 13만8,000건의 숏세일이 실시된 것으로 OCC 측은 이같은 추세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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