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즈는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과 혼을 바친 사람”

2012-1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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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인터뷰

▶ `엘리자베스 테일러’연기한 린지 로핸

오는 25일 케이블 TV 라이프타임에서 방영되는 영화‘리즈와 딕’(Liz & Dick)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 역을 맡은 린지 로핸(26)과의 인터뷰가 지난 10월18일 센추리시티의 ICM 스크리닝룸에서 있었다. 영화는 팬들로부터 리즈와 딕으로 불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찍으면서 열애에 빠져 결혼한 뒤 겪는 파란만장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빨강머리에 아직 채 소녀티를 못 벗어난 얼굴을 한 로핸은 할리웃의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배우로 파파라치의 집중추적을 받는 유명 인사. 로핸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차분히 자기 과거를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반성하고 회개하는 모습이었다. 약간 긴장하긴 했으나 재기를 다짐하는 사람처럼 성실히 답변했는데 소녀와 숙녀의 중간지점에 이른 로핸의 모습이 요염해 보였다.

배역 꼭 맡고 싶어
무료로 출연하겠다고
할 정도로 매달렸죠

남의 충고 듣지 않아
많은 잘못해 인생공부
이제 난 과거와 달라


*리즈 테일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는 다이아몬드를 좋아하는 것을 비롯해 대중의 눈 속의 그녀의 위치와 미디어의 집중적인 관심 그리고 관계의 부침 등 여러 면에서 리즈와 비슷한 점이 많다. 리즈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과 혼을 다 바치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역을 어떻게 맡게 되었는가.
- 내가 어렸을 때 나온 TV 영화의 제작자가 이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내 에이전트에게 난 이 역을 꼭 해야겠으니 일을 성사시켜 달라고 못살게 굴었다. 나는 당시 사람들이 쓰기를 꺼려하는 처지에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매달렸다. 심지어 나는 무료로 출연하겠다고 까지 제의했다. 그런 나를 믿고 내게 역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당신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아니다. 모든 것은 내 자의로 한 것이다. 오해를 받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난 내 잘못으로부터 배웠다. 그러나 사람은 때로 잘못을 저지르게 마련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 않은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러브스토리는 무엇인가.
- 리즈와 딕의 사랑이 그 중 하나다. 둘의 사랑은 멋있으면서 아울러 가슴 아픈 것이었다. 사랑이란 두려운 것으로 난 아직 나의 바로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는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을 사랑한다”고 한 말에 공감한다.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는 첫 감정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래서 난 언젠가 그것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파파라치에게 시달리면서 배우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 파파라치에게 속수무책으로 쫓길 때는 매우 고독하다. 그런데는 내가 말썽을 피운 탓도 있는데 난 고집이 세어 남의 말을 잘 안 듣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도 누구의 조언도 구하지 않았다. 정말 배우가 내가 할 일이냐 아니면 중단하고 빠져 나갈 것이냐를 놓고 생각도 했지만 난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견디기로 했다. 사람들이 나를 배우로서보다 유명 인사로 먼저 알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그들의 존경을 내 일로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보석을 좋아하며 누가 당신에게 가장 값진 보석을 주었는가.
- 난 보석을 좋아한다. 가장 값진 보석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준 반지다. 난 영화를 만들기 전에 그녀의 초청을 받았지만 겁이나 못 갔다. 그리고 테일러의 간병인이 전해 준 그녀의 모피와 보석도 내가 가장 아끼는 것들이다.

*테일러의 본질을 어떻게 당신 것으로 삼아 표현할 수 있었는가.
- 난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팬이다. 그녀는 매우 화려한 사람이었고 또 연기할 때 늘 손을 사용했는데 나도 그렇다. 그녀는 그렇게 표현해 내기가 힘든 사람이 아니어서 본질을 포착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할 말은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여자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점도 나와 비슷하다.


*당신도 테일러처럼 대담한 사람인가.
- 아니다. 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러나 나는 나다. 물론 내가 한 일들 중에 어떤 것은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있다. 다행인 것은 나의 그런 경험들을 이 영화에 모두 투입했다는 것이다.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렇게 나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며 앞으로의 계획은.
- 난 요즘 단단하게 산다. 배역문제에 관한 전화도 내가 직접 건다. 현재 내 삶은 과거와 다르다. 이 영화를 마치고 1주 쉰 뒤에 개인 트레일러도 없는 게릴라식 촬영을 한 폴 슈레더의 독립영화 ‘캐년즈’에 나왔다. 난 세트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이제 다시 그것을 찾았으니 결코 다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꿈은 상을 타는 것이다.

*성장한 린지 로핸이 옛날의 어린 로핸에게 해 줄 충고가 있다면.
-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두라는 것이다. 난 LA에서 혼자 살 때 주위에 선의를 지닌 사람들이 없었다. 난 사람들에게서 나쁜 점을 보는 것을 원치 않아 핑계를 대고 좋지 않은 사람들과 사귀었다. 그런데 난 어머니를 비롯해 남의 충고를 듣지 않아 과오를 저질렀다. 불행하게도 힘들게 인생 공부를 했다. 이젠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리즈에게서 배운 것은.
- 가슴이 찢어지더라도 사랑을 하는 것은 좋다는 것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왜 리즈와 딕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자신들을 스스로 파괴했다고 보는가.
- 둘은 세월이 가면서 서로에게 독이 됐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게 되면 그것은 서로를 매우 괴롭히고 또 무섭게 되는 경우가 있다. 테일러의 가장 큰 두려움은 딕이 불충실한 짓을 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딕에겐 여자가 많았다. 그리고 둘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내 생각엔 둘이 모두 상대의 자기 파괴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유명과 악명을 공유했던 리즈와 딕은 과도한 삶을 살았는데 리즈와 비슷한 당신도 과도한가.
- 사람이 어느 정도 유명해지면 그 주위 사람들은 스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려고 한다. 스타들이 과도한 삶을 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당신 주위에 바른 사람이 없으면 언제 중단해야 할지를 배울 수가 없다. 나도 그 지경에 간 적이 있다. 남의 말을 충분히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당신은 아름다운데 보석이 당신을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보는가.
- 나쁠 거야 없지 않겠는가. 보석으로 치장하면 멋있게 느껴지긴 하나 아름다움이란 그것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투적인 얘기이지만 아름다움이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면이 행복하면 미란 저절로 모습을 드러낸다.

*패션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 난 옷 차려 입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표현수단이다. 옷은 사람들의 당신에 대한 견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난 지방시와 칼 라거펠드가 좋다.

*당신은 파파라치를 피해 집보다 호텔에서 사는 경우가 더 많은데 집은 있는가.
- 있다. 내가 사는 곳을 아무도 모르게 하는데 능숙해졌는데 최근 파파라치가 다시 집 주위에서 맴돌아 걱정이다. 집에서 살게 될 것 같지가 않다. 뉴욕에선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LA는 너무 힘들다.

*요리는 할 줄 아는가.
- 난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아히 튜나 타타르를 아주 잘 만든다. 그리고 나는 이탈리안과 아이리시의 혈통이어서 머리는 아이리시처럼 빨갛지만 요리는 이탈리안 요리를 잘 한다. 요리를 해서 친구들과 잘 먹고 나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설거지 하는 것은 싫다.

*당신이 어려운 경우를 맞았을 때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는가.
- 가족이다. 어머니와 내 여동생과 남동생들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매니저다. 그리고 나는 연기를 사랑하고 또 그것을 잘 한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또한 나를 역경에서 구해준 처방전이다.

*당신은 현재 행복한가.
- 이젠 자리를 잡고 여전히 연기를 하니 난 행복하다. 나를 믿고 기회를 주었으니 난 참으로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테일러도 당신처럼 어머니와의 관계가 매우 돈독했는데.
- 아버지가 없는 경우 모녀 간에 특별한 관계가 성립된다고 본다. 나의 어머니도 테일러의 어머니처럼 딸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나나 테일러나 모두 의지가 강해 어머니들이 일라 저래라 하기가 힘이 들었다. 따라서 나의 어머니는 네가 스스로 경험해 배우라는 태도를 취했다. 테일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난 아직도 내 어머니가 저기서 날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당신은 사랑을 믿는가.
- 난 아직 진실로 깊은 사랑을 해보지 못해 대답하기가 힘들다. 한두 번 사랑을 해보긴 했지만 그것은 리즈와 딕의 것 근처에도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래머와 명성에 대해선.
- 그것은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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