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남 청년장교의 유혹에 빠진 안나

2012-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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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½(5개 만점)

미남 청년장교의 유혹에 빠진 안나

방종할 정도로 정열적인 안나(키라 나이틀리)는 보수적인 남편(주드 로)을 버리고 청년 장교 브론스키를 택한다.

톨스토이의 소설을
영국 조 라이트 감독
실험극처럼 영화화

그레타 가르보와 비비안 리 등이 나온 영화를 비롯해 그 동안 수많이 영화로 만들어진 톨스토이의 불타는 불륜의 사랑의 얘기이자 도덕극인 동명소설을 영국의 조 라이트 감독이 과거 자기와 함께 일한 키라 나이틀리를 사용해 만든 실험성이 강한 표현주의적 작품이다.

스타일이 뛰어난 영화의 특색은 내용 중 특히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던 세인트 피터스버그와 모스크바의 귀족들의 얘기를 연극처럼 무대에서 연출한 점.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혼란과 거부 반응을 줄 수가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꼭두각
시들처럼 사는 위선과 허영의 사람들의 얘기여서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런 실험극 같은 시도는 안나의 오빠의 친구로 지적이요 양심적인 농부 레빈의 얘기를 할 때는 카메라가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으로 나가 찍어 무대극의 협소감을 해결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라이트가 정열적인 비극을 로맨티시즘을
배제하고 처리해 과연 얼마나 일반 대중이 호응 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젊고 아름답고 정열적이며 다소 소녀처럼 치기가 있고 또 무분별한 안나(나이틀리)는 뻣뻣하고 매력은 없지만 양식적이요 도덕적이며 선량한 장관 남편 카레닌(주드로)과의 사이에 8세난 아들 세로자(오스카 맥나마라)를 두고 있다.

약간 선병질적인 안나는 따분한 남편과는 달리 젊고 정열적인 미남 청년 장교 브론스키(아론 테일러-존슨)의 유혹에 빠져들면서 둘은 물불을 안 가리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이런 스캔들이 세인트 피터스버그 귀족사회에 파다하게 퍼지자 카레닌은 안나에게 최후통첩을 한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를 떠나 브론스키와 살든지(이 경우 아들을 볼 수가 없다) 아니면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제 자리로 돌아오든지 하
라는 것. 안나는 처음에는 브론스키를 포기하려고 시도하나 정열에 못 이겨 집을 떠난다.

이와 함께 안나의 방탕한 오빠 오블론스키(매튜 맥패디엔)의 양심이 바르고 성실한 지주이자 농부인 레빈(돔날 글리슨)과 그가 사랑하는 귀족가문의 여자 키티(알리시아 비칸더)와의 굴곡 있는 관계가 큰 서브플롯을 이룬다.

레빈은 키티와 결혼하려고 하나 브론스키의 애인인 키티는 브론스키가 자기를 진실로 사랑하는 줄 알고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안나를 만나자마자 키티를 버리는데 키티는 그 때서야 레빈의 사랑이야말로 진실하고 굳건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둘의 사랑이 단순히 정열에 근거한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과 뚜렷이 대조된다.

한편 작품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기차는 장난감 기차와 무대 위의 실물 크기의 기차로 묘사되는데 눈부시게 화려한 볼룸댄스 장면과 브론스키가 주자로 나선 경마 장면도 모두 무대 위에서 연출된다.


매우 차가운 영화로 격정적 감동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연출과 기술적인 면 그리고 연기 등은 아주 훌륭하다.

특히 나이틀리가 사랑에 눈이 먼 무모하고 신경질적인 여인의 역을 나무랄 데 없이 해내는데 차라리 착한 카레닌에게 동정이 가고 안나에게는 동정이 안 간다. 그런데 테일러-존슨은 너무 현대적이어서 어울리지가 않는데 그와 나이틀리의 콤비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촬영과 음악 등이 아주 좋다.

R. Focus.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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