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드카·마약 들이키고 조종간 잡았지”

2012-11-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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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행 (Flight) ★★★½(5개 만점)

▶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 koreatimes. com

“보드카·마약 들이키고 조종간 잡았지”

베테런 조종사 윕은 체내 알콜 함량 0.24인 상태로 여객기를 몬다.

여객기 추락 스릴
중독자의 자기투쟁

여객기 추락이라는 스릴러 요소를 빌려 알콜 중독과 중독자의 갱생하려는 자신과의 투쟁을 그린 강렬하고 튼튼한 짜임새를 갖춘 드라마로 주연하는 덴젤 워싱턴의 화면을 압도하는 연기가 상 감이다. 으스대고 오만하고 속으로 분노에 끓는 얼굴 표정과 눈동자 연기가 일품이다.

마치 AA단체가 만든 것 같이 알콜 중독의 개인의 영육 파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과음하는 사람들이 보면 남의 얘기 같지가 않을 것이다. 처음 하늘에서의 항공기 내에서의 악몽이 지상의 요동치는 개인의 투쟁으로 연결되면서 영화는 강건한 성격 드라마의 모양새를 갖추고 완전히 워싱턴의 원맨쇼가 된다. 비행기 타기 전에 안 보기를 권하겠는데 결코 기내용으로 상영될 수 없는 영화다.


공항 근처 호텔에서 술에 절은 여객기 조종사 윕 위타커(워싱턴)가 스튜어디스(네이딘 벨라스케스)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술깨기 위해 코케인부터 흡입한다. 그리고 윕은 보무당당하게 호텔에서 걸어 나와 악천후 속의 여객기 조종사 석에 앉는다.

윕은 이륙 전에 오렌지주스에 작은 보드카를 3병 탄 후 들이마신다. 이어 조종을 자동으로 하고 부조종사에게 비행을 맡긴 뒤 잠에 든다. 곧 이어 기계 고장으로 여객기가 요동을 치면서 급강하 한다.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는데 윕은 침착하게 여객기를 조종하면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는데 베테런 조종사이긴 하나 그의 담력이 대담하다.

윕은 여객기를 마치 제트기처럼 뒤집어 비행한 끝에 비상착륙을 하는데 기적과도 같은 그의 비행술 때문에 자기 애인인 스튜어디스를 비롯해 6명만이 숨지고 나머지는 모두 살아남는다. 윕과 그의 부조종사도 부상만 입는다. 이 공중악몽 서커스와도 같은 비상착륙 시도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온몸이 졸아들도록 긴장감과 스릴이 있다.

이로 인해 윕은 일약 영웅이 되면서 매스컴의 집중 취재대상이 되나 그는 이를 피해 조지아주 농장에 있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집으로 숨는다. 그리고 윕은 집안 사방에 있는 술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갖다버린다. 그러나 윕의 이런 행동은 재난을 경험한 자의 즉각적인 반동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는 곧 이어 차를 몰면서 보드카를 병나발 분다.

윕은 술과 주사 때문에 아내와 이혼하고 10대의 아들로부터도 괄시를 받는데 그는 이런 개인적 문제를 제대로 혼자 해결하지 못해 더욱 술에 매달린다. 그는 술뿐 아니라 코케인도 상용하는데 윕에게 코케인을 제공하는 자는 어릿광대같은 할링(존 굿맨). 그러나 할링역은 전체 영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어 당국의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윕이 비행 당시에 체내 알콜 함량이 0.24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로써 영웅이던 윕은 범죄자로서 재판에 회부될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이 뒤로 윕이 알콜 중독이라는 개인적 문제와 자신에 대한 조사에 대비하는 과정을 드러매틱하게 엮고 있다.


윕의 주변 인물들로 과거 알콜과 마약 중독자로 윕의 구원의 천사가 될 수 있는 니콜(켈리 라일리가 호연한다)과 윕의 친구로 우정을 지켜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윕의 비행 직전 음주를 알고 고민하는 조종사 노조위원장 찰리(브루스 그린우드) 및 윕의 변호사 휴(단 치들) 등이 나온다. 클라이맥스는 윕에 대한 조사 청문회. 음악을 비롯해 모든 것이 잘 만들어진 영화나 끝이 다소 설교조다.

로버트 즈멕키스 감독.

R. Paramoun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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