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컬트 배급사가 화려하게 재개봉

2012-11-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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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태권도 사범이 제작-주연한 싸구려 영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태권도 사범을 하는 한국인 Y.K. 김(60대)이 지난 1987년에 제작하고 주연한 싸구려 무술영화‘마이애미 커넥션’(Miami Connection)이 컬트영화 전문 배급업체인 드래프트하우스 필름스에 의해 2일 재개봉된다.

Y.K. Kim이란 한인이 만든 `마이애미 커넥션’
당시엔‘쓰레기 같은 영화’혹평 받았지만
최근 잇단 영화제에서 관객들 뜻밖의 열광

개봉 당시 언론으로부터 ‘절망적으로 나쁜 영화’라는 평을 받은 이 영화가 재개봉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최근 잇단 영화제에서 관객들로부터 뜻밖의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난 7월에 뉴욕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에서 상영됐을 때 팬들의 끊임없는 박수갈채와 호응과 폭소를 받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팬태스틱 페스트에서도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고 연예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최근 보도했다.


김씨는 1976년에 미국으로 이민, 플로리다에 무술도장 체인을 만들어 성공한 태권도 사범으로 그가 지난 80년대 중반 한국의 TV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한국의 액션 감독 박우상씨(리처드 박)로부터 무술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김씨는 자신의 이름과 태권도를 널리 알리고 또 자신의 스승과 제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가 있다는 생각에 영화를 올랜도서 만드는데 합의했다. 내용은 전부 태권도 유단자들인 고아 출신의 4인조 락그룹 드래건 사운드 멤버들의 활약을 그린 것. 김씨는 리듬 기타리스트로 나온다.

영화의 영자도 모르고 1년에 한 편의 영화를 볼까 말까한 김씨는 자기 돈 100만달러를 들여 영화를 완성한 뒤 무려 100여개의 스튜디오와 배급사를 찾아다니면서 영화를 팔려고 했지만 한결같이 “쓰레기”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불구하고 김씨는 이미 찍은 영화에 새 장면을 다시 찍어 넣고 자기 돈으로 플로리다의 8개 극장에 영화를 내걸었지만 신문들의 혹평을 받았고 관객들로부터는 입장료 환불요구를 받았다. 김씨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제자들을 크게 실망시켰고 그 경험은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영화가 다시 빛을 보게 된 동기는 지난 2009년 알려지지 않은 컬트영화를 찾아 매입해 배급하는 오스틴에 본부를 둔 드래프트 하우스가 e베이를 통해 영화의 35mm 필름을 단 돈 50달러에 산 뒤 지난 2010년 4월 대중에게 공개,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하우스 측은 “이 영화는 컬트영화의 클래식이 될 수 있는 요소인 아름다울 정도의 순진함을 지녔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김씨는 “드래프트 하우스가 내 영화를 재개봉하겠다고 알려 왔을 때 농담하는 줄 알았다”면서 “처음에는 왜 그런 쓰레기 같은 영화를 샀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쓰레기 영화의 제작자요 배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김씨는 이제 이 영화의 열렬한 후원자가 되었다.

김씨는 “드라마와 로맨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봐서는 안 되겠지만 음악과 흥분되는 액션 그리고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미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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