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갈수록 설자리 좁아지는 첫 주택 구입자들

2012-10-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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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서 첫 주택구입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은 사라진지 오래고 집을 사려고 해도 살 만한 집이 없을 뿐더러 투자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바닥권에서 꿈쩍 않는 모기지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기 전에 내 집을 장만하려는 꿈을 실현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 가뜩이나 줄어든 주택매물 재고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여 첫 주택구입자들에게 향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6개월 내지 1년 후 매물 재고량은 현재보다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지금 주택구입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세제혜택 사라진데다 선호 가격대 매물 급감
자금 두둑한 전문 투자자들과 경쟁서도 밀려

◇ 매물 찾기 이젠 지쳤다
미국 이민 후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려는 S씨. 벅찬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지난 6월 초부터 매물 샤핑에 나섰다. 당시 봄철은 넘겼지만 여름방학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그런대로 매물도 많았고 ‘매물품귀’ 현상이란 단어도 나오기 전이었다. 다행히 맘에 드는 매물이 그런대로 있어서 오퍼를 한두 차례 써봤지만 번번이 다른 바이어의 오퍼에 밀려 주택구입에 실패했다.


S씨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여전히 주택을 찾고 있지만 처음 주택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보다 실망감은 배가 넘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나타난 ‘매물품귀’ 현상으로 이젠 맘에 드는 매물을 찾게 되는 일도 뜸해졌다. 올해 안에 ‘집을 사겠다’는 목표로 S씨는 물론 담당 에이전트도 눈에 불을 켜고 매물을 찾고 있지만 매물이 갈수록 줄고 있어 단지 희망으로 끝날 것을 걱정 중이다.

◇가주에서 매물 감소 두드러져
현재 주택시장에서 S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첫 주택구입자들이 많다. 낮은 금리를 이용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바이어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주택매물 재고가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가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가주에서 첫 주택구입자들이 구입할 만한 가격대의 주택 재고가 빠르게 빠지고 있다. 부동산 매물 웹사이트 질로우닷컴에 따르면 전체 매물 가격대를 3등분했을 때 첫 번째 해당하는 가격대의 매물 재고량은 가주에서 올 9개월 사이 무려 약 43%나 감소했다. 중간 및 상위 가격대의 매물도 각각 약 37%, 32%씩의 높은 감소폭을 나타냈다. 전국적으로도 각 가격대의 매물 재고는 각각 약 15%, 19%, 22%씩 준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첫 주택 구입 가로막아
저가대 주택시장에서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막는 요인이 있는데 바로 부동산 전문 투자자들이다. 저가대 매물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차압매물이나 숏세일 매물들은 주택시장에 나오자마자 바로 이들 투자자들에게 빨려 들어가는 양상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들은 차압 매물이나 숏세일 매물 구입 때 첫 주택구입자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 측이 맘에 들어 하는 오퍼를 제출하고 구입 거래기간도 단축해 은행 측이 내놓는 매물량을 독식하고 있다.

스탠 험프리스 질로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첫 주택구입자들이 급감중인 매물과 증가 추세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택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며 “임대수요 증가 등 부동산 투자 여건이 좋아져 투자자들의 활동은 앞으로 더욱 늘고 첫 주택구입자들이 설자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 향상
부동산 투자자들에 의한 ‘매물 싹쓸이’ 현상은 당분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 향상으로 주택시장으로 투자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투자용 부동산 구입 후 수익을 내기까지 수년이 소요됐으나 이 기간이 최근 크게 단축됐다. 주택가격 급락, 모기지 금리 급락, 임대수요 증가 등 부동산 투자에 유리한 3박자가 현재 고루 갖춰져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용 주택 매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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