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주의 오지마을 광기와 야만성

2012-10-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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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자취 (Wake in Fright) ★★★★

호주의 오지마을 광기와 야만성

존이 사냥꾼들에 의해 살륙된 캥거루를 안고 있다.

뜨겁고 땀나는 악몽으로 과다 성장한 호주의 아이들 같은 어른들의 방향감각과 조절능력을 잃어버린 마초 문화 그리고 인간의 퇴행성과 함께 문명의 불확실성을 야수적으로 그린 호주 스릴러다.

지난 1971년에 개봉됐다가 분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영화의 원본 필름이 최근에 발견돼 새로 프린트돼 개봉된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램보’ 시리즈 제1편인 ‘퍼스트 블러드’를 만든 캐나다의 테드 카체프가 호주의 오지에서 찍은 인간의 수성과 광기와 야만성에 관한 작품으로 강렬하고 충격적이다.

호주의 작은 오지마을에서 선생을 하는 젊은 존(게리 본드-피터 오툴을 닮았다)은 여름방학을 맞아 애인이 있는 시드니로 가던 중 중간 역인 작은 마을 분다야바에 도착한다. 그는 여기서 술에 절은 동네 남자들의 동전 던지기 도박에 끼어들었다가 가진 돈을 몽땅 잃는다. 여기서 부터 소위 문명인인 존의 야만에로의 하락이 시작된다. 영화는 순간순간 무언가 엄청나게 무섭고 잔인하고 충격적인 일이 일어날 듯이 긴장감으로 보는 사람의 간을 조이게 만든다.


존은 바에서 만난 경찰서장을 통해 동네 마초들을 만난다. 이들은 술 마시기를 밥 먹듯이 하는 어른 아이들인데 영화에서 여자들은 거의 신발털개 식으로 묘사된다. 존이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괴물은 거의 짐승과도 같은 생활을 하는 의사 타이던(도널드 플레전스). 완전히 내면이 썩어 문드러진 인간으로 그가 존에게 동성애를 표시하면서 영화의 땀나는 야만성이 광적인 지경에 이른다.

보기에 끔찍하고 감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은 존을 차에 태우고 밤에 캥거루 사냥을 간 남자들의 무차별 캥거루 살육.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은 차에 설치한 강한 불빛의 스파트라이트로 캥거루들을 마비시킨 뒤 연속사격으로 짐승들을 살육한다. 인간의 원시성과 광기와 야수성을 보여주는 슬프기 짝이 없는 아찔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외국의 개먹이 제조회사를 위해 실제로 사냥꾼들이 캥거루 사냥하는 것을 찍은 것이다.

존은 처음에 마을사람들의 짐승과도 같은 행동에 기겁을 하다가 서서히 그 광기에 취해 자기도 한패가 되나 다시 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인간의 문명과 야만성 사이의 문턱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을 경고한 영화로 뜨거운 오렌지색과 빨간색으로 찍은 촬영이 오지의 열기를 받아 보는 사람을 일사병에 걸리게 한다. 성인용. 뉴아트(310-473-8530).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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