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칠게 아름답게 그린 사랑과 복수의 드라마숨

2012-10-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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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

거칠게 아름답게 그린 사랑과 복수의 드라마숨

일종의 남매인 히드클립(왼쪽)과 캐시는 금단의 사랑의 희열에 빠진다.

소년 히드클립과 소녀 캐시가 야생의 짐승들처럼 뛰어다니면서 첫 사랑의 감각을 희열하는 요크셔의 황무지에 자리 잡은 워더링 하이츠는 바람이 불고 흐리고 비가 와 두 아이의 거의 금단적인 비극적 사랑을 보는 나마저 감기 몸살 걸리겠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을 치장하는 로맨티시즘을 발가벗겨 놓은 뒤 완전히 정수만 묘사한 거칠게 아름답고 원시적이며 또 식은땀이 나도록 정열적으로 그린 사랑과 고통과 분노와 복수의 드라마다.

영화가 어떻게나 황량한지 속에서 쓴 기운이 솟아나는데 구름과 풀과 흙과 빗줄기와 벌레와 바람에 시달리는 나뭇잎과 가지 등을 사실화 그리듯 찍은 촬영(화면이 정사각형 모양) 또한 엄격하게 아름다워 히드클립과 캐시의 통탄할 사랑이 시달리는 모습이 더욱 절실하다.

‘워더링 하이츠’는 지난 1939년 윌리엄 와일러가 로렌스 올리비에와 멀 오베른을 써 가슴이 찢어지도록 정열적이요 비극적인 영화로 만들었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신심이 돈독한 워더링 하이츠의 농부 언쇼(폴 힐튼)는 리버풀에 나갔다가 집 없는 흑인 소년 히드클립(솔로몬 그라브)을 데리고 온다. 히드클립을 흑인으로 설정한 것이 독특한데 이 집의 일꾼이 된 히드클립은 언쇼의 아들 힌들리(리 쇼)로부터 혹독한 인종차별을 받는다.


그러나 히드클립을 보자마자 그에게 깊은 시랑을 느끼는 것이 힌들리의 독립심 강하고 반항적인 여동생 캐시(섀논 비어). 캐시와 히드클립은 만나자마자 정열적인 아이들의 사랑에 빠져 하루 종일 황무지를 뛰어다니면서 세차게 부는 바람에 사랑의 뜨거움을 식힌다. 둘의 사랑은 깊은 육체적 접촉 없이 묘사되지만 거칠 바 없이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데다가 둘이 일종의 남매관계여서 더욱 에로틱하다.

둘의 사랑은 야생 짐승들의 사랑인데 무례하고 게으르다고 등에 매를 맞은 히드클립의 상처를 캐시가 혀로 핥아 주는 모습이 보는 사람의 감관을 쩌릿쩌릿하게 만들어놓는다.

그러나 캐시가 이웃 동네의 부잣집 아들 에드가(제임스 노스코트)의 청혼을 수락하면서 깊은 상처를 입고 분노에 치를 떠는 히드클립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워더링 하이츠를 떠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성공한 히드클립(제임스 호손)이 돌아온다. 그리고 결혼한 캐시(케이야 스코델라리오)를 집요하게 찾아 방문한다. 병적인 사랑에 완전히 영혼이 마비가 된 히드클립은 복수에 눈이 멀어 간신히 봉합된 캐시의 상처를 다시 열면서 비극을 얼싸안다시피 맞는다.

거의 변태적인 황홀감과 자학감에 빠져들게 되는 한기 도는 영화로 글라브와 비어가 바람 같고 비 같은 순수하고 자연스런 연기를 한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 영국 영화.

성인용.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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