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감한 섹스신, 카메라 의식 않고 온몸 바쳐”

2012-10-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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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인터뷰

▶ `페이퍼 보이’ 니콜 키드만

5일 개봉되는 1969년 여름 플로리다의 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전개되는 인종차별과 언론의 윤리 및 억압된 성적 욕망을 다룬 드라마‘페이퍼보이’에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범과 편지로 애인 사이가 된 상처 입은 싸구려 섹스의 화신 샬롯으로 나오는 니콜 키드만과의 인터뷰가 지난달 24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에 새파란 눈동자를 한 긴 금발의 키다리 갈비씨 키드만은 수줍음을 많이 탔는데 매우 소박하고 솔직해 화려한 스타라기보다 이웃집 여인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생긴 것과 음성이 모두 약간 고양이를 닮았는데 45세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상냥하고 꾸밈이 없어 친근감이 갔다.

성적 장면 겁났지만
내가 해보지 않은 역
도전하기로 결심해

*샬롯 역은 당신이 지금까지 한 것과 다른 역으로 매우 과감한 연기인데 얼마나 도전적이었는가.
- 이런 역은 정말 처음이다. 배우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늘 틀에 박힌 역이 주어지게 마련이어서 여태껏 해보지 않은 역을 찾는 내게 좌절감을 주곤 한다. 영화의 각본을 읽고서 샬롯이 내가 지금까지 한 역과 너무나 달라 달려들었다. 물론 성적 장면은 하기가 겁이 났지만 역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어서 도전하기로 했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당신이 애인 힐라리(존 큐색) 앞에서 보여준 접촉 없는 과감한 섹스신은 어떻게 해냈는가.
- 그것을 위해서 나는 완전히 샬롯이 돼야 했다. 큐색과 나는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서로 본명을 부르지 않았다. 한 장면을 12번 정도 찍었는데 나는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도 의식하지 않고 역에 옴 몸을 바쳤다.

*역을 위해 죄수들과 서신을 교환하는 여자들을 직접 만났는가.
- 난 처음에는 혼자서 해내려고 해냈는데 감독(리 대니얼스)이 만나라고 해서 5명의 여자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죄수 애인이 석방된 뒤 그와 결혼한 여자도 있고 또 폭력적인 남자를 피해 달아나 숨은 여자도 있었다.

*영화를 선택하는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 우선 감독이다. 다음에는 이 영화처럼 여태껏 해보지 않은 역이다. 내가 찾는 것은 다양성이다.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것이 내 일이다. 나는 여전히 인간의 여정에 깊은 매력을 느낀다.

*여자 나이 45세면 인생의 절정기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약간 피곤하고 또 가끔 고통을 더 느낀다. 내 나이에 어린 두 딸(4세난 선데이와 2세난 페이스)을 가진 것은 정말로 큰 선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20대에 지녔던 에너지를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인간으로서 나의 총체적 욕망은 잘 검증된 삶을 사는 것이요 보다 많은 연민과 이해를 갖는 것이다. 지금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더 잘 내가 누구이며 또 무엇을 원하는가를 이해하고 있다. 나이를 먹고 그에 따른 지식을 터득하며 또 살아온 자기 삶을 어떤 방법으로든 무엇엔가 기여한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결국 종말에 점점 더 가까워간다는 생각을 하면 씁쓰름하기도 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작과 종말의 중간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경험으로 인해 온갖 감정에 휩싸이면서 착잡한 느낌을 갖게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큰 기쁨과 위대함도 깨닫게 된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촬영한 경험은 행운
시선·아이디어로 교감

*당신은 최근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스릴러 ‘스토커’에 츨연했는데 박 감독과 일한 느낌은.
- 그는 절대적인 장인이다. 난 아직 그 영화를 못 봤는데 본 사람들은 아주 좋아했다. 그와 일한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는 비록 영어는 못했지만 연기란 뉘앙스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교감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시선과 아이디어로 교감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철저하고 주도면밀한 사람이다. 매 장면과 단어 하나 그리고 매 뉘앙스가 전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었다. 그런데 영화는 매우 괴이한 것이다.

*당신은 오메가 시계의 모델인데 당신에게 있어 시간이란 무엇인가.
-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귀중하다는 것을 더 확실히 깨닫게 된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올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늘 가족을 함께 묶어 놓아주는 결정을 내리려고 애를 쓴다.


*가장 좋아하는 휴가지는 어디인가.
- 남편과 나는 모두 호주인이어서 바다를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모래를 싫어한다. 늘 휴가 때면 바닷가로 간다. 바다는 치유의 능력과 사람의 마음을 순화해 주는 힘을 지녔다. 난 수영할 때면 바닷물을 마시는데 소금냄새가 너무 좋다. 그러나 백사장에서는 큰 모자를 쓰고 팔도 긴 소매로 가린다.

*컨트리 싱어인 남편 키스 어반과 결혼한 지 6년이 되는데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
- 그는 순종이다. 매우 사려 깊은 사람으로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다. 그를 갖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남편은 나를 위해 몇 곡의 노래도 지어주었다.

*당신은 내슈빌에 사는데 느낌이 어떤가.
- 정말 좋다. 그 곳에는 영화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 곳은 컨트리 뮤직의 센터로 나는 일종의 주변 인물이지만 내겐 참으로 좋은 곳이다.

*남편과 함께 무대에 서고 또 남편과 함께 영화에 나오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 자선행사를 위해서 몇 차례 함께 무대에 섰다. 프로로 무대에 서기엔 난 너무 수줍음이 많고 또 남편은 노래를 너무 잘 부른다. 그리고 남편은 현재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인데 음악이 그의 세계여서 딴 생각 할 여지가 없다.

*보석이나 화려한 의상 등 소위 사치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 과거보다 별 의미가 없어졌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과거에는 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것에 대해 무던해졌다. 난 이제 내게 무엇이 중요하며 또 값있는지를 안다. 사치품은 이제 내게 가장 의미가 약한 것이 되었다.

*태블로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난 내슈빌에 살고 있어 이제 그 것과 거리가 멀다. 과거에는 태블로이드에 신경을 쓰기도 했지만 이젠 아무 관심도 없다. 난 아주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언제가 가장 편할 때인가.
- 키스와 함께 있을 때다.

*당신은 레드 카펫을 밟을 때 늘 불편한 느낌을 갖는 줄 아는데 여전한가.
- 그 것을 밟을 때와 후에 집에 돌아와서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 달라 때론 혼란에 빠진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곤 하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겁이 났었는데 파트너와 함께 안정된 삶을 하는 지금은 괜찮다.

*당신이 거절하는 역도 있는가.
- 아이를 때리거나 학대하는 역이다. ‘디 어더스’를 찍을 때 아이를 때리는 장면 때문에 내가 영화를 그만 두겠다고 해서 그 장면을 삭제한 적이 있다.

*당신은 명상을 하는가.
- 한다. 난 기도도 한다.

*무엇을 수집하는가.
- 오래된 옷들이다. 그리고 흑백사진들이다. 아이들 위주로 집을 간소하게 꾸미고 산다. 단순히 가지고 싶어서 사는 너절한 것들은 없다. 우리 집은 매우 개인적인 집으로 집에 들어서면 평화와 고요함을 느끼게 된다.

*당신과 탐 크루즈 사이에서 얻은 두 아이가 연예계에 발 들여놓을 의향이라도 갖고 있는가.
- 카너(17)는 음악에 관심이 있지만 큰 딸 이사벨라(19)는 쇼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다.

*후에 당신에 관한 전기영화를 누가 만든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가.
- 난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했지만 매우 사적인 사람이어서 절대로 자서전을 쓰거나 전기영화를 만드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내 삶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난 그 것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난 그렇게 키워졌다.

*가장 존경하는 감독은.
- 스탠리 큐브릭이다(키드만은 크루즈와 함께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 나왔다).

*LA에 올 때면 고향에라도 온 기분인가.
- 그렇다. 이곳엔 여러 가지 추억거리가 있다. 차를 타고 다니면 곳곳에 내 추억이 담긴 곳들을 만나게 된다. 지상의 많은 시간을 보낸 곳으로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기분에 잠기곤 한다.

*매우 수줍을 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렇게 대담한 역을 할 수가 있는가.
- 나는 매우 내성적인데 그래 가지고선 내 일을 제대로 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사명감을 가지고 나를 밀어붙이는데 처음에는 그 것이 별로 편치가 못하다. 그러나 해야 한다. 그 것이 내 직업이다. 때로 감독이 날 도와준다. 끊임없이 날 밀어붙여 나의 모든 감정과 경험을 찾아내고 그 것을 개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큰 불만감을 느끼게 된다.

*당신과 남편은 서로가 상대방의 뮤즈인가.
- 내가 그의 영감을 자극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내겐 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뮤즈 역할을 해주었다.

*당신이 하는 인본주의 사업은 무엇인가.
- 유엔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알리고 그 것에 대해 널리 토론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의 암을 퇴치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한다. 또 아이들을 위한 병원지원 사업에도 정열을 쏟고 있다.

*자연보호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하는가.
- 물과 전기 등 모든 것을 자연에 해가 되지 않도록 다루려고 노력한다. 우린 매우 친환경적으로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자연과 20분 거리에 있어 하이킹과 승마를 즐긴다. 난 시골생활이 좋다.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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