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쉼

2012-10-0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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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피로하다. 익숙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겪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은 점점 쌓이기 마련이다. 때론 술로, 때론 운동으로, 때론 잠으로 그 피로감을 떨쳐내려 하지만, 오래 쌓인 피로는 며칠 잠을 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며칠 휴가를 내고 쉬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더 피로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쉬는 것이 진짜 쉬는 것일까. 육체적 피로는 주말에 밀린 잠을 자거나, 오랜만에 깊이 낮잠을 자고 나면 개운해지는 그런 피로감일 것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던가,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몸의 피로함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삶이 피로한 것은 단순히 몸의 피로 때문만은 아니다. 삶을 피로하게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관계들에서 오는 삐걱거림, 불확실한 현실 앞에서 위축되는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 할 때, 점점 많아지는 책임감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대면해야 할 때,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할 때, 내가 하는 일에 더 이상 열정이 없을 때. 삶의 돌파구는커녕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때. 피로감은 점점 쌓여만 간다.


이런 피로를 지니고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다.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대면해야하며, 점점 더 예민해지고, 불친절해지고, 무언가에 대한 행복한 기대감을 갖지 않게 된다. 애초에 열심히 살려는 의지가 존재했었나 하는 의문을 갖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쉼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진짜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쉬면 이러한 피로함을 조금이라도 없앨 수 있을까.

내게 있어 ‘쉼’이란 적극적인 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닌,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 정신을 온전히 활동하게 하는 것. 긍정적인 에너지가 몸 구석구석 스며들어 새로운 자극이 가해지는 것. 그럼으로써 오래된, 몸과 마음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던 피로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 에너지와 섞여 서서히 사라지도록 말이다. 그런 활동만이 내겐 진짜 ‘쉼’이다.

몸이 힘들 걸 뻔히 알지만,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다리가 뻐근해오고, 땀이 비오듯 흘러도 내 몸이 온전히 쓰여지고 있는 그 순간, 맑은 공기를 깊이 호흡하는 순간, 자연의 색을 눈으로 흠뻑 느끼는 순간, 우리는 안다. 그것이 몸과 마음에 깊은 휴식을 가져온다는 것을.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가 필요함에도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새로움에서 오는 감동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의 삶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떠난다. 새로운 에너지로, 새로운 자극으로 감정과 정신은 다른 식으로 작용한다. 전과는 다른 음식을 접하고,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사람들을 마주친다. 그리고 우리는 전과는 다른 사고를 한다. 아주 작은 변화처럼 느껴지지만 인생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쉼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원하는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 열정적으로 하는 것. 그것이 삶의 피로감을 없앨 수 있는 길임을, 일상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는 때에야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진정으로 내게 있어 쉰다는 것이 무엇인지, 쉴 여유가 없다고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하나 계획해 보는 것, 그것이 삶의 피로를 줄여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아 광고전략가/쿠알라룸푸르 Young & Rubi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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