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디언에 납치됐던 백인 20년만에 부모 상봉해…”

2012-09-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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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 시대의 재미난 인디언 민화

캘리포니아 미션 역사 중 가장 커다란 인디언 반란 사건을 꼽자면 바로 샌타바바라의 ‘쿠마시 인디언(Chumash Indian) 사건’이다. 힘든 노동과 가난에 분노한 인디언들이 일으킨 사건으로, 1824년 2월21일 스페인 군인이 인디언 소년을 폭행한 사건이 발단이 돼 폭동으로 이어져 샌타바바라와 롬폭 지역의 인디언까지 합세했던 대규모 반란이었다.

이때 많은 추마시 인디언들이 미션을 떠났고 극소수의 인디언 만이 미션에 남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시기에 발생한 민화 하나가 인디언 사이에 구전을 통해 내려오는데,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재미난 내용이어서 잠시 소개하기로 한다.


지금의 샌타로사(Santa Rosa; 성자 로사) 섬과 샌타크루스(Santa cruz; ‘성 십자가’) 섬을 일부 인디언들은 고래섬(Las Islas de Ballena)이라고 불렀는데 당시의 그 열도 근처에서 서식하는 고래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날 백인들이 거처하는 마을에 인디언들이 쳐들어왔다가 도망가면서 백인 아이 하나를 납치해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인디언 종족은 전에 본적이 없는 유랑부족으로 그 후 그들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고래 섬에 백인 모습의 인디언 청년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백인 마을에 들려왔다. 이 소식을 들은 한 신부가 20년 전의 일을 기억해 내고는 고래섬으로 그 백인 인디언을 만나로 갔다. 백인 인디언을 만난 신부는 이 백인이 20여년 전에 납치된 그 아이였음을 확인하였고 아직도 생존해 있는 그의 부모에게도 이 소식을 알렸으며, 오랜 권유 끝에 신부는 마침내 백인 인디언을 데리고 백인들이 사는 마을로 돌아 올수가 있었다.

백인 인디언은 집이 보이는 언덕에 다다르자, 갑자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곧장 부엌으로 달려간 백인 인디언은 벽난로 옆에 있는 벽돌 하나를 끄집어내고는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후에 그의 손에 딸려 나온 것은 오래된 작은 칼이었다.

백인 인디언은 어린 시절 자기만 아는 비밀금고 안의 작은 주머니 칼을 기억해 냈던 것이다.

20여 년 만에 만난 부모와 자식은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부모는 자식의 방을 따로 만들어 주며이제부터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청년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밤하늘의 별을 세며 들판에서 잠을 잔다거나 바다가 그리우면 바닷가에서, 산과 계곡이 그리우면 산속에서, 그렇게 자유롭게 떠돌던 삶이 그리웠던 청년은 결국 부모의 곁을 떠나 그의 종족이 살고 있는 고래 섬으로 돌아가서 인디언의 삶으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인디언 민화는 초기 미션시대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어 우리의 가슴에 찡하게 울린다.


John Kim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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